엄마, 나도 나중에 하이힐 신고 싶어....

2012. 7. 20. 06:00★ 아이들 이야기

 

 

                <작년 큰 딸의 중1때 공개수업하러 갔을 때 몰래 찍은 사진입니다>

 

 

 

반에서 , 학년에서 아니 지금은 전교에서 키가 큰 여학생들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큰 딸은,

학교 복도를 걸을 때나 누군가와 애기를 할 때도 양쪽 어깨를 구부정한 자세로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큰 아이는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애기를 할 때도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어깨를 잔뜩 웅크린 자세로  최대한 몸을 낮춰서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애길 하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몇 번이나 그러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여전히 큰 아이의  그 버릇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큰 키가 챙피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과격한 표현을 한 적도 몇 번 있을 정도로...

엄마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괴물 같은  여학생으로 사는게 불만이라고도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엔 큰 키도 분명히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줘도 소용이 없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나의 큰 키가 참 싫었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큰 아이의 마음을 전혀 모르지는 않지만 현재의 나는, 큰 키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173센치인 남편과 같거나 혹은 더 긴 기럭지를 갖게 된 15살 큰 딸이다.

체중 불리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서 41키로 체중이 지금은 44키로까지 늘었다.

 

 

 

 

 

큰 아이와 함께 다니다보면 기럭지와 마른체형때문에  다수의 여자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많이 느낀다.

지난 주말에 남편과 나,아이들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갔었다.

큰 아이는 극장에서 마주친 젊은 커플들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젊은 아가씨들의 시선을 심심찮게 받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큰 딸,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을 싫어하며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

네가 부러워서 쳐다보는거라고, 너의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는 말을 그리 해주는데도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처럼, 큰 딸은 자신의 큰 키를 심하게 부끄러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딸을 쳐다보며 쑥덕거리는 말을 듣곤 더 그런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쟤 다리 좀 봐.... 사람이냐....괴물이지.." 그리 쑥덕거리는 그 여자애들의 말엔 부러움이

묻어 있음을 아줌마인 나는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딸은 그런 쑥덕거림 자체가 너무 싫다고 한다.

그런 큰 딸을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이, 키가 큰 것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해줘도 별로 소용이 없다.

 

 

모델을 시켜보라는 권유는 여러 번 들었다.

큰 아이의 예전 친구가 현재 모쇼핑몰 모델활동을 하고 있다.

쇼핑몰 모델은 키가 170이 넘어도 안된다고 한다

단 한 번도 큰 아이는 모델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비친 적이 없었다.

근래 들어선 잠깐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외모에 치중을 하는 머리가 텅.... 빈 여자애가 될 것을 너무 심하게 경계해서

엄마인 내 걱정에, 그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기도 싫었던 게 아닐까.... 하는

헛바람이 들더라도 한 번즘은 그런 모델 활동 경험을 해보는 것도 큰 아이에게는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우월한 기럭지를 가진 것에 엄마에게 감사해야 할 딸이

되려 하이힐도 못 신을 기럭지를 갖게 한 엄마를 원망을 하다니......

작은 아이는 또래보다 너무  작은 키 때문에 원망을 원망하기도 할 때도 있는데

큰 아이는 평범보다 조금 더 긴 기럭지를 가진 것의 대해서 엄마를 원망하고 있다.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편식하지 않는 아이다. 다만 입이좀 짧은편이라 과식을 하지 않는 것 뿐이다.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은 것도 요즘 같은 세상에는 특혜일 수도 있다.

어디가 아프거나 허약한 것은 아니니, 너무 길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당하게 어깨를 쫙 펴고, 고개를 빳빳히 들고 걸을 수 있는 내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그런 내 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