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따르고 싶다.

2016. 3. 14. 12:05★ 나와 세상

 

 

 

 

고3  큰 아이가 전국모의고사를 봤다.

이번에도 수학점수가 바닥이라고 했다.

문과인데도 수학을 포기 못하고 수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큰 딸이다.

수학학원을 또 바꾸고 싶다고 한다.

난 더 이상은  큰 아이의 수학학원에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오래전부터 수학과 수학학원 때문에 여러 번 큰 아이와 다툼이 있었다.

큰 아이는 아이대로 수학을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시험 결과가 나올때마다 울었다.

어려서부터 자기학습이 되어 있지 않아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 큰 아이를 볼 때마다 학원에 의존하려는 점을 질책하면서 난 학원비 지출비만 아까워하는 엄마였다.

입시정보라든가 가고 싶은 대학과 과도 전적으로 큰 아이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고 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근무하는 도서관의 사서가 새로 바뀐지 두 달이 되어간다.

이 전의 사서와 지금의 사서는 동갑내기이다.

두 처자 다 고교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고 둘 다 문과계열의

서울의 나름 이름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반듯한 인성을 지닌 처자들이었다.

그런데 두 처자를 겪으면서 내가 느낀 건, 비슷한 학벌과 스펙이어도 사회생활에 있어서 젤로 중요한건 성격과 사회경험이라는 것이다.

 

 

큰 딸과 나름 대화도 자주 하는편이라 사이가 나쁜 모녀지간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큰 딸은 학교생활과 친구들 사이의 갈등이 있을 때도 내게 이야기를 하고,

나 또한 일하면서, 사람들을 겪으면서 느낀점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열아홉살인 큰 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도 내가 딸 에게 불 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단점들을 딸 아이에게서 발견할 때면 미쳐버릴 것 같은 감정에 죄없는 딸만 질책했다.

 

 

나는 자식 문제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믿어주고 자식편을 들어주는 엄마가 아니었다.

주변에 극단적으로 무조건 자기 자식편만 드는 부모들을 보면서 혀를 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내 큰 아이가 외롭고 주눅 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름, 노력을 해서 나도

혹여라도 내 아이가 실수를 했더라도 내 자식 편을 먼저 들어주고, 내 아이를 믿어주자 라고 결심을

하다가도, 내가 목격하게 되는 이기적인 자식을 만드는 부모대열에 나도 끼게 될 까봐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딸 아이와의 갈등에도 남편은 방관자였다.

모든 문제를 전적으로 내게 맡긴 사람마냥 뒷짐 지고 지켜보기만 한다.

지난 주에 시어머니와 큰 시누 가족과 함께 했던 외식도, 엊그제 1주일만에 다시 만나

다음 주에 있을 시어머님 생신을 대신한 저녁식사도 나의 결정이었다.

다음 주에 있을 시어머니 생신과 막내시누 시아버님의 수술로 인한 병문안도

내가 계획하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시댁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라도  손을 놓고 싶다.

나는 내 친정을 챙기고 시댁 일은 남편이 나서서 챙겨줬으면 좋겠다.

남편이 결정하고 나는 따르는 사람으로만 살고 싶다는 바램이 간절해진다.

집에서의 부모 역할도

시댁과 친정일에서 맏이로서의 역할을 할 때도

남편이 다 결정해줬으면 좋겠고, 나는 그저 남편이 하자는 대로만 따르는 그런 아내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