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거래가 주는 불편함

2014. 2. 23. 09:18★ 부부이야기

 

 

 

 

 

구정때 지출된 돈의 총합계는 70만원정도였다.

두 아이가 세뱃돈으로 받은 금액은 총 42만원이었다.

큰 아이가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두 시누가 각각 5만원씩

세뱃돈을 줬고 내 이모님도 10만원이나 챙겨주셨다.

이 모든 기록들을 2014년도 가계부에 다 기록을 해놨다.

 

둘째 동생이 지난주에  50만원이나  되는 돈을 내 통장으로 입금했다.

내 큰 딸 고등학교 교복 사 입으라고 하면서.

맘 같아서는 100만원을 부쳐주려고 했는데 그건 부담이 되서 못했다고 하면서.

이 번에도 그 돈을 다시 자기에게 부치면 언니 평생 안본다고 엄포를 놨다.

전업주부인 둘째 동생, 지난 연말 한 달동안 알바를 했었다.

조카(내 큰 딸) 고등학교 입학 축하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제부 눈치를 봐가면서

(제부는 동생의 취업을 극구반대한다) 알바를 하면서 쉬는 날에 입주청소라는

생소한 체험도 한 번 했다고 한다.

그렇게 번 돈을 내 딸 고등학교 입학금에 보태쓰라고 보내준거였다.

동생 작은 애도 이 번에 중학교에 입학하고 큰 애가 고3이 된다.

본인은 형편이 되서 주는거니까 거절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번에도 그 돈을 다시

송금하면 언니를 보지 않겠다는 협박(?)을 여러 차례 했다.

작년 내 자궁경부 수술비도 동생이 결제한 걸 기여히 내가 다시 보내주고

엄마가 계실 때 동생이 썼던 경비나 내 두 딸들 이래저래 챙겨주는 돈을

내가 늘 다시 동생에게 부쳐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나보다 형편이 나은 부모형제가 순수한 마음으로 건네는 돈은 받아도 된다고,

일단 받고 나중에 내가 형편이 좋아지면 배로 갚아주면 되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걸 못하겠다. 남의 돈은(나와 남편이 번돈 아닌) 다  빚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그리 생각하고 살고 싶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형편이 어렵다고 내 부모 형제가 주는 작은 도움을 받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본인도 모르게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되려 보태주지 않으면 서운해 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을  여러번 봤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하자.

축하 받을 일이다. 근데 서울대 합격하고도 입학금이 부족해서 여유 있게 사는

부모형제에게 빌려달라고 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고 서운해하면서 욕하는 내가 된다면?

부모 형제가 나보다 여유있게 사는 것은 그들의 노력과 운 때문이다.

내가 못 사는 것도 남의 탓아 아닌 내 탓인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다보면 그걸

사회를 탓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잘 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해 하는 사람을 여러번 봤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래서 이제껏, 내 형제간이든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세상엔 공짜는 없다는 철칙을 뼈속 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그게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돈에 대한 방식이었다.

특히 친정쪽으로는 엄마나 동생들에게는 지금껏 받은 것만 해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밤잠을 설쳤다. 동생이 고생해서 번 돈 50만원을 내가 받아도 되나를 고민하면서.

이번에도 돌려주면 동생이 자매 연을 끊자고 할 것 같았다.

 

 

 

 

 

 

시어머님께서 30만원이나 부쳐주셨다.

결혼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손녀딸이 고등학교 입학한다고 교복값 하라고 부쳐주셨다.

그날 밤 나는 체해서 방바닥을 기어다녀야만 했다.

시어머니 생신이 20일도 남지 않았다. 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불편했다. 동생에게 받은 돈 보다 백 배는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했을 때 친정엄마가 부쳐주신 백만원은 받고도

체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았는데 왜 시어머니이 주신 돈은 이다지도 불편하고 어색한걸까?

아마 그건 어머님이 부쳐주신 그 돈의 출처를 내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시누에게 아름아름 받은 돈을, 천금 같은 그 돈을 내가 어찌 맘 편히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시누들이 알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큰 시누 두 아들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할 때도

어머님은 만원도 안 주신 분이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시누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구정때 어머님에게 드렸던 추석준비금과 백수로 있는 시동생의 용돈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한게 걸렸다.

 

내가 꼬여 있는 것일까?

내가 땀 흘려서 번 돈이 아니면 세상의 그 어떤 돈도 다 빚으로만 생각되어진다.

돈 거래가 주는 이런 불편함, 언제즘이면 나는 극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