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서 좋은 돈, 받으면 불편한 돈

2016. 2. 23. 00:54★ 나와 세상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나 와 있었다.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아직도 나는 시어머니 전화번호를 보면 가슴이 뛴다.

대신 예전의 두려움을 동반한 불안함이 아닌 다른 형태의 불안함이다.

오후 1시까지 출근한 날이었다. 오후 4시즘에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작은딸 입학축하금을 내 통장으로 송금했다는 용건이었다.

작은아이폰으로 할머니께 감사 전화를 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때부터였다. 시어머니의 보낸 돈을 어떤식으로 다시 돌려드려야할지 고민을 하게 된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봐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랬다.

설 명절날 시가에서 새벽 차례상을 차리고 5시 30분에 친정에 가기 위해 출발을 했다.

시어머님의 편치 않아 보이는 표정도 이젠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다만 친정집에 가면서 뭐라고 사갖고 가라고 작은 아이손에 몰래 들려준 5만원이 부담스러울뿐이었다.

지난 추석에도 편치 않은 돈을 받고 친정엄마에게 전해드리고 농사지으신 참깨 한말과 고추가루를 가져다 드렸다.

하지만 올해는 시어머니께 인사치레로 드려야 할 먹거리가 없다고 엄마가 걱정을 하셨다.

 

일요일 오전에

시어머님 통장으로 시어머님이 친정 갈 때 주셨던 5만원과

이번 작은 아이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챙겨주신 축하금 30만원을 송금했다.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욕을 먹는게 낫다. 아직도 난 시어머님이 주시는 돈은 10원도 받고 싶지 않다.

이번 설에도  돈 걱정을 하시는 시어머님의 푸념을 들어야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외손자에게 10만원도 챙겨주지 않는 친정엄마에게 서운했다는

큰 시누의 푸념을 들은 기억이 있다.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가장 가까이 살면서

지금껏  친정엄마를 챙겼던 큰 시누는 종종 내게 전화를 해서 나의 시어머니이면서 자신의 친정엄마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흐느낀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불편했고 그런 시누가 가엾기도 했다.

훗날 큰 시누가 효녀인 자기에게 용돈 한 푼 준 적 없는 엄마가,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한 큰오빠에게만

뭔가를 챙겨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역지사지(易地思之)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게 사람 맘이다.

 

이제부터 두 아이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학원비도 오를 것이다.

학원을 끊길 바라는 내 바램과 상관없이 딸의 학원비는 당분간 지출될 것이다.

내 알바 시급은 조금 올랐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실수령금은 작년과 비슷할 것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나도 주는 돈은 거절 안하고 받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머리와 마음속이 복잡하다. 남편이 벌어다준 돈과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닌 돈은 전부가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받아도 되는 돈, 받아서 좋은 돈

받아서 불편해지는 돈, 받으면 밤잠 설치게 되는 돈

 

 

 

'★ 나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어든 근무시간과 , 늘어난 경조사 지출  (0) 2016.04.06
남편을 따르고 싶다.  (0) 2016.03.14
갈등과 무관심  (0) 2016.02.06
2015년 12월 우리 가족의 일상  (0) 2015.12.15
요즘 나의 일상과 생각들  (0)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