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다운 교육이 필요하다

2013. 10. 2. 12:10★ 아이들 이야기

 

 

 

 

" 오늘로서 여러분은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이제 철없는 초등학생처럼 마냥 까불거나

장난만 치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이제는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고등학교, 나아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

한국의 어느 중학교 입학식 때 교장선생님이 중학교 1학년들에게 했던 말이다.

 

"너희가 몹시 떠들어서 내가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을 중단했는데 내 뜻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해주니 고맙구나. 지금까지 너희는 초등학생이었고, 이젠 김나지움(한국에서 중학교)

학생이 된다. 김나지움 학생이 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더 재미있는 공부와 활동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지식을 배우게 되고 , 같이 먼 여행도 가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많은 학생과

교사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가면서 같이 협력하고 생활하는지를 배우게 될 거라는 점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면 그건 외롭고 재미없는 일이다. 너희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이 학교보다 작은 학교이고, 그에 비해 이 학교는 훨씬 크다.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차이와

갈등을 겪게 될 것이고, 그것을 잘 조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너희가 내가 목 아프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도록 내 뜻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해준 것처럼 말이다. 오늘 너희의 행동을 보니

벌써 김나지움 학생이 된 것 같다."

독일 김나지움(중학교)입학식날, 신입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이 했던 말이다.

또 다시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자리에 이던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학생의 필기성적이 만점이어도 수업시간 발표나 조별활동에 협동하는 태도가 부족하면 최고점수를 주지 않는다.

시험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다른 학생들과 관계와 집단활동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이를 문제시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최고점수를 받으려는 아이는 절대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게 기여하지 못하는 아이의 사고력이나 지식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설령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아무도 그걸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학교는 아이들 모두 같이 이야기하고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는 곳인데 혼자 몰래 공부 해가지고 오는 것은

비겁한 짓이며, 친구들과 교사를 믿지 못하는 행동으로 여긴다. 혼자 공부를 할거면 학교에 오지 않는편이 낫다고

말한다. 학교는 서로 도와가며 배우는 공간이지 자기 능력을 뽐내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독일의

교육방식이 참 부러웠고 내 아이만 생각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한국보다 훨씬 개인주의적인 사회이면서도 연대의식이 매우 투철한 독일인들을 보면 어릴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협동, 책임, 연대 등의 가치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월급의 50% 이상을 세금과 사회보장

기금으로 납부하는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학교 축제가 열려 부모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망할놈의 연대의식때문에 정말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불평을 하는 한 의사 아빠가 있었다.

더욱이 통일 이우 게으른 동독 놈들 진 빚도 갚아줘야 하니 이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아이 엄마가 한 마디 했다.

그 망할놈의 연대의식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오로지 돈만 알고 자기 혼자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환경보호 의식도 가지고 봉사도 하고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그 의사도 웃으면서 "그런 당신 말이 맞아요. 우리 애들이 남이야 어찌 되었든 나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백 배 낫죠" 라고 말했다.

작은동네에서 제법 잘 사는 유명의사와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 후 슈퍼 카운터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평범한 주부가 연대의식에 관해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 책, 대한민국 부모 "공부는 서로 도와가며 함께 배우는 것" 중에서-

 

독일도 이런 저런 사회적인 문제가 많겠지만 독일교육의 목표가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고

연대의식을 중요가지로 삼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교육 목표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우수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강조하고 칭찬을 한다.

겉으로는 인성이니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성적에서 뒤쳐지는 아이가

연대의식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기는 커녕 지 앞가림도 못하면서 나선다고 한심하게 여긴다.

내가 좀 더 손해보고, 좀 불편하다고  해도 그 길이 우리 중 누구도 덜 불행하게 하고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길이라면, 그 길이 조금 느리다고 해도 그 길을 선택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우리들에게 사라져가고 있다.

 

 

 

 

 

나도 두 아이들에게 공부 공부하는 엄마는 아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재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내 아이들이

지네들이 알아서 일단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길 바라는 마음은

여느 대한민국 부모와  똑같다.

겉으로는 천박하게 공부만 살 길이다.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강제로 학원으로

밀어 넣치 않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에서 더 간교하게 아이들의 성적에는

초월한 엄마의 가면을 쓰고 아이를 조종하고 싶어하는 엄마인 것이다.

엄마는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건강하고 착하고 바르게만 자라줬으면 한다고

깨어 있는 엄마인 척 하지만, 실상 나는 드러내고 공부공부 하는 엄마보다 더 비겁한 엄마인 것이다.

 

 

요즘 두 딸들의 중학교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다.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볼라치면 나도 모르게 속이 터질 것 같다.

전문가들과 서점에서  터득한 정보로 차분하게 대처하는 엄마인 것처럼 굴지만

내 실제 마음은 전혀 그렇치가 못한다.

이런 때엔 친구가 권해 준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잠깐 동안은 나 자신의 부모로서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돌아보게 되지만, 이 또한 시간 지나면 또 잊혀질 것이다.

부모의 역할을 부보와 가정에게만 떠넘기는 체계에서 이제는 사회에서 정부에서 함께

나서서 이론과 입으로만 떠드는 제도와 기술가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아니 우리 인간이 진정 추구해야

하는게 무엇인지 우리 부모들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더 고민해볼 수 있어서 나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