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2016. 6. 16. 12:12★ 나와 세상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주인이 급매로 집을 내놓겠다고 했다.

새로 이사갈 주변 아파트를 알아봐야 해서 시세를 알아보니 전월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남양주에 있는 우리 아파트도 급매로 내놨다. 물론 그건 팔아도 대출금 빼고 세입자 보증금 빼고 나면 남는것도 없다.

 

우리가 떠안고 있는 빚은 여전히 많다. 매달 조금씩 대출의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빚이 생긴다. 내가 알바를 해서 번 돈은 백만원도 안된다.

두 아이 고등학교 등록금과 급식비와 방과후비와 학원비가 자동이체 되고 나면 통장 잔액이 부족할 때가 있다.

학원을 끊어야함을 딸 들에게 설명해봤지만 고3인 딸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는 지금 성적도 유지할 수 없을거라는

말과 학원을 끊게 될까봐 불안함에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릴 때가 여러번 이었다.

과거에 남편이 날린 돈을 아까워 하진 않는다. 고개 숙이고 미안해하는 남편 모습이 가슴 아프다.

남편 탓이 아닌데..... 경제력이 없는 나의 능력없음이 한탄스러워질 뿐이다.

이런 우와중에 시어머니의 병원비를  대출받아서  막내시누 통장으로 송금했다. 맏이니까 최소한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그러면 입이 진무르고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니까......

시댁 집안쪽 돌잔치에 다녀왔다. 우리 두 아이 돌잔치에 와줬던 친지분이라 당연히 가야 했다.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왔다.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 안에서  어머님이 말씀 하셨다.

온 가족(시댁 식구들 모두)이 함께 놀러가고 싶으시다고 우리가 너무 한 게 아니냐고 하셨다.

어머님 모시고 한 번도 놀러 간 적이 없는 우리에게  서운하시다는 표현을  그 전에도 여러 번 하셨다.

우리의 이사와 남편 치과 치료비 이야기를 설명했음에도 놀러 가고 싶다는 바램을 말씀 하시는

시어머님이 변하실거라는 기대는 안하는게 현명할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님 대학병원 한방병원 치료비를 대출받아 보탰다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으니.

 

 

남편이 치과 치료를 시작했다. 500만원 견적이 나왔다.

치아 보험이 있으니 150만원정도는 보험에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년을 넘게 미룬 치과 치료이다. 직장인이다보니 평일에 시간을 내서 치과치료를 받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이 들어감에 치아의 벌어짐이 심해지고 2년전에 발치한 어금니도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더 늦기전에 시작하라는 말을 2년전부터 해오던 터다. 지금이라도 치고치료를 시작한 남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친정부모님의 대학병원 원정도 빈번해지고 있다. 둘째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이번에는 나도  연차를 내서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동생과 함께 서울대학병원 진료를 도왔다.

이제는 걷는 것도 불편해지신 친정아버지를 부축하면서, 앞으로 그런 아버지의 수발을 하면서

밭일을 함께 해야 하는 친정엄마 걱정에 동생과 나는 최소한의 딸 노릇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친정아버지는 정식으로 <파킨슨병>  진단 받았고 허리 통증도 <협착증>에 관한 약을 2개월치 처방받으셨다.

두 달 뒤 예약을 하고  큰오빠에게 알렸지만 오빠라는 분은 그 땐 본인이 모시고 다녀오겠다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2개월 후에도 둘째가 친정부모님을 병원을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을 느꼈다.

그래도 친정부모님은 병원비 걱정은 안해도 되는게 어딘가..... 그거라도 위로 삼자고 동생과 나는 서로를 다독였다.

 

 

상조보험도 2개 가입해 있다. 맏이니까.....

지금 사는 집은 엊그제 매매가 됐다.

새로 이사갈 전세집을 알아보고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에 서류를 넣었다.

두 딸의 학교가 바로 옆이라 다른 곳으로의 이사는 엄두를 못 낸다. 자식이 뭔지.....

나와 남편은 남양주로 다시 가고 싶지만 고3 딸은 그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붕 떠 있는 요즘 일부러 더 책을 읽으려고 애쓴다.

책 내용이  인지가 안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현실의 번잡스러움을 잃고 싶어서 그런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건 있다. 치과 치료를 시작해서 남편의 술마시는 횟수가 조금은 줄어 들었다.

새삼 남편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회사생활에 주말엔 알바까지 하면서 돈을 버는  막내가 형부(내 남편) 치과 치료에 보태라고 보내준

20만원에 울컥하고, 둘째에게 그 돈을 다시 보내서 엄마가 주신 돈이라 속이고 막내에게 다시 송금해줄 걸

부탁하는 내가 좋다. 내 코가 석자임에도 둘째나 다른 사람의 경제적인 도움을 일언지하에 거절 할 수 있는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나 만은 칭찬해주고 싶다. 사람 관계에 돈 거래가 발생하게 되면

끝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잘 알고 있는 내가 좋다. 내가

번 돈이 귀하면 다른 사람이 번 돈도 똑같이 귀하다는 걸 알고 있는 내가 좋다.

나보다  사는게 형편이 낫다고 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걸 당연시 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고 이런 나를 나무라지 않는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