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0. 10:05ㆍ★ 아이들 이야기
* 개가 되고 싶은 사람들
그는 거나하게 술에 취해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 많이 늦었던 터라 다들 자는지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잠에서 깬 아내만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나와 날선 목소리로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좋다고 뛰어와 안기는 놈은 기르는 몰티즈 두 마리밖에 없었다. 개들은 신나게 뛰어와 주변을 맴돌며 재주를 부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랐다. 그 중 한 마리를 먼저 안았다. 그러자 다른 한 마리가 자기도 안아달라고 다리에 올라타고 난리도 아니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판에 버둥거리는 한 마리를 안고 또 한 마리를 안으려니 넘어질 것 같았다.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다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을 꽉 주게 되었다. 안겨 있던 개가 아팠던지 깨깽 하면서
발을 버둥거렸다. 그 서슬에 개 발톱에 얼굴을 할퀴었고, 깜짝 놀라 개를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옆에 있던 아내도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바닥에 떨어진 개가 죽은 듯 깨깽거리자
비명을 지르며 개를 안아 들었다. 그는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얼굴이 쓰리고 화끈거려 손을
대보니 피가 제법 묻어났다. 그런데 아내는 개를 안고 죽일 듯 그를 쏘아보며 " 술을 먹으려면 곱게 먹고 들어가
잠이나 잘 것이지, 괜히 주책 떨다가 우리 애기 죽일 뻔했다." 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방에서 자는 줄
알았던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나왔다. 떨어트렸던 개가 놀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본 아들은 아버지를
매섭게 놀려보며 " 아빠는 술 먹고 들어와서 웬 행패야?" 하고 큰 소리로 힐난했다.
아빠 얼굴에 난 상처도 보았을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오직 아픈 개 타령이었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서늘하게 식으면서 대거리할 마음도 생기지 않아 방으로 들어갔다. 대충 씻고 상처에 연고를
바른 뒤 밴드를 붙였다. 그 날부터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해 상담하던 오던 날까지 내내 그런 기분이었다.
' 저 개를 누가 번 돈으로 샀고, 누가 번 돈으로 사료 먹이고 접종시켰는데 왜 나는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을까?'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울적하게 가라앉은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단순히 울적한게 아니라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슬펐다.
갑자기 시골에서 계신 노모가 생각났다.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는 그저 아들 걱정뿐이었다.
일흔을 훌쩍 넘겨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은 분이 철철이 농사지어 수확한 것들을 꽁꽁 싸서 손자놈
잘 먹이라고 보내주신다. 힘든데 뭐하러 그런 거 챙겨 보내냐며 다음부턴 그러시지 말라고 하면
" 애들 먹이라고 농약 안 치고 지은 농사이니 잘 챙겨 먹여라" 고 당부만 하신다.
"애비 네가 건강해야 모두들 든든하게 마음먹고 잘 산다. 그러니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 며
늘 애틋한 목소리가 잠길 듯 말씀하시는 어머니였다.
이번에도 더운데 몸 상하지 않게 잘 지내라는 당부가 가슴 아팠다.
아들 목소리가 가라앉은 걸 눈치채고는 "어디 아프냐, 무슨 일이 있냐?"
고 몇 번이나 묻고, 괜찮다는 대답에 "정 말이지?" 하고 거듭 확인하셨다.
전화를 끊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가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상담을 하면서도 그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 책, 대한민국 부모 중에서 -
자식을 위해 부모의 인생을 희생했으니 자식은 부모에게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듯한 부모는 지금도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지금보다 더 집착했고 자식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그래서 자식의 성공을 위해 했던 자신들이 했던 뒷바라지를 자식을 통해 보상받고 싶어한다.
본인들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부모의 욕심이 자식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그에 비해 요즘 시대는 절대적인 가난에서는 벗어 나서 물질적으로는 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현재의 아이들은 요즘 부모들에게 결핍과 불안을 대물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채워 줄 수 없는 마음의 가난을 앓고 있는 것이다.
희생과 보상으로 얼룩진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떠나 인간사이의 관계는 결국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돈을 주고 받는 거래와 다른 이유는 때로 먼저 마음을 더 내어주고,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접기도 하는 어떤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 또 다른 ' 의미의 희생이라고 불러도 좋다. 마음의 희생말이다.
- 책 본문 내용 인용 -
요며칠동안 내가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내내 불편했다. 답답하기도 했다.
문제사례들만 묶은 책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지만 내용안에 등장하는 문제 엄마의
모습들이 내게도 존재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나치지 않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아이들을 구속하고 겉으로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일 뿐
진정으로 마음을 희생하지 않으려고 했던 엄마는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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