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엄살을 부릴줄도 알아야 한다.

2013. 7. 22. 07:52★ 나와 세상

 

 

 

 

3월 초,  자궁상피세포이상으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자궁경부암일 수도 있다는 말에도  담담한 척 하려고 했었다.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릴 때도 말기만 아니면, 뭐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내 상태를 알고 있던 남편과 동생에게도 꿋꿋한 아내인 척, 언니인 척 연기를 했었다.

맘 속으로는 수 없이 별의별 상상을 했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치도 않는 척 했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아프다는 말과, 몸의 작은 증상에도 호들갑을 떨며 큰 병이지 않을까

유난을 떨던 시어머님의 모습에 질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병을 담보로 주변 사람들에게 약한 척, 나를 동정하며 나를 위로해달라는 식의 모습에

질려서 나는 절대로 그런 나약하고 피곤한 사람은 되지 말자는 허영심(?)때문에 그랬다.

내 건강에 이상이 생긴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기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징징대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피암 진단에 이어 가슴 혹제거 수술까지 겹쳤을 때는 겁도 났지만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결혼해서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다 허망하고 나만 희생했다는 생각에

남편이고 시어머니고간에 날 건들리기만 하면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다.

머리로는 이런 병에 걸린게 내 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모든 원망을 남편과 시어머님에게 하고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참았다. 꾹꾹 눌러 참고 어머님에게 괜찮습니다.... 암도 아닌데요 뭐.. 아프지 않습니다. 죽을병 아닙니다. 라고만 했었다.

 

 

 

 

 

마누라가 죽어서 홀애비가 될까봐  눈물까지 짜며 밖에서의 모든 술자리를 피하던 남편이었다.

애미 너 없으면 나는 못산다. 내가 다 미안하다...용서해라...라는 말로 흐느끼는 모습까지 보이시던 시어머님이셨다.

7월 4일, 경부암 검사에서 깨끗하다고 결과가 나왔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다시금 남편은 긴장이 풀리면서 슬슬 밖에서의 술자리를 해야 하는 이유들을 내게 설명을 하고 있다.

몇 개월동안 아프다. 돈 없다는 말씀을 자제하시던 어머님이 다시금 내게 또 돈 이야기와 아프시다는 말씀을 하기 시작한다.

 

 

어제 시댁을 다녀왔다.

시동생이 돌아오고 나서 두 딸들이 아직 삼춘을 보러 간 적이 없어서 조카 보여주러 간 것이다.

4년만에 내 딸들을 보는 시동생, 너무 놀랜다. 넘 많이 컸다고....

시댁에 도착해서 3시간 남짓만 머물다가 시댁을 나섰다. 어머님이 너무 서운해 하셨다.

결혼하고 처음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시댁에 머문 시간이 그리 짧았던 적은..........

 

 

남편이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갈비뼈를 다쳤다.

병원에서는 뼈에는 이상은 없지만 2주정도는 통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부터 남편은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좋아하던 축구도 2주정도를 못했다.

좀만 움직여도 아프다면서......... 참말로... 엄살도 집안 내력인가 싶었다. 그런 생각 안할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축구를 다시 시작했으면서도 갈비뼈가 아프다면서 집에 오면 어린아들처럼 군다.

 

 

 

 

 

 

153센치정도의 키에 58키로 체중을 가진 71세이신 시어머니,

170센치정도의 키에 48키로 체중을 가진 44세인 며느리.

드시던 혈압약도 끊으셨고 허리 통증도 사그라 들었다는 어머님의 건강상태를 큰 시누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며느리  앞에서는 다시  많이 아프시다는 말씀만 하신다.

막내시누가 우리에게 올 여름휴가때  어머님을 모시고 바닷가로 놀러가자는 말을 했다.

 

나도 조금만 아파도 아프다고 징징대면서 시어머님과 남편을 질리게 하고 싶어진다.

힘들고 아파도 괜찮은척, 허영을 부리는 짓도 더 이상은 안하고 싶다.

다 나아도 나았다는 말도 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고 추척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남편과 어머님 입에서 엄살 좀 그만부리라는 말이 나올때까지  징징대볼까?

사람 마음이 어찌 그리 간사한지.... 미안하다면서  질질 짜던 사람들이 또 이렇게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다니... 나도 그런 사람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