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30. 15:36ㆍ★ 나와 세상
낡고 오래된 4층짜리 빌라, 4층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내후년 2월엔 경기도 양주소재, 새로 분양 받은 30평짜리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그 때까지 중도금 대출을 5회에 걸쳐 받게 될 것이고, 그 중에서 다음 달에 3회차 대출을 받게 된다.
지난 달엔 작은아이 불입기간이 끝난 만기 보험료 해약금을 보태서 생활비로 사용하였다.
코로나 여파로 최근 15개월 동안 남편의 급여는 20%가 삭감이 되어 마이너스 대출 통장은
한도가 다 찼고, 나머지는 주식투자 수익금과, 적금 한 개를 중도해지해서 생활비에 보탰다.
두 아이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매일 종이 가계부를 작성하던것을 재작년부터는 엑셀로 더 세분하여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소소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철저한 계획소비를 하는 주부는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 친구와의 만남을 최대한 자제한 이유엔, 나로 인한 지출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재작년, 작년엔 1년동안에 여고 때 친구는 딱 한 번 만났다.
올해 4월말경 부터는 친구를 만나러 외출하기 시작했다.
두세달전부터 새벽 출근을 하는 남편이, 지나치는 말로라도 피곤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실업자로 지낸지 8개월이 되어가는 나에게 취업에 대한 부담을 준 적도 없다.
코로나 시국에도 귀가시간은 빨라졌으나 밖에서 술을 마시는 횟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집 경제상황을 알려주면서, 술값과 대리운전비를 줄일것을 요구하는 내게 화를 낸 적도 없다.
일과 친분으로 알게된 사람들로 지출되는 비용이 백만원이 넘어가는 달도 있다.
가입된 축구모임만도 5개가 넘는다. 매달 지출되는 회비와 술값, 대리운전비 등등....
버니까 그만큼 쓸 자격이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곧 작은아이의 대학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납부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고지해준다.
얼마 대출 받으면 되는거냐고 묻는 남편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한푼 두푼 아껴서 기십만원이 되면, 그만큼씩이라도 대출금을 상환하려고 나와,
본인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주는것으로 할일 다 했다는 남편의 태도에 화를 낼 때가 있다.
빚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 남편과, 알뜰하지 못한 내 모습에 한숨이 날 때가 많다.
남편은, 운동하고 나서, 마신 술에 취해 기분 좋게 귀가해서 세상근심 하나 없는 모습으로 잠이 든다.
평소에도 웬만해서 화를 잘 내지 않고, 한없이 너그럽고 좋은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늘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부싸움은 취한 남편 언행에 내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거나, 어떤 제스처를 취했을 때만 발생한다.
나는, 재미 있게 읽은 책 내용을 두 딸들에게 들려줄 때 웃는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할 때 작은 행복함을 느낀다.
나를 오랫동안 봐온 지인들은, 바른사람이지만 조금은 까탈스러운 사람이라고 평한다.
우리집에서 나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자유롭고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잠든 남편의 얼굴에서 나를 본다.
길을 걷다가 적당히 인상은 좋은데, 꾀죄죄한 중년의 아저씨를 마주치면 남편이 생각난다.
나 또한 길거리에서 삐쩍 마른 , 빈곤함이 풍기는 아줌마의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빠졌다고 걱정하는 남편을 보면서 중년의 나이를 실감한다.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친구들 모습에서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심해지는 건망증과, 나날이 늘어가는 핸드폰 메모장과 일정표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몇 초전에 읽은 문장내용이 생각이 안 난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자리에 앉았다 일어날 때, 자동으로 한쪽 손이, 무릎을 잡고 있는 나를 볼 때도 늙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떤 것을 보거나,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행복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죽음과 건강에 대해서도 요즘에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변화들도 나이가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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