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접촉사고

2018. 3. 18. 18:08★ 부부이야기





남편 차를 전봇대 같은 기둥에  박았다.

새벽 출근할 때를 제외하곤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 내가 쉬기 하루 전 날, 남편에게 부탁 했었다.

중번 근무(오후2시부터 밤10시까지)가 있는 금요일 하루만

퇴근 할 때 날 태우러 와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지난 주에도 하루를 거르지 않고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남편을 보면서

모른척 했다.

솔직히 말하면 새로 시작한 3교대 근무로 잔소리 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그 하루의 부탁도 들어주지 않고 남편 자동차 키를 사무실에 맡기고 직원 차를 타고

상담인지 판촉을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그 날 따라 하이패스 차선이 고장이 나서 평소보다 차량 흐름이 꼬이기도 했고

나의 업무 서투름 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마이너스 1,300원이 났다.

기분도 꿀꿀하고 요즘 들어 부쩍 더 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난 남편 모습이

화가 난 상태에서 야간 운전시 필수적으로 끼던 안경을 끼지 않고

주차되어 있던 차를 빼다가 앞에 서 있던 전봇대에 세게 박았다.


감정이 추스려 들지가 않았다.

운전대까지 충격이 가해졌는지 큰 소음과 함께 내 몸도 크게 요동을 쳤지만

제일 먼저 내려서 확인한 건, 남편 자동차가 아니라, 전봇대에 흠집이 생기지 않았나를 확인했다.

남편 차에 흠이 나도 별로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을 것 같았고 오래된 남편 회사 차, 망가져도

남편이 회사 가서 깨지면 되지 뭐..... 그런 심뽀 때문이었다.

집까지 운전해 오는 10분 동안 핸들이 흔들린다는 것도 모르고, 차가 자꾸 옆으로 가려는 것도

모른채 집에 아파트에 도착을 해서 찌그러진 남편 회사 자동차 사진을 찍어서 남편에게 보냈다.

열 받으라고......

근데 괜찮다면서  아주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약이 올랐다. 더 세게 박았어야 하는데.....

그리고 새벽4시까지 술을 푸고 귀가 했다.


쉬는 다음 날 아침, 오른쪽 팔꿈치가 쑤시고 아팠다.

왜 아픈지도 몰랐다. 영수증 발행기를 두들려서 직업병이 벌써 생긴건가 했다.

아침밥을 먹는데 수저 들기도 힘들었다.

술을 덜 깬 남편을 대신해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남편 자동차를 빼주러 나갈 때 느꼈다.

자동차 핸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오쿠에 내린 양파즙을 억지로 먹이고 오후가 지나서야 남편과 함께 자동차 수리점에 들렀다.

얼라이먼트가 비뚤어지고, 엔도를 새로 교체 했다.

수리비는 90.000 만원이 지출 되었다. 찌그러진 건 그냥 두기로 했다.

그나마 타이어가 충격을 둔화 시켜준거라면서 내가 크게 다치지 않는게 다행이라고 했다.

그때서야 내 오른쪽 팔꿈치가 차를 박을 때 충격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수리비 90,000 만원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팔꿈치 통증쯤이며 시간 지나면 나아질 것 같았고.......

차가 찌그러졌는데도 별로 화내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운게 아니라 짜증이 났다.



요즘 점점 남편이 꼴뵈기 싫어지고 있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한 사람만 만나고 싶다  (0) 2019.06.09
돈과의 전쟁  (0) 2019.01.26
금주 23일째  (0) 2015.01.23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해야 해요.  (0) 2015.01.22
연구대상  (0) 201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