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딸 아이의 짝사랑은 언제즘 끝날까?

2012. 11. 4. 06:00★ 아이들 이야기

 

 

 

 

작년에 두드림 상담을 받기 위해 각종 테스트를 했을 때,

나의 우울증 정도가 깊지는 않으나 엄마인 나와 친밀감을 돈독한 딸들을 위해

나의 단점들은 개선되어져야 한다고 했었다.

사춘기 접어든 두 딸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엄마가 되려면, 첫째 조건이

아이들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설령 그 이야기가 부정적인 말이거나 남을 향한 비판적인 말이라도

일단은 무조건 아이의 말에 공감을 표시해주는 엄마가 되어주라고 했었다.

그 뒤로 많은 노력을 했었다. 노력하면서 실수들도 했었고, 감정을 조절 못해 윽박지르는 엄마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두 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은 애를 썼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말이 없던 내성적인 큰 딸이 학교와 친구들 이야기들을 내게 매일 이야기 하게 되었다.

 

내성적인 큰 딸이,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있다.

**중학교 2학년 6반 김**이라는 남학생이고 큰 아이와 같은 반이다.

학년초부터 그 남학생이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성격도 좋고 춤도 잘 추고, 글재주가 뛰어나고

농구도 잘 하고, 축구도 너무 잘 하는 남자애라고, 그래서 그 남자애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많다고 했었다.

사진으로 그 남자애의 얼굴을 봤었다(현장학습단체사진으로).

학기초와 얼마전 학부형 정기면담에 가서도  그 남자애를 멀리서 얼핏 보긴 했었다.

어른인 내 보기엔 그냥 그런 평범한 남자애로만 보였다. 왜소하고 안경도 꼈고, 그리 운동도 잘해 보이지도 않는.. ..쩝~...

집에 오자마자, 그 남자애 애기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 날 농구를 했는데 그 남자애가 어찌나  잘하던지 반 여자애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고...

붕~ 떠 있어 보이는 큰 딸의 모습이 어이 없었지만 , 그래.. 그렇게 멋있던? 하며 호응을 해주는 척 했다.

그 남자애의 농구하는 모습을 엄마가 봤다면, 엄마도 반했을거라는 표현도 했었다. ㅎㅎㅎㅎ- 엄마의 남자스타일도 잘 모르면서...

그 모습을 보고도 반하지 않는다면 그건 여자가 아니라는 말도 했었다. 어이 없었다...... - 그럼 나는 여자가 아니란 말인가?

 

지 난주엔 있었던 학교 축제때, 그 남학생이 가입되어 있는 춤동호회에서  춤을 췄었는데 그 동영상을

반 여학생 누군가 올려서 큰 딸이 내게도 그 남학생이 춤추는 동영상까지 보여줬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다.-솔직히 난 관심이 안갔음

그 남자애 키가 173이라서 자긴 더 이상 키가  크면 절대로 안된다고, 더 키가 클 수 있다고 그 좋아하는 우유도 요즘엔 안 먹고 있는 큰 딸이다.

내 딸의 키가  172인지 173인지 모르겠지만 전교에서 여학생으로서 성적으로 1등이 아니라

키로 전교 1등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여학생인지라  자기 키가 여기서 크면 절대로 안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리고 그 남자애가 키 크고 마른 여자애는 싫어할 수도 있다면서, 많이 먹고 살도 쪄야 한다고도 했다.

공부도 못하는 여자애는 확실히 싫다고 했다면서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해서

평균이 쪼메 올라서, 저번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칭찬의 말씀만 해주셨다. 물론 담임선생님은 내 딸 아이의 짝사랑을 모르고 계신다.

 

 

 

 

 

 

가끔 그 남자애가 딸 아이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날엔 어김없이 설레는 표정으로 그 애길 내게 쏟아내기도 한다.

에고.... 엄마인 나, 그런 딸이 안타갑다. 왜냐하면 내 딸이 아깝다는 생각만 드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남자애에게는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단다. 같은 춤동호회 여학생이고 공식커풀이라고 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 말로는 짜증이 났다고 하는데 어째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가 짝궁을 바꾸는 날이었는데, 큰 딸이 좋아하는 그 남자애랑 짝궁이 됐다는 거다.

두 번이나 배정을 다시 했는데도 연꺼푸 그 남자애랑 짝궁이 되서 그 남자애가 

"어, 또 너랑 짝궁이 됐네.." 라는 말을 했단다

내가 그런 딸 아이에게

" 좋아하는 애랑 짝궁이 되서 좋겠다...." 라고 했더니 아니란다.

가까이 앉는 것은 좋치만 짝궁이 되면 부담스럽고 쉬는 시간에 거울도 볼 수 없어서 신경이 쓰여서 더 안 좋단다.

알다가도 모를 사춘기 딸의 마음이다. 그래서 좋다는 건지, 안 좋다는 건지...

말로는 부담스럽고 싫다는데,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으니....

 

내가 가끔 큰 딸아이에게 물어봤다.

그리도 그 애가 좋냐? 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못하지만 좋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해벌쭉한 , 소심하고 내성적인 큰 딸의 모습을 보니 사춘기는 사춘기인가보다 했다.

 내 딸 아이의 짝사랑이 언제까지 갈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자니

엄마로서 나는 내 딸이 더 아까운데.... 그저 너무 가슴 아픈 짝사랑이 아닌 나중에 이쁜 추억으로 남겨지길 바래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