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8. 12:05ㆍ★ 나와 세상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요?
새로 시작한 문예창작학과 강의를 들으면서 새 희망에 들떠 있던 제게
현실은 참으로 가혹한 것 같습니다.
나쁜 생각을 안하고, 담담하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순간순간 눈물이 나네요.
자신에게 나쁜일이 생기면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뭔 천벌받을짓을 했더라? 라는 생각을 한다지요.
2주전에 남편의 금전적인 사건때문에, 1주일동안 떨어져 있던동안 받았던 제 암검사중에서
이상소견이 보인다는 문자를 받고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며칠전에 받은 친정엄마의 수술이 잘되서 회복되시면 그 때 방문하려고 했는데, 막내동생이
빨리 다녀오라고 해서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궁경부에서 암 전단계인 이형증 3단계에 해당되는 세포가 발견되었다고 원추형 절제수술을 당장 받아서 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형증 3단계면 상피내암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도 의사선생님에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진료실을 나올때까지도 믿기지 않는 사실에, 눈물따위도 나지 않았고, 세심하게 설명해주는 의사선생님에게
제대로 질문은 하나도 못한채 진료실을 나섰습니다.
그리곤 수납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이 기막힌 사실이, 내게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지하면서 울컥울컥 했습니다.
전 살면서 아직 몸에 칼을 댄 적도 없었고, 자잘하게 아픈 적은 많았지만 "암" 이라는 병 같은 것에 걸릴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이 없었습니다.
가족과 상의해서 수술날짜 잡으라는 의사선생님 말씀을 생각하면서, 친정엄마가 입원해 계시는 병실에서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다 집에 왔습니다.
제가 딸 이긴 딸인가봅니다.
이 기막힌 사실을 친정엄마에게 절대로 알리면 안된다는 강한 신념에
2박3일동안 엄마의 말동무를 잘해드렸고, 엄마의 수술경과도 좋으시고 오늘은 모시고 외래통원치료를 다녀올겁니다.
울 엄마, 이제까지 늘 가난하고 못사는 딸년 때문에 짠해 하셨는데, 그 딸년이 암이라고 하면 아마.... 쓰러지실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제가 그래도 생각보다 나약한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친정엄마를 퇴원시켜드리고 점심을 차려드리고 저는 동생과 함께 수술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원추형 절제수술"을 하고도 1주일이 지나야지만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마냥 미룰 수가 없어서, 두 동생의 강요로 수술일정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친정엄마에게는 나라에서 하는 건강검진들도 해야 하고, 그 중에서 무슨 조직검사까지 하고, 영양제까지
맞고 오르랴 시간이 많이 걸리거라고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그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시는 친정엄마는 수술받고 들어선 제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희정이(용인사는 제 둘째동생) 집에 가려면 캄캄해지는데 꼭 오늘 그 검사를 받아야 했냐고...
그냥 잔소리 듣고 말았습니다. ^^*
수술실에 실험용 쥐가 된양, 드라마에서나 봤던 조명등과 제 심장박동소리 맥박소리가 들리는 각종
기계들 소리를 들으면서 누워 있자니, 그 때서야 제가 처한 현실이 분명하게 다가오면서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전 강한 사람입니다. 수술실 들어설때까지도 눈이 벌개진 동생을 보고 모른 척 하면서
18시간 넘게 물한방울 넘기지 않고도(원래는 8시간만 금식하면 되는데 식욕이 없어서~ ^^*)
부축여 주는 간호사의 손길을 뿌리치니, 간호사가 웃으면서 한 마디 하더군요.
"환자분이 보호자분보다 훨씬 씩씩하시네요.."
170키에 46키로 아줌마가 수술대 위에 올랐고 4명이나 되는 간호사들이 제 양손과 양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습니다.
소독약도 바르고.... 마취를 시작하기전 저를 수술하시게 될 미남형의 의사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면서
환자이름을 확인하는 걸 보고서 저는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포도당 링겔 주사바늘을 제 손목에 꽃을때도 혈관이 너무 가늘어서 간호사들이 제 팔에
5군데가 넘는 바늘 자국을 남겨줬지만,화를 내는 동생보고 냅두라고 말렸습니다.
그리고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에 들린 화장실에서도 휴지통의 휴지들을 발로 눌러주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지들을 휴지통에 넣었습니다.
변기도 휴지로 한 번 다시 닦아주고, 제 뒤에 그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어떤 여자환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제가 수술실에서 마취가 되기적전에 눈물이 솟아오르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어쩔 수 없이 눈가가 젖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니 여전히 수술실입니다. 그 곳에서 1시간을 머물다가 회복실에 들어서서 동생의 얼굴을 봤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동생이랑 수다를 떨었습니다. 언니는 다 마음의 병때문일거다. 암은 절대로 아닐거라는 동생의 위로의 말도 듣고..
어지럼증 때문에 3시간을 더 머물다가 집에 도착하니 밤8시가 넘고 말았습니다.
남편,,,에게는 수술한 날 말했습니다.
남편.... 아무말 못하고 그냥 암 아닐거다... 라면서 더 이상의 말은 잇지 못했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남편은 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류철에 정리되어 있는 보험증권들을 찾아봤습니다.
의료보험공단에 전화해서 암환자들의 치료비가 보장되는지도 알아봤습니다.
남편의 보험만 잔뜩 들어놓은게 후회가 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제 암보험도 있고, 실비보험도 있으니
저희 가정경제에 보탬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못쓸 생각도 했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해보니 남편은 철저하게 남처럼 느껴집니다.
젤로 걸리는 것은 그 동안에 봐왔던 수 많은 드라마속 내용처럼 제 아이들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죽으면 제 아이들을 남편이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내 이쁜 딸들이 바르고 이쁘게 자랄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 도저히 눈물이 참아지지가 않습니다.
아직 암이라는 진단도 안 나왔는데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제가 그동안 느끼던 몸의 증상들이
말기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랑 너무나도 일치해서,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정기검진을 늘 해오던 제가, 이 곳 부천으로 이사와서 왜, 암 검사를 하지 않았는지 뒤늦은 후회만 가득합니다.
결혼 하고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지내는 요즘, 처음으로 엄마의 세 끼의 밥상을 차려드릴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울 엄마,.... 생각하면... 저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서 혼자 소설도 여러편 써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고....... 그리고 블로그로 저와 작은 인연을 맺은 분들에게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는게 바쁘고 힘들어도,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꼭!!
꼭!!!!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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