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재입사

2018. 3. 5. 16:43★ 나와 세상




워크넷을 뒤지다가  예전에 근무했던 민자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사원 채용공고를 봤다.

망설였다....... 3교대 근무형태를 잘 알기에 내 체력이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했었다.

무엇보다도 만성위염으로 속쓰림과 구토증세를 느껴야 했던 밤근무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났다.

그런데 밤근무(말번 근무(밤10시~다음 날 새벽6시까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파트타임도 채용한다고 했다.

바로 전화를 했고 응시원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발송했다.

바로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받았고 다음 날 아침 9시 15분까지 본사가 있는 양주 영업소에서 면접을 보기로 했다.






면접장소가 톨게이트 사무실이라 출근하는 남편의 차를 타고 아침 7시 40분에 양주 톨게이트 휴게실에 도착했다.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자존심 상하는 이상야릇한 기분도 같이 느꼈다.

톨게이트 수납사원일을 그만 두면서 두 번 다시는 3교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 했었는데....

여기 저기 떨어지고 또 다시 3교대 일을 하기 위해 재입사(예전에 근무했던 소속 민자도로, 영업소는 다름)를

해야 하는 내 처지가 웬지 비참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톨게이트 휴게소 편의점에 들러 800원짜리 김밥 한 줄과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사서 아침으로 먹었다.

밖에서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나, 어색하고.... 조금 서글펐다.

톨게이트 근무를 하려면 또 중고차를 구입해야 하나.....

집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톨게이트는 딱 한 곳...... 그 곳에 지원했다.

중고차를 구입하게 되면 그 할부금 갚으려면 몇 개월치 월급은 몽땅 날리는 꼴이고 자동차 보험료다 기름값까지...

금전적인 계산만 하는 내가 참 변했구나 싶었다.



9시 15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7시 40분부터 휴게실에서 스마트폰질을 하다 9시가 되서야 사무실에 들어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남자분이 내게  아는척을 했다.

"김보형씨, 여기 웬일이세요?"

처음엔 그 남자가 누군줄 몰라봤다. 내가 아는 남자라니.......남편 말곤 별로 없는데....

한참 만에 생각이 났다.

9년전,  내가 불암산 톨게이트를 그만 둘 때 그 곳 대리님으로 계셨던 분이다.

그 때는 볼이 통통하고 얼굴이 하얀 새신랑이었는데.... 지금은

얼굴도 홀쭉해지고 얼굴색도 까무잡잡해진 중후한 아저씨 모습이었다. (9년전에 그 분이 20대 후반이었던가. 30대 초반이었나 그랬을것이다)

그 뿐인가...

수납사원 시절 나와 같이 수납사원이었다가 주임으로 승진했던 동갑내기 **도

지금은 어엿한 양주 영업소 대리가 되어 있었다. ...

나를 알아봐주신 새신랑 대리님은 전 영업소를 총괄하는 소장님이 되었다고 했다.

아아... 벌써 내가 톨게이트를 그만 둔지 9년이 지났다는 걸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집에서 가까운 톨게이트로 배정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정직원이 아니어도 되니 밤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파트타임 근무자로 근무하길 바랬다.

파트타임과 정직원은 밤근무로 인해 월급이 20여만원 정도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정직원이 되면1년에 성과금이라는 것도 받을 수 있으며 연차 수당도 있고 또 뭐가 있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그저 난 어떻게든 밤근무만은 피하고 싶었다. 정직원보다는 월급이 20만원 적게 받더라도.....



면접일 바로 다음 날, 출근을 해서 교육을 받고(부스안에서의 교육09:00~18:00)

다음 날엔 중번 근무를 하면서 이틀째 교육을 받았다.(오후2:00~ 밤10:00)

하지만 난 이틀간의 교육을 마치고 바로 밤근무(22:00~06:00)를 해야했다. 원래 신입 교육은 3일인데 나는

경력자라 하루 줄었다고 했다. 그리고 원래 재입사를 안 받아준다고도 했었는데....

갑작스러운 인사 이동이 있었고 (지금은 톨게이트 수납사원 발령은 수시로 있다고 한다)

나보다 하루 일찍 교육 받던 사람이 갑자기 출근을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톨게이트 근무 경력이 있었지만  일을 그만 둔지 9년이 지났고

시스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고, 업무 습득력이 빠르지 않는 나의 아둔함 때문인지

아직은 일이 손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본 일이라고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할 때도 있었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밤근무였다.

다행히 속쓰림을 어느 정도 잡고 일을 시작해서 그랬는지 이틀간의 밤근무는 괜찮았다.

그리고 새로 근무하게 된 톨게이트는 차량통행량이 많지 않는 지선이라 9년전 근무하던

본선근무보다는 피로도도 덜 한 듯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바뀐 시스템에 익숙해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다행히 이틀간 밤근무엔 실수는 없었다.



지금은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로도 통행료 수납이 가능해졌고, 화물차 심야할인도 근무자가

부스안에서 조작을 해야만(영업용 노란색 번호판 아바사자 넘버 덤프트럭만) 심야 할인이 된다든지,

등등의 몇 가지의 변동사항등과 연계 할인 조작도(호원IC 영수증 제시 고객에게는 할인 적용된 통행료 수납)

손에 익숙하지가 않아 심장 벌렁거림을 느껴야 한다. - 9년전엔 이런 시스템이 아니었다.(조금만 변해도 그걸 터득하는데 나의 아둔함이 가장 문제)


오늘은 입사 한지 5일만에 첫 휴무날.

유니폼 조끼 속에 받쳐 입을 목폴라 두 벌과 검정색 바지, 동전 셀 때 낄 장갑을 사러 구리에 다녀왔다.

밀린 은행 일도 보고 왔다.

근무하는 톨게이트는 버스로 가면 한 번만 갈아타면 되고 걷는 시간까지 합해도 3,40분이 충분하다.

자동차로 가면 10분이 가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내일은 새벽5시즘에 집을 나서게 될 것이다. 재입사 후 첫 새벽 출근이다.

남편이 데려다 주기로 했다.



내겐 추억도 많은 톨게이트 근무였다.

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사연을 보내 소개 된 적도 있다.

톨게이트 사연은 흔하지 않아 소개 됐을 것이다.

내가 한 달즘 뒤에도 밤근무에만 버틸 수 있으면 다시  한 번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도 보낼 것이고

다시금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직장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화이팅을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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