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7. 10:32ㆍ★ 아이들 이야기
100% 서술형 시험(5과목)으로 치뤄진 작은아이의 중간고사에서 평균 95점을 달성하면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했었다.
경기도 초등학교 전체가 일괄적으로 서술형으로 치뤄졌다고 들었다.(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이 치러졌고 각 과목당 만점은 32점이었다.
스마트폰을 획득하기 위해, 시험기간 내내 학업에 정진했던 작은아이가
어제 오후에 광분(?)을 해서 하교를 했다.
"엄마.....(목소리가 떨림) 나, 평균 97점이야. 어떡해..엄마, 내 스마트폰 사줘야 할것
같은데... 이 달 엄마 카드값도 많을텐데 사줄 수 있어?"
들뜨고 상기되어 있는 작은아이 모습에 함께 기뻐해줘야 함에도 속물스러운 엄마인 나,
' 오메, 어째야 쓰까... 스마트폰 사주면 달달이 나가는 요금은..? 괜히 스마트폰 사준다고 약속을 했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니 작은아이의 기대만큼 활짝 웃으면서 함께 기뻐해주는 엄마의 표정이 나와주지가 않았다.
달달이 나가야 하는 스마트폰 요금도 걱정이지만, 규칙은 정하겠다고 했지만 카톡이다 게임이다
하면서 주구장창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니, 시험점수 잘 받아서
기쁜 마음보다 걱정 먼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본인 기대만큼 기뻐해주지 않는 엄마의 제스처에 서운해 하는 작은 딸,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엄마의 만행(?)을 고자질을 했다. 딸이 열심히 공부해서 평균97점을 받았는데 엄마는 스마트폰 사줄 생각에
돈 걱정 하르랴 별로 기뻐해주지도 않는다고... 아빠에게 일러바치고 있었다.
2주일전에 이미 시험이 끝난 큰 아이가 걱정되었다.
큰 딸은 목표한 점수를 받지 못해서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아도 되는데
작은딸은 약속한 점수를 초과했으니 약속한대로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데
그리 되면, 약속한거니까 큰 아이는 못 갖는 스마트폰을 작은아이만 사줘야 하는거다.
당연히 큰 아이는 자신이 약속한 점수 못 이루었으니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는 것을 감수해야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러겠는가.... 남편도 나도 그래서 큰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다독거려줘야 하나를
걱정하게 되고,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둘 다 공평하게 그냥 스마트폰을 사줘 버릴까?를 고민했다.
약속한 점수를 받지 못하면 당연히 약속받은 선물은 포기해야 하는게 정답이다.
나중을 생각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세상사는게 만만치 않고 최선을 다했어도 때론 결과로만 평가받는 경우가 있고,
그 약속이라는 것도 서로가 합의하에 이루어진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약조건대로 목표를 달성한 작은아이에게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거다.
작은아이도 엄마의 약속을 다짐 받기 위해, 이모와 본인의 핸드폰에
" 2012년 6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서술형 시험에서 평균 95점을 달성하면 스마트폰으 사주겠다"
는 나이 목소리로 녹음한 음성을 철저하게 보관을 했고, 이모와 이모 아들을 증인으로 삼기도 했던 아이였다.
혹시라도 엄마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까봐 그런 철두철미한 준비까지 했던 작은아이였다.
작은아이는 시험 결과를 받고 감정이 격해져서 울었다고 한다.
그리 간절하게 갈망했던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고
그런 작은아이의 모습에 친구가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작은아이만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그 격한 감동이 더 컸던가 보다.
에고..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울컥 했다. 울 정도로 스마트폰을 갖고 싶었나 싶어서...
하지만,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나...
수학학원 선생님이 다시 백분율로 계산한 결과, 평균 95점이 되지 않는다는 참담한 결과가 나온거였다.
전화를 한, 작은아이 목소리가 어찌나 풀이 죽어 있던지.... 울먹이며 고백을 했다.
"엄마... 저... 95점 안되요 94점이래요..... 그러니까 저 스마트폰 안 사주셔도 되요.."
갑자기 높임말을 사용하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작은 딸....
몇 시간전까지만 해도 들떠서 붕붕 날아다닐 것 같은 작은 딸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마음이 독하지 못한 엄마인 나,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괜찮아... 혜미야. 우리 딸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엄마가 알잖아..
그래.. 이번에 언니랑 둘 다 스마트폰 사줄께~ 울지마. 시험 성적따위가 뭐라고 울어, 울지마~ 우리 이쁜 딸.."
해서는 안되는 약속을 그렇게 내뱉어버리고 말았다.
"아니예요. 엄마.. 제가 약속을 못 지킨거니... 안 주셔도 되요.. 엄마도 요즘 많이 어렵잖아요..
저 괜찮아요... 제가 감수할께요... 제가 못한거니까요.."
어색한 높임말을 계속 사용하면서 잔뜩 주눅이 든 목소리를 내는 작은아이의 연기력(?)에
독하지 못한 엄마인 나, 껌벅 넘어가고 말았다.
사주겠다고, 언니랑 둘다 사줄테니 그딴 일로 울지마라고.. 재차 스마트폰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해버린 엄마가 되었다.
"그러면 제가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앞으로는 엄마 말도 잘 듣고, 엄마한테 소리도 안 지르고
착하고 예의 바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어린이가 될께요.. 엄마, 정말 정말 고마워요..."
여우 같은 딸에게 속아넘어간 듯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이런식으로 가르치면 나중에도 우리 엄마는 마음이 약해서 내가 슬퍼하면
내가 부탁한 것은 다 들어준다라는 생각을 하는 딸이 될까봐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이런 작은아이와 다르게 큰 아이는 그 어떤 술수(?)을 쓰지 않는다.
약속한 점수 못 받았다는 걸 아는 순간, 짜증을 좀 내다가 바로 체념을 했었다.
그리고 다음 기말고사때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체념어린 말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큰 아이는 어떤 면에서 융통성이나 술수(?) 따위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반면,(야단맞을때도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음)
작은 아이는 안 그런다... 야단을 맞을 때도 잘못했다고 적극적으로 빌면서 내게 안기는 아이였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핑계를 대지 않았다. 엄마가 젤로 싫어하는 게 거짓말 하는거랑, 잘못하고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이유를 대는 것을 젤로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향이 참 다른 두 아이,
약속을 했던 점수를 받지 못했는데도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한 나의 행동을
훗날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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