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다는 말의 비밀

2026. 2. 11. 19:14★ 나와 세상

 

 

서럽다. 문득 생각하다가 삼천이 너가 했던 말이 생각났댔어. 방앗간 사장이 내한테 뭐라 지랄한

적이 있지 않간. 내가 빨리빨리 일을 못한다구 몰아붙혔던 적이 있었더랬잖아.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서럽다. 서럽다 하니 삼천이 너가 그랬지. 서럽다는 기 무슨 말이간. 슬프믄 슬프구

화가 나믄 화가 나지. 서럽다는 기 무슨 말이간. 서럽다는 기 뭐야. 나 기 말 싫구만.

너레 화가 나믄 화가 난다구 말을 하라요. 나한테 기런 말두 못하믄 내가 너이 동문가.

그래서 마당에 앉아 내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럽다는 말이 거짓 같았어.

서럽긴 뭐가 서럽나. 화가 나지. 삼천이 너가 그러지 않았어. 섧다. 섧다하면서도 화도

한 번 내보지 못하구 속병 드는 거 아니라고.그 말을 나 생각해.                     

  최은영 장편소설 [[밝은밤]]  127페이중에서 ---------------

 

지난주에 읽은 최은영의 [밝은밤] 에서 이 대목을 다시 만나며, "서럽다"라는 말 속에

숨어 있던 내 분노를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남편이 없어서 그런가 싶고,

아이들도 힘들 때마다 "아빠가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이 튀어 나온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흘러간다.

 

 

울적한 마음에 서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안의 내 마음을 모르고 혼자 소리 내어 꺼이 꺼이 운적도 있었다.

지난 주에 읽은 이 책 문구중에, 서럽다는 의미가 화가 난다는 의미였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이젠 접어할 마음들이다. 정리해야할 마음들이다.

오늘 밤, 남편과 얽힌 인연 하나를 조용히 내려 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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