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9. 06:00ㆍ★ 아이들 이야기
지난 주 목요일, 내가 돌보는 지희가 펑펑 울었다.
영어학원차에서 내릴 때까지 여느 날과 같은 표정이던 8살난 지희가,
엘레베이터를 타자 마자 서럽게, 너무나도 서글프게 울었다.
깜짝 놀란 나, 그런 지희를 안아주면서 집으로 들어와 지희의 애길 들어줬다.
그 날, 영어학원에서 학부형들을 초대해서 아이의 영어실력을 비롯해 학부형 면담이 있었던가보다.
지난 주에 엄마에게 말했기 때문에 엄마가 학원에 오실 줄 알았는데
다른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엄마들이 다 왔는데 지희, 혼자만 엄마가 안 왔다는거다.
어리지만 자존심이 강한 지희, 서럽고 슬펐지만 학원에서는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집에 오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안아주고 다독거려주면서 엄마가 회사에 바쁜일이 있어서 못 가신거라 설명했지만
아직은 어린 8살, 설명보다는 위로가 필요했는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훌쩍거거렸다.
아이 엄마 마음이 어떨지..... 내 가슴이 미어졌다. 내 두 딸들이 7살, 9살때 울먹이며 내게 회사 끊으라고 했던 일이 생각났다.
지희에게 애길 해줬다. 보미, 혜미 언니도 이모(나)가 회사 다닐 때 그랬단다. 언니들은 돌봐주는 이모조차도 없었다고....
어린 지희에게는 왜, 그 날 엄마가 영어학원 학부형 모임이 가지 못했는지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지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공감해줄 수 있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론적인 이해를 바라기엔 지희는 아직 어렸다. 흐느껴 울던 지희의 모습에서 지난 내 두 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의 두 딸들의 이야기에 울음을 그치고 빤히 나를 쳐다보며 지희가 물었다.
"이모, 울어? 보미언니랑 혜미언니도 그랬어? 언니들도 많이 울었어? 나 처럼?"
아기를 안아주듯이 양쪽 팔로 지희를 안아주면서 내 두 딸들의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나의 맞벌이 했을 때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밤12시에 자다 깨서 밤근무를 나간 엄마가 없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도 받지 않는 아빠, 잠이 취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언니,
겁 많은 혜미가,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 내 핸드폰에 울면서 음성을 녹음해놓았던 이야기들을 들려줬었다.
금요일이면 나는 지희를 데리고 우리집에 온다.
학원을 다녀온 보미와 혜미와 노는 것을 지희가 좋아하기 때문에~~
넓은집에 사는 지희는, 좁디좁은 우리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보미, 혜미 언니의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는 나를 보면서 더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지희를 들쳐 업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나의 이야기에 잠이 든 지희, 30분즘 뒤에 퇴근한 지희 엄마의 눈이 조금 붉어 보였다.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얼마나 벌겠다고 이 어린 딸을 떼 놓고 남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해야 하는건지......
육아의 적극적인 아빠도 있지만 직장인이라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빠질 수 없는 날은 있는 것이다.
다음 날, 지희의 표정은 밝았다.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식으로....
다음 날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 받은 일로 들떠 있었다.
지희도 알고 있다. 엄마 아빠가 회사를 함께 다녀야 하는 이유를, 그래도 어제처럼
본인이 서글프고 마음이 아플 때는, 설득이나 설명보다는 공감해주고 다독거려주는 마음이 더 필요한 이제 8살밖에 안된 아이다.
지희 엄마도 수십 번, 수백 번 직장을 접고 싶다고 했다.
지희 엄마, 아빠 모두 공무원(7급)이다. 두 아이가 태어나서(출산휴가빼고) 얼마전까지 외할머니가 전적으로 돌봐주셨다.
지희집까지 출퇴근을 하시면서 말이다. 친정엄마(내 동생의 시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두 아이가 지금만큼 바르고 이쁘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맞벌이 가정의 육아문제는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옛날보다는 아빠들도 육아문제에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부모의 맞벌이로 인한 아이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접할 때마다 아빠보다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훨씬 더 많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희의 서럽게 우는 모습에 나도 함께 울컥 해서 훌쩍이던 그 날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날의 일을 보미, 헤미에게 들려줬다. 두 딸들이 그랬다.
지희는 그래도 행복한 아이라고... 자기네들은 단 둘이서만 있어야 했다고.....
작은아이가 말했다. 자기 인생의(12년) 가장 슬픈 시절이 엄마가 톨게이트 직장을 다닐 때였다고~~~
하지만 그 때, 엄마는 모르는 자기네들만 공유할 수 있는 추억도 많다면서 킥킥대고 둘만 통하는 묘한 웃음을 짓기도 했었다.
그 당시엔 엄마가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집에만 있어주기만을 바랬지만, 지금은 안 그런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네 현실을 엄마만큼은 아니어도 자기네들도 잘 알고 있다고...
아빠 혼자 짊어져야 할, 경제적인 무게를 엄마도 조금은 나눠서 짊어져야 하지 않겠냐고.
아빠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훗날 자기 시대때는 맞벌이 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거라고 중학생인 큰 아이가 말했다.
왜냐하면 여자 남자 구분 없이, 엄마 아빠 구분도 없이 한 사람이 직업을 두 가지 이상은 가져야 할 시대가 될거라고....
그리고 보미가 내게 물었다. 자기가 아이 낳으면 엄마가 키워 줄 수 있냐고~~~ 죽어도 난 못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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