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23일째

2015. 1. 23. 08:33★ 부부이야기

 

 

 

남편이 술을 끊은지 이십일이 넘었다.
위궤양, 고지혈증, 헤리코박터 약을 복용한지도 이십일이 넘었다.

혈압도 정상치보다 높게 나왔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치를 넘었다.
매일 시금치와 브리콜리와 마른김 반찬이 곁들인 밥상을 차리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양파즙과 구기자 차도 매일 챙기고 있다.

매일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고 있다.
오늘 아침엔 콩나물국밥(싱거운)에 묵은지를 씻어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끓인 김치를 먹고 츨근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못 마시고 퇴근이 빨라진 남편의 모습에 난 되려 기쁜 마음이다.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심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이른 퇴근을 해서(밤9시반~10시반)  무협지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보는게 좋다.

술값과 대리비가 안 나가니 반찬값이 좀 늘었지만 그또한 흐뭇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 18년차이지만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난 아직도 가끔은 마음이 설레고 좋다.
부부로 산지 18년이 넘었는데도 남편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내가 비정상인지,
남편을 남자가 아닌 동지로, 한 집에 사는 동거인 혹은 세대주로 동성 친구처럼 느끼는 주변인들이 비정상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술문제만 빼면 남편은 나보다 좋은점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고 있는 요즘이다.

기운 없고 몸이 고장나니 마누라 말을 너무 잘 들어주는 좋은 남편으로 거듭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기대감이 23일째 이어지고 있는 금주 덕분인걸까? 나이 들어 늙어가는 남자들은 다 이러는 걸까?

하지만 이러다가도 술로 인한 무슨 사건 하나가 터지면 모두가 다 도루묵이 되니, 그게 바로 애증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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