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8. 06:00ㆍ책,영화,전시회, 공연
결혼 전에도 읽었던 책이다. 그 때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결혼 16년차에 접어든 2012년 9월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미혼시절때와는 그 느낌이 달랐으며, 내용 또한 지금의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그건 그 동안 나는 많은 시간들이 보냈으며, 그 시간들 동안 많은 감정들과 생활상을 겪었기 때문 일 것이다.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혜완, 영선, 그리고 경혜.......대학시절 친구였던 그녀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대학시절 그녀들 모두에게는 사랑과 꿈의대한 열망이 있었고, 각자가 미래의 삶의 대한 기대속에서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려고 했던 마음을 갖고 있던 우리 시대의 20대의 청춘들이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남편을 위해 영화시나리오 작가의 자신의 꿈을 접었던 영선,
세 명의 여자중에서 세속적으로 가장 여성스럽고 남편을 위해 헌신했던 착한 여자였다.
요리를 잘 하고, 집안 살림을 잘 하고 아이들을 잘 키웠고 이런 영선의 헌신적인
내조의 힘입어 박감독(영선의 남편)는 성공을 했고 그로 인해 영성의 남편은 바빠지면서 자기 일에 빠지게 된다.
박감독이 성공하면서 혜완은 조금씩 우울해하면서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박감독, 아내의 헌신을 인정하고 고마워 하지만, 혜완의 존재는 그에게 그냥 아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혜완의 지난 날의 꿈인 시나리오 작가를 해보라고 북돋아주기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말일 뿐,
그녀의 꿈을 위해 그 어떤 현실적인 도움도 주지 않는 우리나라 전형적인 남편의 모습을 갖고 있는 남편일 뿐이었다.
육아는 물론 집안일 따위엔 전혀 관여도 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영선의 꿈을 지지하는 남편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되려, 애들 봐 가면서, 집안 일 해 가면서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는데 그렇치 못하는 영선을 조금씩 무시하며 한심하게 생각한다.
박감독은 영선의 꿈과 방황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커녕, 나날이 히스터릭해지고
자신의 바쁜 영화 일을 이해 못하는 아내로만 바라보며 심각한 우울증 환자로만 바라 볼 뿐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그녀의 자살시도까지도 그저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일 뿐,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자기 자신의 대한 연민만 갖고 있는 남자다.
혜완은, 다른 사람들 눈에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옳고 그름에 상관 없이 남편에게 한 번즘은 무조건적으로 순응해주는 아내였는지도 모른다.
대학강사하랴, 박사과정 밟으르랴 힘든 시간을 보내던 혜완의 남편은, 아직 유치원생인 아들을 위해
아내의 직장생을 급구 반대했으나 혜완은 대학시절부터 하고 싶어하던 출판사 일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 중요한 날도 아닌 날이었음에도 출근시간에 지각을 할까봐
아이를 돌봐주는 아줌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로 아들의 손을 놓던 그 순간에 아이는 사고를 당해 잃게 된다.
아이를 잃은 혜완의 부부는 아이의 죽음을 사고로만 인정하지 못하게 되고, 그 동안 서로에게 쌓인 갈등들까지
겪으면서 남편의 폭력과 폭언들이 당하면서 서로간에 상처만 남긴 채,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 후 그녀의 만만치 않는 홀로서기를 겪어내면서 드디어 그녀도 한 권의 소설집을 출판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시절부터 그녀를 좋아하던 새로운 남자와의 연애도 하고 있었지만 그녀 본인의
갈등 때문에 그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기자신의 대한 방황을 하게 된다.
세 명의 여자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현실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경혜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조건들을 만들기 위해 아나운서가 된다.
그리고 의사의 부인이 되어 세속적으로 성공적인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첫 아이를 낳고 부터 시작된 의사 남편의 외도, 그런 모멸감을 경험하던 때도 그녀는 손익 계산기를 두드려 본다.
이혼을 해서 자신의 홀로서기에 청춘을 바치느냐, 남편의 외도 문제만 접고 모르는 척 하면,
나름 괜찮은 부부의 모습으로 살아 가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의사 남편을 둔 고상하고 우아한
아름다운 아내로 사는냐를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한다.
자신도 대학시절 사궜던 남자와 가끔 밀회를 즐기면서 말이다.
그 선배 또한 가정이 있는 남자임에도 죄책감 같은 것은 갖지 않은 채.....
그런 경혜도 자신의 아내가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분만실에 들어갔을 때, 자기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오늘은 못 만날 것 같다는 전화를 하는 밀회의 상대남자의 모습에
불현듯 그 남자의 아내를 처음으로 떠올리고 그 만남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경혜의 밀회의 상대는, 대학시절, 경혜를 비롯해 영선과 혜완이 모두 좋아했었고 그 세명의 여자들과
각자의 데이트를 즐기던 어설픈 바람둥이 남자 선배였다.
세월이 지나 그녀들이 그 남자를 말하길 "그지같던 그 선배" 남자라고 했었다.
겁도 없이 스물 넷, 혹은 다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감행했던 그녀들이었다.
각자가 조금씩은 다른 이유로 배우자를 선택했으나 결혼 후의 7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은 다 조금씩은 다른 듯 보였지만, 같은 이야기들의 맥락이이었으며 같은 갈등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주관이 확실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누군가에게 의자하고 싶어하던 나약했던 혜완의 모습에서도
자기 꿈을 이루고 싶어했지만 그 보다는 현실에서 착한여자로만 살기에 급급했던 영선의 모습에서도
조금은 이기적이고 속물스럽지만 자신의 대한 열등감이 많았던 경혜의 모습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서른 한 살인 그녀들의 길지 않는
결혼생활을 통해서 얻은 교훈내지 깨닫음에, 결혼 16년차에 접어든 나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책을 접고 현실에서의 내 모습 돌아보는 시간을 여러 번 가질 수 있었다.
조금은 우울했으며, 조금은 어떠한 화나는 일에 조금은 더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었다.
이 책에서 읽었던 문구들 중에 내 마음의 와 닿던 구절들을 되뇌이며 소리내서 읽어보기도 했었다.
그래서 책이 좋은 것 같다.
인터넷으로 읽는 글들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는, 사이버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서 좋다.
물론 또 이런 느낌들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나 자신의 대한 반성과 성찰을 또
까 먹고 그저 그런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지언정 책을 잡고 읽는 다는 것은
그 시간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히 유익한 시간인 것 같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의 초기경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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