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8. 10:18ㆍ책,영화,전시회, 공연
지난 주말에 남편과 함께 영화 "관상"을 관람했다.
최첨단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씩 관상을 보거나 토정비결이라는 본다.
때로는 좋은 관상을 만들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상을 보는 전문가들마저 타고난 관상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 관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조선 문종, 단종, 세조(수양대군)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정승의 자리까지 오른 노인이, 자신의 말년이 목이 베일 운명이라는 예언을 했던
천재관상가 내경(송강호)에 관한 이야기를 하인들에게 들려 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노인이 아내와 딸들을 모두 잃었고, 네 명의 임금을 모셨다는 말을 통해 이 노인이
바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고자 역모(계유정란)를 도모할 때, 가장 많이 도왔던
책사 ‘한명회’라는 인물이라는 것은 영화 중반부에 알 수가 있다.
역적으로 몰린 사대부 집안의 자제였던 내경(송강호)은 세상을 등지고 처남 팽헌
(조정석)과 아들 진형(이종석)과 초야에 묻혀 살면서 관상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한양의 유명한 기생 연홍(김혜수)이 찾아와 양반들 관상을 봐주면서
돈을 벌라는 제안을 한다. 내경(송강호)은 관직에는 욕심이 없었지만 아들과 처남을 위해 돈을
벌려고 연홍(김혜수)의 기생집에서 관상봐주는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김종서를 만나게 된다.
당시 우의정이던 김종서(백윤식)는 범(호랑이)의 관상을 가진 충신이었고,
수양대군(이정재)은 이리(늑대)의 관상을 가진 폭군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병약한 형(문종)이 왕위에 있을 때부터 자신이 왕이 되려는 역모를 꾀하는
수양대군(이정재)은 국상(문종의승하)중에도 살생을 서슴치 않는 폭군이었다.
이런 시대에 관상가였던 내경(송강호)은, 김종서측에 서면서 수양대군의
수하들에게 여러차례 위협과 회유를 받게 된다.
영화 초반부에 내경(송강호)이, 처남인 팽헌은 목젖이 튀어나와
말실수로 죽을 수 있는 관상이며, 아들 진형(이종석)은 관직에 나가면 절명할
관상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영화 후반부에 나올 처남과 아들의 운명을 예고해주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내경의 아들 진형(이종석)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벼슬에 오른다.
그런 아들의 소신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경(송강호)은 수양대군에게 대세가 기우는 것을 보고도
김종서 편에 서서 수양대군의 역모를 막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수양대군의 책사였던 한명회의 술수에 속은 팽헌(조정석)이 내경(송강호)과
조카 진형(이종석)의 안전을 수양대군에게 약속받고 김종서측의 정보를
수양대군(이정재)에게 전하고 만다.
그로 인해 김종서는 수양대군측에 의해 죽게 되고 계유정란이 성공하면서, 수양대군은 왕위에 오르게 된다.
계유정란으로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내경(송강호)이 자신의 앞 날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내경의 아들 진형을 내경(송강호)의 눈 앞에서 활을 쏴서 죽게 만든다.
자신의 말실수로 조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팽헌(조정석)은 스스로가 성대를 자르고
내경(송강호)과 함께 다시 초야에 묻혀 살게 된다.
계유정란 이후, 한명회는 초야에 묻혀 사는 관상가인 내경(송강호 역)에게
기묘한 관상이라서 말년에 목이 잘릴 운명이라는 말을 듣고
평생동안 모든 인간관계에서 언행을 조심하며 살아서 살아생전에는 목이 잘리지 않았지만
죽은 후에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사(죽은 후에 무덤을 파 헤쳐 주검의 목을 베는 형벌)를 당하여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예언이 들어 맞는다는 것을 영화가 끝난 후, 자막을 통해 역사적인 기록으로 알려준다.
계란정란 이후, 수양대군이 내경(송강호)에게 한명회를 보내 불러들이려 했을 때
바닷가에 서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내경(송강호)이 한명회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난 파도만 보았소, 파도를 만들어 내는 건 바람인 것을’
부분적인 작은 것들만 보고 시대의 흐름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바로 눈 앞에 있는 현실만 볼 뿐, 멀리 시대의 흐름을 보려고 하지 않는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영화 중간에 '상은 변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관상은 변하며, 그래서 운명도 변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좋은 관상을 갖고 태어났다 해도 살면서 마음 가짐이 바르지 않다면
나쁜 관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 또한 좋은 관상을 갖기 위해 마음가짐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알고 현 정치판 돌아가는 형세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진지하게 볼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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