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하다는 말, 맞는 말 같다

2013. 4. 23. 08:06★ 부부이야기

 

 

 

 

수술부위가 아문 다음, 다시금 이루어진 세포검사와 바이러스 검사날에는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지난 진료일보다 더 많은 환자들로 북적이던 국립 암센타 대기실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여전히 국립암센타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면, 손에 땀이 나고 긴장이 된다.

담담하고 아무렇치 않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나 역시,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진료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손발이 저려오고 자꾸 소변이 마렵고 머리가 아파오는 그저그런 보통의 여자였다.

그런 내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은, 그런 나보다 더 겁먹는 모습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암도 아닌 병이고, 나 같은 경우에는 예후가 좋은 상피암 시점에 발견된거라서 운이 좋은편인데도

아직도 "암"이라는 병명이 붙어 있어서인지, 아니면 국림 암센타 분위기 때문인지 나도 어쩔 수 없이

진료실 앞에, 다른 암환자들과 함께 앉아 있다보면 저절로 긴장이 된다.

남편이 먼저 손이라도 잡아줬으면 하고 바랬는데...... 되려, 내가  소리나게 침을 삼키고 있는

남편의 손을 잡아주면서.." 자기야.... 괜찮을거니까 그렇게 겁내지 마..." 하고 웃어줄 수 밖에 없었다.

겸연쩍게 웃는 남편은 나보다 더 겁쟁이었고 더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병원진료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세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버스 한 번을 더 갈아타고 집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시험기간인 두 딸들이 배고프다고 간식을 챙겨달라고 해서

일요일날 친정에서 가져온 떡볶이 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어서 작은아이와 작은아이 친구를 챙겨줬다.

김치볶음밥을 해달라는 큰 아이에게는 스팸과 김장김치를 볶아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줬다.

시골 다녀온 휴우증인지 내내 머리가 아팠지만, 두 아이들이 학원을 갈 때까지

쉬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집안일을 했던 것 같다.

 

 

시어머님이 또 전화를 하셨다.

나의 안부를 물으셨지만, 그 이면에는 이번 주 일요일에 있는 시아버님 제사때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나........전 괜찮다고 말하고 어머님 건강이나 챙기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때부터 다시금 시작되는 어머님의 하소연을 들어야만 했다.

며느리 눈치를 보시는듯 하시지만 여전히 변함이 없으신 울 어머님에게 50만원도 이번 아버님 제사때 돌려 드릴 것이다.

내가 부쳐준 30만원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큰 시누에게 당부했다. 어머님에게는 절대로 30만원 받았다는

애기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시누에게 부쳐준 그 돈 30만원도 분명히 울 어머님이 뺏어 가실거니까....

막내시누 집들이에 사용할 20만원은 빼놓고... 결혼하고 처음 시어머님에게 받은 돈 100만원도 이렇게 난,

기여히 전부 시댁식구에게 돌려주는 며느리가 될 것이다. 이런 내 성격 나도 맘에 안 들지만 그게 내 맘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