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결혼한 아줌마 아저씨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2012. 11. 2. 06:00★ 아이들 이야기

 

 

 

 

중2딸이, 내게 물었다.

"엄마, 어른들중의 결혼한 아줌마, 아저씨도 친구가 될 수 있는거야?"

왜 그런걸 묻냐고 물었더니 친구들과 애기를 하다가, 엄마 아빠들의 이성친구들이 있다는 말이 나왔고,

내 딸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결혼한 아저씨, 아줌마가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질문을 내게 했던 것이다.

엄마인 내가, 남자친구가 없없으니 자연스럽게 내 딸은 아줌마 아저씨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중학생인 큰 딸은, 세상의 보통의 엄마보다는 내가 조금은 예민하고 보수적인 엄마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애기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엄마인 나를 닮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여학생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큰 딸이 그랬다. 아빠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데.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상상 자체가 안된다고~~

아빠가 엄마 아닌 다른 이쁜 아줌마를 좋아하는 일은 가능할 수도 있는데,

엄마가 아빠 아닌 다른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것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이면에서는 아빠는 잘 생기고 매력이 있지만, 엄마는 못 생기고 매력이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건지도 모른다.

 

 

나름 책을 읽고 남자 여자를 꼭 구분을 해서 사람을 사귈 필요는 없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천성적으로 나란 사람이, 남자 여자가 친구로 지내는 것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노력했지만 내 두 딸들에게 나의 그런 사고방식이 전달되어졌을 것이다.

 

 

 

 

남편이 가입되어 있는 축구회가 몇 개  된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입되어 있는  축구회가 있다.

그 축구회에 축구를 아주 잘 하는 여자회원이 한 명  있는 축구회다.

왕년에 축구대표선수였고 나보다 나이가  7,8살즘 어린, 쌍둥이 딸들을 둔 아줌마 축구회원이다.

남편 대리운전과 부부 동반 식사를 하면서 서너번 정도 얼굴을 본 적이 있었고 내게 언니라고 부르는 성격좋은 아줌마로 알고 있다.

 

올 봄즘이었나 보다.

가족모두가 그 축구회 모임의  저녁식사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쌍둥이 엄마라는 회원이  남편을 비롯해 다른 남자들과 자연스럽게 술잔을 나눴고

우연찮게 그 여자분이 내 남편의 옆자리에 앉은 적이 있었다.(그 여자분의 아이들과 남편은 참석하지 않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엄마였던 나, 그래서 엄마인 내가 남자랑(아빠를 포함해서) 술잔을 주고 받거나

술을 따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내 딸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충격적인 말을 했었다.

"엄마, 아까 그 아줌마, 왜 우리 아빠한테 꼬리쳐?"  

남편과 나 동시에 

 

"뭐? 뭐를 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난 한 번도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결단코 없는 엄마였다, 자신함)

 

"아까 아빠한테 술 따라주는 아줌마, 결혼한 아줌마 아니야? 근데 왜 우리 아빠한테 술을 따르고 웃는건데?"

 

"혜미야, 어른한테 꼬리친다는 말은 버르없는 표현이야. 그 아줌마, 아빠랑 같이 축구하는 아줌마고 왕년에 축구선수였어.

오늘은 아빠 축구회 사람들이 다 같이 밥먹고 술 먹는 자리라서 그런거야. 아빠한테만 술을 따르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아저씨들이랑도 웃고 애기 하고 술도 마시고 했잖아. 아빠한테만 그런게 아니잖아. 그냥 그 아줌마는 아빠랑 함께 축구 하는 회원중의 한 명이야.."

 

" 그래도 기분 나빠...엄마는 아빠 말고 다른 아저씨한테 한 번도 술 같은 것 따라준 적 없잖아..

엄마는 기분 안 나빠? 난, 무지 기분 나빴어.그 아줌마 딸들도 그 모습 봤으면 기분 나빴을걸.

그 아줌마 남편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기분 나빴을걸! 안 그래?"

 

 

 

 

그 아줌마는 엄마보다 얼굴도 더 이쁘고 그런 아줌마가 내 아빠한테

웃으면서 술 따라주고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이 못마땅했다고 말했다.

자기도 나중에 어른이 되서 결혼을 해서, 남편이랑 아이들도 있는데 다른 남자랑 웃으면서

애기도 하고 술도  따라주고 해도 되는거냐고, 엄마는 한 번도 안 그랬잖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애가, 다른 여자애랑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나는 법이고, 이성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 그 애랑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나쁘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가 올해 13살인 내 작은 아이였다.

 

그 날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면서 작은 딸에게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했지만 별로 아이의 생각엔 변화가 없는 듯 했다.

나와 남편 모두가 기본적으로 성인 남자, 여자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이에게 폭넓은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남자 여자를 매사에 꼭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설명하는 일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엄마, 아빠의 사고방식과 모든 가치관들을  고스란히 갖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부모로서 책임감이 커지고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