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줍는 아이, 몇 명이나 될까?

2012. 10. 5. 06:00★ 아이들 이야기

 

 

 

어제 오후 1시 40분경, 초등학교의 하교길이었다.

저학년 아이들을 데리러 온 엄마, 할머니 그리고 아빠들로 북적대는 시간이었다.

세상이 험해지고 수상한 시절에서 살다보니, 초등학교 하교길을 보호자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의 중앙현관 앞, 누군가가 버린 과자봉지 하나가 보였다.

저, 쓰레기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나,

주변의 그 많은 학부형들의 시선들을 의식해서였을 것이다.

주변에는  나 외에도 많은 어른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런 과자봉지 하나 같은 것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조금만 앞으로 나가서 저 과자봉지를 주우면 되는 일을, 그 사소한 행동을 하는데도 소심한 나는 수 없이 망설여만 했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다른 어른들도 나 처럼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선뜻, 나서서 저 과자봉지를  줍지 못하는 거겠지...

하교길이라 초등학생들도 많았지만 학생들 중에도 그 과자봉지를 줍는 아이는 10분이 지나도 볼 수 없었다.

 

 

10분즘 지났을 때 였다. 5,6학년즘으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친구들 몇몇과 현관을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그 과자봉지를 줍더니 책가방 안에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학생 책가방 안에는 다른 쓰레기들도 보였다. 그 날 청소당번이었나..?

아님 쓰레기 줍는 행동이 자연스러웠던 것 처럼,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것이 습관이 된

착하고 바른 학생인걸까? 를 생각했었다.

 그 남학생이 그 쓰레기를 줍기까지 그 누구도, 나서서 과자봉지 하나를 줍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나도 줍지 못했다. 웬지 나서서 과자봉지를 주우면 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될 것 같다는 이유로....

괜히 소심한 내가 부끄러웠고, 쓰레기를 주워 가방안에 넣은 그 남학생의 부모님이 부러워졌다.

 

 

 

 

 

 

내가 사는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도 과자봉지 쓰레기는 쉽게 볼 수가 있다.

그 과자봉지를 누가 버려겠는가? 대부분이 우리네 아이들이 먹고 버렸을 것이다.

그런 쓰레기들을 볼 때마다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내 아이들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는, 꼭 한 마디 덧붙히게 된다.

니네는 밖에서 과자같은 것 먹고 나서 쓰레기를 저렇게 버리는 몰상식한 짓은 안하겠지?

당연하지.. 우리가 누구 딸인데..? 라고 대답은 하지만, 글쎄 니네들도 모르게 무심결에

쓰레기를 슬쩍 길거리에 버릴 지도 모르지...라고 의심하면서 다시 한 번 내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게 된다.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버리고, 안 그러면 가방 안에 넣어 와서 집 휴지통에 버리라고...

그래서 나는 두 딸들에게 쓸데 없는 잔소리가 많은 엄마로 낙인이 찍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젯밤에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적 없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스치로폼 쓰레기를 주워서 집 앞 재활용쓰레기장에 버렸다.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휴지통이 없다.

여전히 길거리를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존재하고 있다.

그런 흡연자들이 다 핀 담배꽁초를 일부러 쓰레기통을 찾아 버리는 경우는 많치가 않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건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기본 상식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이 옆에 있는데도, 아이가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데도 옆에 있는 부모가 한 마디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앉은 좌석 주변에 음료수나 팝콘들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자주 본다.

식당에서 밥 먹고 난 후,  이쑤기개를 길거리에 아무렇치도 않게 휙~ 버리는 직장인들 모습도 봤다.

이런 자잘한 모습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도 상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성장하게 될까봐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내 아이들도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쓰레기를 습관적으로 주울 수 있는 학생들일까?를 생각해봤다.

내 아이들도 혹시 본인도 모르게 쓰레기들을 길거리에 버리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아닐까? 도 생각해봤다.

엄마인 나는 내 아이들은 절대로 그러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는데, 과연 믿음만큼 내 아이들은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상식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인지도 생각해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