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19:25ㆍ★ 나와 세상
예전에 함께 일했던 언니(톨게이트 주임이었던)의 전화를 받았다.
그 언니는 톨게이트 퇴사 후 일반 회사에서 오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회사 총 직원은 백삼십명 정도인 중소기업이고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거라 했다.
얼마전에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 한 명이 그만뒀다며 그 회사에서 일 할 생각이 없냐는 의향을 물었다.
급여(실수령액)가 지금 도서관보다 60 만원이나 더 많다. 계약직이 아니고 정규직이고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거리가 멀다. (자동차로 40분정도- 정확하진 않음)
중고 자동차도 사야 할거 같다. 기름값도 회사에서 보조해준다고 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다.
주5일 근무라 주말은 무조건 쉬지만 국경일이 평일이면 출근을 해서 오후2시쯤 퇴근한다고 했다.
잠깐 갈등했다. 하루 이틀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빠른 선택을 했다.
그 언니 기억속의 나는, 성실하고 일에 있어서도 열심이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그 때는 열정이 있었다)
다른 부수적인 면에서도 그 언니는 나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을것이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면 좋을거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급여(퇴직금)분에서 지금보다 조건이 좋아
내 형편을 잘 아는 언니가 나를 생각해서 일부러 전화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2006년 ~ 2009년도 내가 아니다. 일에 임하는 태도나, 체력적인 면에서...
무엇보다 거리가 멀고 자동차를 중고라도 구입해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을 느꼈다.
거절 했다. 지금 하는 일이 계약직이긴 하지만 내 체력과 적성에 맞아 지금 일을 계속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전화를 끊고 너무 빠른 결정을 한 건 아닐까?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끝났다.
며칠 전 남편 술로 인한 귀가시간으로 다툼이 있었다.
하루를 거르지 않고 매일 알콜을 섭취하는 남편을 어느 정도 포기 했다고 생각했다.
잔소리도 예전처럼 하지도 않았고. 잔소리가 아무런 효과가 없기에 반은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상담과 판촉 미명아래 새벽4시가 넘는 시간에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취해서 들어온 남편을
본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막말을 쏟아냈다.(수시로 엉망으로 취한 모습을 자주 봤음에도 그 날 유독 그랬다)
이 곳으로 이사와서도 나는 가계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이제는 컴으로 엑셀으로 따로 저장도 해놓고 있으며
친정, 시댁, 아이들, 시누들과 친구들, 대출금과 보험료 및 적금등등도 분류해서 시트별로 저장해 놓기도 했다.
반찬값(식대)을 20만원 넘게 줄였으며, 적금 통장도(빚은 안 갚고) 금액은 얼마 안되지만 서너개 만들었다.
반찬값 1,2 만원을 아껴서 적금 불입하고, 작은 아이가 학원을 끊은 대신 학원비조로 매달 30만원씩
적금도 넣어주려고 작은 아이 이름 적금통장도 새로 개설했다.
동전 100원, 500원짜리도 열심히 모아서 목돈이 되면 적금 통장에 넣기도 했다.
큰 딸 대학 등록금 송금을 완료하고 이 달 말에 큰 아이 기숙사비만 송금하고 나면
다음 달부터는 대출금 원금도 매달 얼마씩 갚아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차였다.
출퇴근을 하면서 신은 겨울 단화가 밑창이 다 헤져서 버리고 새로 사야지
다짐을 하고도 한 달 넘게 망설이다가 얼마전에야 9,900 원짜리 단화를 새로 사서 신었다.
점심값을 아껴볼 요량으로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직장맘이라 겨울 외투 한 벌 정도 사 입어야지 몇 번을 다짐하다 결국은 사지 못했다.
시누가 처녀시절 입던 옷이나 누군가 사이즈가 작아서 못 입게 된 옷가지들을 얻어
입고 올 겨울을 버텼다.
별로 알뜰하지 않는 내가 나름 절약하며 살려 노력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왜 변하지 못하는 걸까? 또 이틀새에 술값으로 몇십만원을 지출한 듯 싶다. 한숨이 난다.
내가 여전히 변하지 못한건가?
남편도 나도 둘다 서로에 대한 태도가 문제이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도 쭈욱 남편과 나는 이런식으로 평행선으로 가는걸까?
남편이 외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남편에게 외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남편의 외로움을 갸름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외롭든 힘들든 살아가는게 더 급했고 하루하루 생활을 하는게 더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런 감상적인 부분들은 모른척 하고 살았다.
내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했다면 진작에 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다른 선택의 방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누가 옳고 그른게 아니라 남편과 나는 너무 다르다.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내가 변해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나도 별로 변한게 없다.
결혼 20주년을 1주일을 앞둔 오늘,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를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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