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해야 해요.

2015. 1. 22. 17:56★ 부부이야기

 

 

 

 

서울대 병원엘 다녀왔다. 시누의 작은아들이 '망막 박리증'으로 응급 입원을 했다.

'망막 박리증'은 바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안과 질환이다.

원인으로는  외부에 의한 충격, 유전성, 눈수술을 받은 경험, 고도의 근시나

당뇨질환이 있는 중년 이상 연령대에 나타날 수 있는데 근래 들어서는 모든 연령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전조증상이 전혀 없던 아이가 사물이 뿌옇게 겹쳐 보이고 눈 속에 날파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시누와 함께 동네 안과에 들럿다가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건강 염려증인 큰 시누는 동네 병원 안과 의사에게 아들 상태가 심각하니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넋이 나갔다.

회사에서 근무하던 막내시누가 달려와 부들부들 떨고  있는 큰 시누를 진정시키고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접수해서 새벽1시가 되서야 6인 병실에 입원을 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응급상황이라 입원이 가능-대학병원입원 하기 힘듬)

남편은 엊그제 밤11시가 다 되서 막내시누에게 연락을 받아서 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부탁을 했다. 내일 아침에 큰 시누에게 전화해서 진정 좀 시키라고.....

 

다음 날 아침, 아침 일찍 채비를 하고 서울대학 병원에 도착했다.

가는 전철안에서 큰 시누에게 전화를 했다. 그 때까지도 겁먹고 있는 큰시누에게 점심 때 병원에서 보자고 했다.

 

시누 아들내미도 걱정이었지만, 큰 시누도 걱정이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아내는 강하다는 말이 큰 시누에게는 전혀 해당되지가 않는다.

건강염려증 환자인 큰 시누, 사는 것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는 거칠게 없는 똑순이다.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알뜰하고 세상살이에 야무진 사람이다.

그런데 병원이나 병에 관해서만은 심각할 정도로 겁이 많은 사람이다.

당뇨로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한 친정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수발한 탓도 있을 것이고(유전되지 않을까 늘 걱정이 많다)

시어머님이 최근 5년새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그 수발을 다 했고,

작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3번 넘게 크게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고,

아토피증상으로 지금까지 고생을 하는 두 아들들 때문에 수시로 병원을 들락거린 탓도 있을 것이고,

고혈압에 시력도 나쁘고 위염도 심한 남편을 봐서 시누 본인도 모르게 심각한 건강 염려증 환자가 된 것 같다.

2년전 내가 상피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나보다 더 벌벌 떨면서 울었던 시누다.

 

나이도 나보다 한 살이 많고,  우리 부부보다 결혼을 5년이나 먼저 했지만

그녀를 보면 늘 나보다 한참은 어린 동생 같다. 늘 그랬다. 세상살이에 똑순이인 사람이

병원에 관련해서는 왜 그리도 겁이 많은지....... 마음이 많이 아픈 환자였다.

상담을 받아보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상담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못 받고 있다.

 

 

시누 아들의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고 한다.

앞으로 관리가 더 중요하고 향후 1년동안은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한단다.

좋아하는 농구나 축구도 못할 것이고 과격한 운동도 당분간은 무조건 금지다.

 

남자아이라 학교(고3)에서 있었던  작은 사고를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알고보니 10월말 경에 학교 수업중에 반 친구가 던진 축구공에 눈이 맞아 안경이 깨졌다고 한다.

두어달 넘게 진행된 것 같다는 의사 말에 그나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안경이 깨져서 당시에 안경값만 받고 엄마에게는 친구랑 장난하다  안경이 깨져서 안경값 받아서

안경점에 가서 안경만  새로 했다고 한다. 남자애라 그 정도는 별 것 아닐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 후에도 시력에 별다른 이상을 못 느껴서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축구공에 맞았다는 얘긴 안하고 친구가 장난하다가 안경을 깨트렸다고만 해서

당시에 시누도 안과에 데려갈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낼 모레 예약되어 있는 남편 대장 내시경이 끝나면 함께 다녀올 생각이다.(남편은 아직 병원엘 못 가봤다)

이런 일 있을 때도 옆에 사는 친정엄마보다 남인 올케인 내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큰 시누가 웬지 짠하다.

김밥과 반찬 몇 가지와 과일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와야겠다.

이런 것도 쓸데없는오지랖이라 뭐라 하는 것 같지만 내심 그래주길 바라는 남편 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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