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3. 10:19ㆍ★ 나와 세상
남편이 주먹으로 쳐서 망가져 있는 우리집 화장실 문짝을 어제서야 보고 엄마가 물으셨다.
"이거 김서방이 술마시고 때려부셨냐? "
"아니, 보미 아빠가 술쳐묵고 왔길래 내가 열뻗쳐서 발로 몇 번 차버렸더니 그렇게 되버리대..."
"오메, 미친년, 니 같은 성질머리 가진년을 그래도 마누라라고 델구 사는 김서방이 난 사람이긴 난 사람이다.. 쯧쯧.."
엄마는 나의 그 대답을 그대로 믿으셨다.
그 전에도 나는 매번 그런식으로 남편의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늘 내가 남편에게
저질렀던 만행들만 나불대고, 남편이 내게 저지렀던 만행들은 철저하게 함구했기 때문이었다.
술을 좀 좋아하고, 돈 버는 능력이 좀 부족할 뿐, 성질머리는 어디 내놔도 좋은 놈이라고,
철이 아직 덜 들긴 했지만 그래도 김서방이라도 되니 니처럼 성질머리 더런년 성질 다 받아주는거라고,
니 애비 닮아서 원리원칙 따지고, 별의별 것들을 다 적어놓고 숨통을 조이는 니년에게 성질 한 번 내지 않는 놈,
잔소리 많고 바가지까지 박박 긁어대면서도 니만 잘났다고 염병 지랄을 떨어도 허허거리면서 웃고 넘길 줄 아는 놈,
못된 것만 나를 닮아서, 자다가 부스럭 소리만 들어도 금방 잠이 깨는 예민한 니 년을 아직도 변함없이 좋아해주는 놈,
여하튼 니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 만큼은, 한결 같아서 너한테는 아직도 잘하고, 니 말은 잘 듣는 마음 착한놈,
그런 놈이 내 남편이라고 확신하고 계시는 친정엄마의 생각은 내가 갖게 했었다.
수술한 장모님 찾아뵙는 것도 챙길 줄 모르는 남편놈에게 , 출근길에 병실 한 번 들러 장모님 얼굴 한 번 뵙고 가라는것도 내가 시켰고
퇴원하신 날, 동생집으로 가신 날 밤에도, 저녁을 먹고 장모님 얼굴 한 번 뵈러 가자고 저녁산책가자고 했더니 쫄래쫄래 내 뒤를 따르던 남편놈,
그 남편놈이 불편할까봐서 동생집에서 머무는 시간도 1시간을 채우지 않고, 내가 먼저 집에 가야겠다고 일어섰었다.
그 두 번의 행동만으로도 울 엄마는, 김서방이 돈 버는 능력이 탁월하지 못할뿐, 사람 좋고, 착한 사위라는 확신을 갖게 되셨다.
서방한테 이쁘게 보일려고 립스틱을 바르고 나선 나를 보고, 세상 남자들
다 바람펴도 니 서방은 너 놔두고, 절대로 바람 같은 거는 평생 안필 남자라고....
말씀하시던 친정엄마의 말씀에, 쓸웃음이 나기도 했었다.
집안의 모든 경제사정과 나쁜 것들은 다 딸인 내가 부실하고 알뜰하지 못해서, 내 성질머리가 더러운걸로
마무리를 해서 친정엄마에게 말하는 큰 딸인, 나, 분명히 천하의 나쁜 딸이겠지만 남편에게는 그런 내가 고맙고 좋은 아내일 것이다.
남편도 양심에 찔린다고 말하면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용납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니 조용히 있으라고 협박했었다.
이번 검사 결과도 엄마에게는 대충 둘러댈 것이다.
엄마는 내가 받은 조직검사도 정확히 뭔지 모르신다. 알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남편이랑 사는 날까지는
친정엄마가 내 남편을 착하고 좋은 사위놈으로 생각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딸은 성질머리 더런년인데도 그런 딸을 여전한 모습으로 아끼고 좋아해주는 순박한 사위가
고맙다는 생각을 친정엄마가 갖고 사시는 게, 내 마음이 훨신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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