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4. 06:00ㆍ★ 아이들 이야기
나는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어나서 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할머니랑 한 집에서 쭈욱 함께 살았으니까...
특히 사춘기가 시작될 즘인 중1때부터 고3때까지는 할머니랑 단 둘이서만 살았다.
그래서 할머니는 나에겐 엄마나 다름 없었다. 아니 엄마보다 할머니 해준 밥을 더 자주 먹었고,
할머니가 빨아준 옷들을 더 자주 입고 학교를 다녔을 것이다.
한 집에서 쭈욱 살았던 친할머니의 비해, 외할머니는 나에게 조금은 어색하고 어려운 할머님이셨다.
여러면에서 친할머니랑 비교가 되시기도 했지만 나에게 외할머니는 먼 친척어른으로만 느껴졌다.
그런 이면에는, 엄마가 친정인 외갓집에 1, 2년에 한 두번만 들렀기 때문에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이기도 할 것이다.
올해 아흔 두 살이 되신 외할머님은 지금도 큰 외삼촌 내외(일흔이 훨씬 넘으셨음)분과 함께 살고 계신다.
작년 여름에 뵈었을 때도, 반가워라 하시는 외할머니의 비해 나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던 외손녀딸이었다.
15살, 13살인 우리집 두 아이들, 서울에 살고 계신 할머니집에 가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다.
어려서는(학교 들어가기전)에 가면, 보통이 1주일씩, 길게는 한 달정도를 지내다 온 적이 많았는데도
친할머니의 대한 정이 별로 없는 듯 하다.
내 아이들은 친할머니를 보고 싶어한다거나, 할머니와의 추억은 없는 듯 하다.
어린시절, 나 처럼 할머니와 한 집에서 쭈욱 살던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일까?
시골에 살고 계신 외할머니 집에 가는 것 또한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다.
예전엔 시골에 가면 자전거와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는 이유로 갔었는데 올해부터 그것마저도 재미 없어한다.
거기다가 멀다는 이유는 외할머니집은 1년에 한 두 번이나 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다.
우리가 먹을 쌀과 김치와 각종 먹거리들 자주 보내주시는 외할머니가 있어 좋다는 말이외엔 외할머니의 대해서도 별로 정도 없다.
이 또한 외할머니와 함께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기만 할까?
나, 어릴 때의 할머니는 그냥 엄마와 아빠랑 똑같은 그냥 가족이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보면, 내가 잘못 키워서인지, 할머니를 엄마와 아빠처럼는 절대로 생각 하고 있지 않는다.
나, 어릴 때 처럼 엄마보다 할머니의 치마폭을 더 든든한 보호막으로 생각하는 손녀딸들도 아니다.
이런 내 아이들을 보면 문득 어른의 대한 공경심을 심어주지 못한 엄마인 내 잘못이 큰가? 라는 자격지심이 들 때가 자주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할머니들 또한 나, 어릴 때처럼 손녀손자를 위해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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