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쟁이 남자와 글쟁이 여자

2014. 1. 6. 21:37★ 부부이야기

 

 

 

 

연말인 지난 달에는 술쟁이 남자의 폭음이 빈번했었다.

낼 모레면 오십줄에 접어들게 될 남자도 한 물 간 것 같다.

1,2,3차는 기본이던 과거(?)의 전적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나보다.

술 마신 다음에 숙취로 고생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술에 취해  알딸딸 기분 좋은 시간이 짧아지고 머리가 아프고

울렁울렁 파도를 타는 속울렁거림의 괴로운 시간은 길어졌다.

망가진 남자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차는 시간이 길었던 여자도

이제는 마음 편히 먹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쉬지 않고 해대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밖에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술쟁이 남자의 헛소리(?)를

들으면서도 여자는 실실 웃고 넘기는 날도 많았던 12월이었다.

 

 

44살에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글쟁이 여자가 1학년을 마쳤다.

이 일도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음에도 포기를 못하고 있다.

1학기때보다 안 좋은 성적을 받은 여자는, 수강한 과목이 늘어서

그런거라고 스스로 핑계를 대면서 2학년 등록을 암묵적으로 결심을 하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잡다한 글을 올리던 과거의 전적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일상적인 잡문의 글 하나를 올리는 데  많은 시간과 생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속이 뒤집어질 것 같고, 명치끝이 아파오는 통증을 진정시키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글을 쓰라는 이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항하고 있다.

무수한 단어들을 나열해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님을 알기에

글을 쓰면서도 가슴 깊은 응어리는 전혀 풀리지가 않는다.

 

 

 

 

 

 

 

술 마시는 일을 30년 가깝게 하고 있는 술쟁이 남자는 진정한 술꾼이 되어야 하는데

꾼이 된다는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치열함과 절실함이 문제인가보다.

술쟁이 남자는 아직도 진정한 술꾼으로 거듭나지 못한채, 어정쩡한 술쟁이로만 머물다 보니

그 놈의 술 때문에 사건 사고만 무성할 뿐, 진정한 술꾼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있다.

글 쓰는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글쟁이 여자는 진정한 글꾼이 되어야 하는데

글이라는게 몰두하여 시간을 바친만큼 발전을 해주지 않았다. 극진함이 부족해서인지

절실함이나 진솔함이 부족해서인지 희미한 희망도  주지 않는다.

글쟁이 여자는 진정한 글꾼이 영원히 못 될수도 있다. 진정한 글꾼이 어떤건지도 아직도 모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