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방문

2015. 3. 11. 16:00★ 나와 세상

 

 

 

 

욕실 청소, 싱크대 정리, 냉장고 청소까지 말끔하게 해놓고 엄마를 마중 나갔다.

무우국에 밑반찬 몇 가지뿐인 점심 밥상을 차려드렸다.

밖에서 사 먹는 걸 사치로 여기시는 친정엄마의 욕을 덜 먹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보미, 혜미가 학원에서 돌아오고나서  막내동생집으로 가셔서 주무셨다.

김서방(내 남편)이 불편해한다고  계시는 내내 우리집에서 한 번도 주무시지 않으셨다.

 

다음 날엔 1년 전에 진료 받으셨던 **관절 전문 병원을 찾았다.

허리, 다리, 발등, 발가락은 물론 손가락 관절까지 안 아프신 데가 없는 엄마는 올해 73세이시다.

허리는 척추부, 손은 수부부, 다리나 발은 족부부로 분류되어 있어 다 따로 진료를 봐야했다.

진료 전  문서 작성을 어려워 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시려왔다.

엑스레이상으로만 봐도 관절들이 튀어 나와 있고 연골이 다 닳아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날엔 이비인후과에 들러 코와 귀를 봤다.

종종 귓속에서 이상한 소리(이명)가 들리거나 어지럼증이 있으신지라

혹시 귀에 이상이 있어 그런가 아닌가 하고 이것 저것 검사를 했다.

콧속은  초음파상으로 콧물과 코 벽이 헐어있었고 피섞인 콧물들로 꽉 막혀 있었다.

재작년 엄마 대장내시경을 할 때도 의사가 나를 불러 엄마 대장속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올해는 엄마 콧속과 귓속을 보여주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엄마 몸 속을 들여다본 것 처럼 엄마 마음속도 초음파로 들여다 볼 수가 있다면 어떤 모양일까?

 

 

네 번째 날엔 아파트 단지 앞에 열린 알뜰시장에서 곡물(귀리와 현미찹쌀)과 나물 서너가지와생각하는 멋대가리

연근을 구입해서 막내동생집에서 엄마랑 함께 반찬들을 만들었다.

엄마는 나물류를(참나물, 유채나물, 달래) 나는 밑반찬(연근조림, 잔멸치 볶음, 진미채)들과

닭도리탕과 김밥도 몇 줄 준비했다. 그리고 나서 엄마가 좋아하는 쇼핑도 했다.

쇼핑도 피곤한 노동으로만 생각하는 나는 쇼핑하는 내내 몇 번 투덜거렸지만

엄마는 간만에 들린 도시 할인매장에서 아빠 옷가지들과 막내딸(내 막내동생) 신발을 사면서 즐거워 하셨다.

 

 

 

 

 

 

다섯 번째날엔 작년 늦가을에 우리집 근처로 이사온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얼마전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부부가 중국으로 3년기한으로 떠난데다가 한 달 전쯤에

담낭제거 수술을 받으신 이모님이 요즘 부쩍 외로워하고 계신다.

그 날밤에 엄마는 이모집에서 주무셨다.

 

 

여섯 번째 날엔 아침 일찍 엄마를 모시러 이모집에 들렀다.

이모와 친정엄마도 자매지간인건 같은데 나와 동생들과도 그 관계가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내가 70대가 되면 내 동생들과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 기준으로 보면 친정엄마에 비하면 이모는 몸 고생 맘 고생도 안하고

그 연세 분들에 비하면 험한 세상을 산 것 같지 않은데도 언니인 친정엄마는 갑자기 혼자

된 이모가 짠하고 맘에 걸리신지 몇 번이나 내게 당부하셨다. 이모, 자주 찾아뵈라고.....

 

일곱번 째날 아침 8시 50분 영얌행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셨다.

가끔 차멀미를 하셔서 걱정 했는데 이번에도 멀미 안하고 무사히 잘 도착했다고 하셨다.

3 년 전부터 일년에 이 맘때에 한 번 올라오셔서 며칠동안 머물다 가시는 친정엄마를 뵈면서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그리고 내려가는 날만 되면 종일 기분이 우울하다.

뭔가 아쉽고 죄송하고.....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