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의 갈등의 출발은 역지사지(?)

2013. 12. 26. 10:46★ 부부이야기

 

 

 

 

 

재작년 여름, 이모부가 돌아가시고 이모는 혼자 되셨다.

살아생전 이모부님은 그 세대분들과 비교해서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이었다. 

술, 담배, 친구, 도박 등등 보통 남자들의 문제행동하고는 거리가 먼 분이셨고

평생은 이모님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셨고, 자신에게 과분한 아내로 생각하고 그리 대하셨다.

그런 남편이었기에 이모부의 부재는 이모님에게 넘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이모 슬하에 자녀는 아들 하나, 현재 아들부부와 한 집에서 살고 계신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도 않고, 건물에서 매달 월세도 200만원이 넘는 수입도 있다.

아들부부와의 합가를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셨지만 며느리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작년에 이모가 살고 있는 집을 월세주고 아들부부와 살림을 합했다.

공무원인 며느리의 육아로 인한 간곡한 부탁만 아니었다면 이모는 절대로 합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와 그제 연 이틀동안 이모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갑상선에 큰 혹들이 많아서 그걸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셨다.

20년전즘에도 갑상선 수술을 받으셨는데 이번에 또 갑상선 수술을 받으신거다.

암 일지도 모른다는 동네2차병원의 의사 말에, 대학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하고

수술을 받고 조직검사 결과는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모에게는 딸이 없다.

이종사촌 동생인 이모 아들은, 성품이 바르고 자상하고 다정한편이다. (이모부를 닮아서)

이모부 장례를 치루고 나도 동생들도 이모를 따로 챙기지 못하고 지냈다.

이모,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다. 결코 아들과 며느리 흉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지 않으신다.

내가 병문안 간 첫 날에, 이모는  아들이 얼마나 자길 챙겨주는지와 며느리의 칭찬을 늘어 놓으셨다.

 

 

 

 

 

 

 

 

아들만 있으셔서 그런지 이모는 딸 가진 어미 마음을 헤아리는데 한계가 있으셨다.

내가 딸만 키워서 아들 가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부족함이 있듯이....

어제 두 번째로 이모의 병문안을 갔다. 가까이 사는 동생과 내 딸들을 데리고 같이 갔다.

동생이 과일을 종류별로 준비해서 갔다. 이모가 과일을 좋아하신다.

그 날 사촌동생 부부와 5살난 이모 손녀딸도 볼 수 있었다.

 

사촌동생 부부가 애들을 데리고 병실을 나설때, 이모가 문 쪽을 몇 번을 살피시더니

나와 동생을 잡고 그 동안 아들 부부에게 서운한 애길 하셨다.

얼마나 참으셨을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남남이 만나 새로운 인연으로 한 집에서

살게 됐는데 어찌 서운한 감정이 없겠는가? 그 동안 자존심 때문에 참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안다. 말하지 않아도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있는 그 모습만 봐도 그냥 안다.

 

어미로서, 내 자식 흠을 내 입으로 한다는 건 내 얼굴에 침 뱉는다 걸 알기에 참고 계시다는 걸.

며느리의 마음도 안다. 34살인 요즘 전형적인 요즘 며느리에게 우리 엄마 세대의 며느리의

노릇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본인은 그런 걸 요구한 적이 없다고 착각하지만 세상의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대하는 걸 버거워 한다.

며느리 입장도, 시어머니 입장도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만 잘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문득 나도 생각한다. 아니 그 전에도  나도 자주 생각했었다.

내 시어머니 입장에서 나 같은 며느리가 어떠했을까?를

그러면서도 내 상처만 생각하고 내가 어머니를 대하는 잘못된 부분은 축소해서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며느리와 시어머니, 본인이 더 많이 참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두 사람 다 착각을 하고 있다.

고부간의 갈등의 출발은 역지사지라는 한자성어를 깊이 새기고 생각하는 것 부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