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휴가를 보내다

2022. 7. 22. 16:41★ 나와 세상

 

최종 병명은 <장염>이었다.

살모넬라균이 발견되어 8일간 입원기간 중에 6일동안을 격리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첨엔 냉방병이나 가벼운 장염인줄 알았다. 이틀 동안 물만 마시고 병원을 찾았다.

더 빨리 병원을 가고 싶었지만, 몸을 추스리고 1층까지 걸어 내려갈 기운도 없었다.

네 번의 설사... 나중엔 물만 마셔도 배가 아팠다. 복통이 심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심하다고 생각은 못했다.

 

요즘은 장염증상이 있으면 열이 없어도 무조건 병원앞에서 신속항원 감사를 하고 결과가 '음성'이

나와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코로나 검사후 20분 뒤에 결과가 나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의사와 비대면 진료를 본 후에 외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피검사가 결과에서 염증 수치가 정상치(0.5)의 10배가 넘게 나와서 입원을 하자고 했다.

실업자이고, 실비보험이 있어 병원비 걱정 안하고 입원을 결심할 수 있었다.

입원실이 없어서 처음엔 하복부 CT촬영을 했다. 병실 하나가 오후에 날 것 같다고

해서 링겔을 맞으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다된 시간에 입원 할 수 있었다.

입원한 화요일부터 다음날 점심때까지 물도 못 마신 상태로 굶어야 했다. 내리 3일을 넘게 굶었다.

그래도 수액을 맞아서인지 갈증이외엔 견딜만 했다. 

대신 입원 다음 날, 입술에 물집이 크게 생기고 혓바늘이 다 돋아서 연고 처방을 받았다.

 

 목요일 오전에 대변 검사에서 살모넬라균이 발견되어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배양검사를 해서

법적 전염병인 <장티푸스> 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3일에서 5일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 날부터 4인실 병실을 나 혼자 사용했다. 편하고 좋았다. 혼자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병실과 화장실 이외

병실 앞 복도도 다닐 수 없는 격리생활을 6일을 했다. 난 괜찮았다. 격리하기 전부터 설사하는 것은 멈췄고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나서는 컨디션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다려야 했다.

보건소 간염병 대응팀 전화도 받았다. 최근 2개월동안의 나의 행적을 물었다.

물론 장티푸스 균이 발견되지 않으면, 역학조사도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최근

나의 행적들을 최대한 난 자세하게 대답해 줬다. (난 핸드폰 일정표에 모든 행적들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혼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거나,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들었다.

규칙적인 생활, 매일 맞는 링겔과 항생제로 내 몸상태는 좋아졌다.

비 내리는 병원 밖 풍경도 만끽하면서 나는 병원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월요일부터는 지겨웠다. 결과를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매끼 다르게 나오는 병원밥도 난 맛있었다. 혼자 지내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결과 기다리는 것은 힘들었다.

혹시라도 장티푸스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 

 

화요일 아침에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화요일 아침엔 첫 밥이 나왔다. 그 전까지는 반찬은 나오되 죽이었다.

정오가 다되서 담당의사샘이 직접 와서 검사 결과를 알려주셨다. 장티푸스는 아니었다.

퇴원하고 대변 본 후 손 잘 씻고 약 잘 먹고, 퇴원하기전에 대변을 받아 제출하고 가라고 했다.

실패했다. 오후 4시 30분까지 노력했으나 대변 보기를 실패했다. (아침에 봐서)

5시가 다되어서 카카오 택시를 타고 퇴원을 했다. 짐꾸러기가 3개나 되었다.

입원기간엔 가족과 만날 수도 없었고, 내가 사용한 물건들은 외부로 내보낼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 기분이다.

집에 와서 바로 집안일을 시작했다.  퇴원하는 날,두 딸들은  약속이 있었는데 안 간다고 한 걸 다녀오라고 했다.

큰 병도 아닌데... 유난 스럽게 구는 모양새는 별로 였다.

입원 당일과 퇴원하는 날에도 우리집 남자는, 술에 취해 들어와 주었다.

나도 여느 여자들처럼 엄살도 부리고, 연약한 사람마냥 굴었으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래도 별로 달라 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가볍고 먹고 지낸다. 체중도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 2키로 정도만 줄었다.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제부터 소식을 해야겠다.

그게 내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