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하고 나서야 괴물을 이길 수 있던 소년의 이야기 "화이"

2013. 11. 15. 11:59책,영화,전시회, 공연

 

 

 

 

지난 달 10월 12일, 토요일에 남편과 영화 “화인<괴물을 삼킨 아이>”를 봤다.
<화이>는 잔인한 영화였다. 최근 한국영화의 추세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잔인한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많이 보였음에도 스토리 전개상
그럴 수 밖에 없었을거라는 이해를 할 수 있었기에 큰 거부감 없이 관람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화이(허진구)는 낮도깨비라는 악명높은 범죄집단의 5명들에 의해서   키워졌다.

석태(김윤석)를 리더로  5명의 아버지들은 화이에게 각자가 지닌 범죄기술(?)들을 가르쳤다.
화이는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학생도 아니면서 매일 교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순수한 소년이었다.

5명의 범죄자들에게 범죄기술을 배우면서도 화이는 그렇게 평범한 아이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화이의 진짜 아버지는 따로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석태(김윤석)의 고아원시절부터 시작된다.
화이의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은 같은 고아원 출신이었고, 석태와 화이의 친아버지 임형택(이경영)와의 인연은 

고아인 석태와 부잣집 도련님인 형택의 어린시절 부터 시작된다.
석태(김윤석)는 형택에 대한 열등감으로 형택이 좋아하던 여학생을 겁탈하고 훗날엔 형택의 아들인 화이까지 유괴한다.


자신을 키운 아버지들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어릴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괴물의 환상에서 벗어나지만
화이 자신은 석태(김윤석)가 원했던 괴물로 변하고 만다. 괴물의 환상에서 벗어남으로서

순수한 소년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내 기대를 져버리고 마는 결말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던 해피엔딩의 결말이 깨져버리자 짜증이 날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관객들 대부분은 나 처럼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길 바라는 것 같다.

 


 

유괴한 화이를 괴물로 키우려고 했던  5명의 아버지를 연기했던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감성균, 박해준의 연기는 연기본좌라 할 수 있을만큼 각자 다른 캐릭터들의 아버지들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임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들과 함께 주인공 화이역할을 맡아 연기했던 여진구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고 평하고 싶다.

드라마 “해품달” 에서의 여진구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속으로 저런 아들을 둔 부모가 새삼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낸 꼭 그렇게 잔인한 방법으로밖에 복수할 수 없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괴물로 변해가는 화이의 모습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너무 안타깝다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다.
주인공 소년, 화이가 결국엔 괴물이 되고마는 결말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화의 주제도 조금  무겁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나의 싸이코 기질 때문인지

악역을 맡았던 5명의 범죄자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마, 내 안에 그런 기질이 있지 않을까 의심마저 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막히는 긴장감의 몰입도는 올해 들어 내가 본 영화중에서는 최고였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 후에 나오는 히든 영상을 꼭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괴물로 변한 화이가 괴물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어서

그랬는지 극장을 나서면서 조금은 홀가분했던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전체가 한 마리의 커다란 괴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세상에서 살려면 나도 괴물이 되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나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세상에는 괴물이 아닌 좋은 사람들이 더 많기에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내가  점점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몹시 아끼는  관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 영화와 우리나라의 멋진 배우들이 자랑스럽다는 혼자만의 자부심으로 흐뭇해하기도 한다.

화이, 이 영화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를 기피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볼만한 영화라고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