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의 기준이 다르다.

2015. 2. 5. 12:37★ 나와 세상

 

 

 

 

양파를 썰다가 왼쪽 엄지 손톱을 칼에 베었다.

놀란 맘에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피가 좀 많이 났다. 시간이 갈수록 욱씬거렸지만 견딜만 했다.

밴드를 붙히고 하던 요리를 다 하고 집안일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작은 상처가 염증(작년말에 발바닥에 제거한 티눈)이 심해져 병원을 간 적도 있었으나 입 밖으로 아프다는 말은 한 적은 없다.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날밤, 남편은 생수 1,5리터와 장 비우는 약을 먹었다.

자면서도 화장실을 서너번 들락거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또 약과 생수 1,5리터를 마셔야 했다.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남편은 수면 대장 내시경을 했다. 위 내시경도 수면으로 한다.

기운 없는 남편을 태우고 서울에 있는(남편 회사 근처)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올 때도 내가 운전을 했다.

병원에 가면 긴장하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수면 내시경을 하고 난 후, 몇 시간을 속이 불편하다고 투덜댔다.

 

 

시력검사를 위해 작은 딸과 안과에 들렀다.

작은 딸이 눈 바로 밑에 큰 비림종(사마귀류)이 생겨 안과에서 주사바늘로 비림종을 제거했다.

마취를 하고 했다는데 상처가 좀 쓰라렸는지 따끔거린다고 그 날 밤까지 계속 투덜댔다.

그런 작은 딸을 보면서 넌, 엄마를 안 닮았구나... 너랑 아빠는 왜 그리도 엄살이 심하냐....

외모도 작은 상처에도 엄살을 피는 건 정말, 남편과 작은 딸은 너무 많이 닮아 있다.

 

 

큰 딸은 병원에 가는 경우는 흔치도 않지만 갈 땐 혼자 간다. 내가 따라가는 걸 되려 귀찮아 한다.

작년 눈이 축구공에 맞아 크게 다쳤을 때도, 그 깟 일로 병원에 가는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 때, 안과 의사선생이  큰 안과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도 엄마와 딸이 너무

무사태평이라고 나무란 적도 있었다. 선천적으로 장이 좀 약한 큰 딸은 어려서부터

아플 때도 징징대거나 엄마인 내게 어리광을 부린 적이 없던 딸이었다.

 

 

 

 

난 위내시경도 수면으로 한 적이 없다. 검사하는동안 내가 잠에 취해 있다는 게 싫다.

긴 호스가 내 몸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데 내가 잠에 취해 있다니...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일반으로 하는게 맘이 편하다.

재작년 친정엄마 대장 내시경(수면으로 안하고 일반으로 하심)할 때  개인 병원이라서  보호자인 내게

엄마의 장 속을 보여줘서 남아 있는 음식 찌꺼끼를 본 적도 있으며, 관장을 할 때도 잔변을 본 적도 있었다.

엄마도 내 동생들도 몸이 느끼는 통증에서는 엄살스러운 편은 아니다.

 

그에 비해 남편과 작은 딸은 감기에만 걸려도 어리광을 부리고 징징대는 편이다.

나와 큰 딸은 아플 때도 징징대거나 주변 사람을 귀찮게 안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좀 냉정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덩치도 큰 남자가 아프면 징징대고 애기처럼 굴 때면, 수발을 잘해주지만 튀어 나가는 말이 부드럽지가 않다.

말 한 마디 정스럽게 하는거, 난 그걸 못해서 종종 가족에게 냉정하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잘하고도 말로 까먹는다는 말을 남편에게 종종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남편에게 너무 잘하는 아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행동중간중간에 내가 내뱉는 말이, 정 떨어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성격인지, 곱게 나가지 않는 말을 숨기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할 때도 있지만

표정에서 그런 것들이 숨겨지지가 않으니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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