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3. 06:00ㆍ★ 부부이야기
남편이 밖에서의 술자리를 일체 하지 않는 생활이 두 달 가까이 하고 있다.
지난 친정에서의 가족들 식사자리에서도 소주 반병으로만 마무리를 했고,
지난 시아버님 기일날, 가족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술을 일체 입에 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남편이었다.
앞으로 평생 그리 살겠다는 남편의 귀가시간도 대부분이 자정이전으로 빨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상기된 얼굴로 현관을 들어선 남편이 아이들 몰래 나를 작은방으로 끌고 갔다.
그러더니 잠바 안주머니에서 종이 뭉치같은 걸 꺼내더니 조용조용히 소곤거렸다.
"자기야. 이거 받아, 내가 오늘 하루 일해서 번 돈이야.... 자....1억이야!"
그 봉투를 내밀면서 남편은 내게 기대했을 것이다.
입이 함지박해지고 기뻐서 어쩔줄 몰라하며 크게 놀라는 아내의 모습을.
난 그걸 알면서도, 남편이 원하는 연기를 해주지 못했다.
" 회사 돈을 왜 집으로 가져와? 쓸데없이....." 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순진한 남편이 물었다. " 안놀래? " " 그 돈이 무슨 돈인지 아는데 쓸데없이 뭣하러 놀래..."
마누라인 내가 적당히 놀래주면서 오버스러운 액션도 좀 취해줬어야 했는데 난, 그걸 해주지 못했다.
그럼 그냥 1억이라는 돈을(돈도 아니고 수표였는데) 한 번 손으로 만져보기라도 하란다.
그런 남편의 모습이 짠해지면서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남편이 가끔 하늘에서 돈 벼락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가끔 할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난 가차없이 면박을 줬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지 말라고, 복권이든 우연한 행운으로 얻어진 돈은 다 불행의 씨앗이 되는법이라둥
교과서적인 설교조의 잔소리로, 남편의 잠시잠깐의 환상을 철저하게 밟아주는 아내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남편의 농담에 호응해줄 줄도 몰랐고, 모든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병적인 부분이 있던 아내였다.
남편이 종종 말한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당신에게 한 번즘은, 돈다발을 확 뿌리면서, " 옛다. 돈... 맘껏 써봐라... "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 남편의 농담에 나는 바로 정색하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당신에게 돈돈 하는 속물스러운 아내였어?.." 하며 급침울해지면서 나의 대한 반성을 시작한다.
만약 출처가 정확치 않는 큰 돈을 남편이 내 손에 쥐어준다면 난, 의심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추궁해서 출처를 알아낼 것이다.
나도 돈, 좋아하는 그저그런 아줌마지만, 출처가 정확치 않거나 상식적인 돈의 액수가 아니면 절대로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서민들도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뜻밖의 행운으로 얻게 되는 큰 돈은 분명히 불행의 씨앗도
함께 우리가정에 함께 가져올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나의 틀에 박힌 연설들을 늘어 놓아도 남편은 지금도 바란다고 했다.
그래도....... 살면서 한번쯤은 마누라에게 천만원이든 1억이든 돈뭉치를 선사하며 큰소리 한 번 뻥뻥 ~~ 쳐보고 싶다고~~~
그게 남편의 소원이라는데 거기다 대고 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냥 그러고 싶다는데.... 그래보고 싶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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