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대로 따라가기

2014. 10. 23. 19:44★ 나와 세상

 

 

 

 

어려서 엄마가 동생들과 내 이름을 헷갈려 하면서 바꿔 부르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 세 자매 얼굴이나 성격이  많이 닮은 것도 아닌데, 왜 헷갈려 하실까? 그랬다.

셋도 아닌 두 명의 딸만 둔 나, 보미, 혜미 이름을 부를 때 종종 틀리게 부를 때가 많다.

그 이유를 지금의 나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다른 사람 이름은 헷갈려 하지 않는게

어딘가 싶어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중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들이 즐겨 듣는 요즘 유행가는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다.

아이돌이니 걸그룹 이름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노래하고 춤 추는 가수들

사람 숫자도 많고 얼굴들도 다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줄 모르겠다.

직접적인 가사와 과격한 춤과 외모로만 가수를 평가하는 내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기성세대가 된 것이다. 아이들 눈에 나는 살만큼 산 어른으로 보여질 것이다.

배움을 토대로 한 두 딸들과 수다스러운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지만 어느 순간

나와 딸들의 의견이 충돌해서 열띤 토론회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머지 않아 50 나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려서 내가 어른을 보고 느끼던 넉넉함과 편안함 같은 걸, 난 아직 갖지 못했다.

지금도 흔들리며 내가 내뱉은 말이나 경망스러운 행동을 하고  수도 없이 후회를 한다.

마음을 추스리고 '어른다운 말과 행동을 하자, 어른다운 어른이 되자!" 고 되뇌이지만

섣부르고 성급한 판단을 하고 나만의 고집을 부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걸 강요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 내게 남아 있는 미래가 있다는 게 희망을 갖게 해준다.

요즘 글도 전처럼 많이 쓸 수도 없고 써지지도 않치만 마음이 예전보다 편해졌다.

여전히 흔들리며 자책하고 갈등하지만 그런 나를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날 나와의 화해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머지 않아 그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