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남자친구의 카톡대화내용

2013. 2. 24. 11:47★ 나와 세상

 

 

 

 

 

 카톡을 설치하지 않고 지냈다. 상대방이 말을 걸면 답변해줘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성격상, 그런 대꾸에 답변을 안하면 밥 먹고 소화가 안되는 사람마냥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두 딸들이 가끔 카톡을 시작하면 30분을 훌쩍 넘기는 걸 보면서 화딱지가 난 경험이 많았기에

엄마로서 내가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면 안된다는 교육적인 차원에서 카톡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에  작은아이가 내 핸드폰에 카톡을 설치해줬다.

 

카톡 설치로 친구들에게 가끔 카톡이 오긴 했지만 5분이상 대화하지 않는 철칙을 지켰다.

그러던 엊그제 작은아이와 저녁을 먹고 있을때 였다. 카톡 메세지를 알리는 벨소리가 들렸다.

냅뒀다. 작은아이가 내 핸드폰을 확인 했다.

"엄마, **이가 누구야? "    "몰라"

"카스에 올라온 사진들 보니까 아저씨 같은데... 엄마 남친이야?"     "뭐? 엄만 남친 같은 것 없어.."

 

 

작은아이가 내민 내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서울 모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중인 남자동창생이었다.

"아.... 애... 맞아, 엄마 동창인데 남친는 아니다. 냅둬... 대꾸 안해도 되..."

여고를 나온 내가 남자동창이 있다는게 내 성격에 어려운 일인데 이 남자동창은 좀 특별한

사교성을 가진 남자인지라 유일하게 내 이름을 함부로, 그리고 편하게 부르는 남자동창생이었다.

반갑다 보형아... 라는 간단한 인삿말이었다.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대꾸하면 그 뒤의 대화가 이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톨게이트 수납사원으로 근무하던 때에, 내가 근무하고 있던 부스로 지나가던 운전자로

우연히 나랑 한 번 마주친 남자 동창생이었고, 그 동창이 내게 내민 명함을 엉덜결에 받았고

가벼운 접촉사고 때문에 2008년도즘에 전화통화를 한 번 한게 전부였던 동창생이었다.

그러다가 그 남자동창의 자기 둘째(?)아이 돌잔치와, 부모님 칠순을 알리는 단체 문자 한 번씩을

받고 답장을 안 했던게 그 친구(?)와의 가장 최근 인연의 전부였으며, 이 모든 사실을 남편에게 고지했던 나였다.

 

 

나는 결혼후에는 내 남편 외에는, 외간 남자로 분류되는 남성과는 개인적인 만남은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지나치리만큼 나는 그런 면에서 남편에게 투명해야 하고, 쓸데없으리만큼 일일히 보고를 하는 아내였다.

왜냐하면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들의 만남이 추접하게 흘려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시대에 살다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배우자에 오해 받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창이든 친척오빠든간에 남편 모르게, 혹은 내 남편이 동석하지 않는 만남은 절대로 갖지 않는 아줌마로 이제까지 살았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작은딸은, 엄마의 남자친구의 대해서 지나친 호기심을 보였다.

"엄마, 답장해줘야지.... 엄마도 남자친구도 만나고 해.....응.. 내가 대신 답장할께.. 그래 반갑다, 누구야...라고 할께"

시들하고 귀찮아하는 나와는 다르게 내 작은딸은, 지루하고 지나치게 재미없이 사는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나보다. 그 때부터 내 핸드폰은 계속 내 작은 아이의 손에 들려 있었다.

얼굴 한번 보자는 남자동창생의 단순한 인삿말에도 나는 조금 예민하게 반응했었다. 

 

 

 

                              <올1월 여고친구들 만남에서 찍은 사진>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가 뭣하게 둘이만 만나? 난 외간남자 만날일이 없으며 정 얼굴 보고 싶으면

니도 니 마누라 데리고 나오고, 나도 내 남편 데리고 함께 만나자...근데 그렇게 해서 만날 정도로 우리가 편하고 친한 사이니?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아줌마다.

내 얼굴이 왜 궁금한데? 늙고 주름진 아줌마 동창생 얼굴이 왜 궁금한데?

유난히 사교적인 그 남자동창은 그저 편하게 한 말인데도 난, 그렇게 까칠하게 대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입술을 비트는 내 작은 딸....

" 엄마는 쯧쯧.....하여튼 잼 없어.... 아빠는 안 그럴거야.. 아빠는 여자친구도 아마 많을거야..

엄마도 좀 아빠말고 남자친구도 만나고 좀 그래봐...." 이런 말을 하는 작은 아이 맞는 말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게 안되는 아줌마다. 결혼한 아줌마인 내가 총각이든 유부남이든 밖에서

내 남편이 없이 외간남자를 만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깔끔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내 남편이 옆에 있으면 괜찮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직장동료나 상사와의 가벼운 악수를 하는거나, 회식때 술을 따르는 행동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앞뒤 꽉 막히고 직장동료들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인정해주는, 회사사람들이 추천해줄 만큼 우수사 원으로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나는 모범적인 직원이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남자 여자 구분을 어느선까지 정확히 했던 것일뿐..... 하지만 이런 나의 사고방식이 내 딸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가벼운 인삿말로 얼굴 보자는 말을 건넸던, 내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유일한 남자동창은 무안했을 것이고, 두 번 다신 내게 연락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