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27. 12:17ㆍ★ 나와 세상
꿈자리가 안 좋았다. 옆에 자고 있던 남편이 깨우지 않았다면 악몽을 계속 꿨을 것이다
깨고 나서도 기분이 찜찜했다.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끼까지 했다고 한다.
뭔가 모를 불안감에 허둥대면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요 근래 친정아빠 건강 때문에 엄마가 병원을 오가고 계신터였다.
밭일을 마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넘어지셔서 다리와 허리를 다쳐
입퇴원을 하며 고생을 하고 계신다.
병문안은 다녀왔지만 일을 하는지라 주말에만 내려가 얼굴만 비치고 왔을뿐이다.
자식이 아홉명이나 되지만 평일에 내려가 담당의사를 만나 아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들을 수 있는
자식은 없었다. 아니 마음이 없었던걸까? 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이라며 핑계를 대고 있다.
둘째 동생이 지난 주에 시간을 내어 자동차를 끌고 전라도 광주 병원까지 내려가
아빠를 퇴원 시켜드리면서 친정에 내려가 은행일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들을 준비했다.
병원비는 이번에도 둘째 동생이 부담한다.
작년, 올해 친정부모님의 두 번의 큰 수술을 동반한 입원 병원비도 둘째가 전적으로 부담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제부 회사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장인 장모가 입원을 동반한 병원비가 질병 종류에 따라 10~ 70%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보험금 외에 나머지 병원비도 둘째는 생색 한 번 안 내고 부담했다.
내 동생, 부자 아니다. 월급쟁이 남편을 둔 평범한 외벌이 가정이다.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을 둔
평범한 가정의 가정주부이며 이혼한 동생 생활비 보태주기 위해 혹은 못 사는 큰 언니의 딸내미 고등학교
입학축하금을 주기 위해 알바를 하는 그런 보통 사람이다.
엄마가 아니라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시기 시작했다.
허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엊그제께 찍은 MRI 에서는 머리에 종양이 보인다면서 큰 병원으로 가길 권했다고 한다.
친아버지가 아니라서 그럴까? 솔직히 나와 동생은 아빠의 건강에 대한 염려보다는 수발을 들어야 할 엄마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오늘 올라오신다. 서울대 병원에 예약을 하고 모셔다 드리는 것도 둘째가 하게 될 성 싶다.
큰 오빠라는 분은 바쁘시다.
아빠쪽 자식들은 전적으로 큰오빠에게 모든것을 일임하고 있다.
각자 사는게 어렵다.
매일 서너번 이상을 동생과 통화한다. 엄마 아빠 일로....
이 번주는 근무하는 도서관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터라 출근이 빠르고 도서관에서는 물 마실 시간도 부족할 판이다.
새로 온 사서마저도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매일 눈물 바람이다.
꿈자리가 안 좋은 날, 친정아버지의 뇌에 생긴 혹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오후에는 시어머님이 갑자기 입이 돌아가서 경희대 한방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월요일이 시아버지 기일이었다.
지난 주엔 시아버지의 납골당 연장 고지서를 받았다. 연장비용을 송금하고 제사 음식을 준비했다.
일이 바쁜 시기에 연차를 내고 시댁 제사를 지내고 왔다.
근래 들어 뜸한 시어머님의 돈타령을 들어야 했고, 병원비 일부를 우리에게 부담해주길 바라시는 듯한 어머님의 하소연도 들어야 했다.
제사 준비 음식비용과 아울러 어머님께 봉투를 따로 드렸다. 대학생인 시누의 두 아들에게도 몇 만원의 용돈을 쥐어줬다.
두 딸들은 중간고사 기간이라고 공부를 하는지 귀가시간이 매일 늦다.
그래도 딸 들 때문에 웃을 수 있다.
서울대는 내신을 전과목 다 본다네.... 서울대는 포기해야할까봐 라는 농담으로 나를 웃게 해주는 작은딸이 날 웃게 해준다.
더불어 다음 달에 가는 수학여행비가 몇 십만원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줬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딸 들 학교 중간고사 시험 감독도 다녀와야 한다.
다음 달이면 두 딸의 학교 등록금을 2차로 내야 한다. 급식비는 매달 내고 있고 학원비까지...
이 놈의 돈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이 달 학원비와 카드대금 보험료 대출 이자가 엊그제 자동이체 되어 통장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선배 장모 장례식에 다녀온다고 부의금을 달라고 했다.
도서관 행사준비, 친정아버지의 병환과 시어머니의 구안와사와,
시동생의 오랜 백수 생활에 대한 염려로 시동생의 안위를 우리와 시누들에게 부탁하고 싶어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한다.
비싼 한방병원의 통원비를 막내시누가 부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재차 강조하시는 시어머니의 말씀도 새겨 들어본다.
그리고 친정쪽에서는 친정부모님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둘째 동생과 나를 비교해보게 된다.
친정집의 맏이는 무얼 하고 있는지?
시댁쪽에서 맏이인 남편는 무얼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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