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어젯밤, 아이들이 잠들 무렵부터 들려오는
건너편동의 어떤집에서 폭언과 실갱이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밤까는 부업을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엔 분노가 가득하다.
그런 아내의 악쓰는 소리에도 커다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중얼거리는듯한 남편되는 남자의 목소리..
내가 만약 결혼을 하지 않는 미혼의 처녀였다면,
부부싸움을 그다지 심하게 해본
경험이 없던 그런 여자였다면
한밤중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부부싸움을 하는 그들을 경멸했을것이며,
그래서 여자의 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는듯한 그녀의 행동에
심한 반감과 짜증만 냈을것이다.
조금 이어 되려 큰소리로 치는 남자의 목소리...
악쓰는 여잔 그래도 욕설은 하지 않았다. 나처럼..
그런데 남자는 담박에 자기 아내에게 년자가
들어가는 욕설부터 해댄다.
나쁜새끼... 내 입에서 나갈뻔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놈에게 향한 내 마음.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고,
해도 작은 말다툼으로만 끝내는
여잔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는 그런 부부들을
경멸하며 귀찮게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부싸움 소리를 듣게 되면
내 가슴이 쫄아들고 마음이 저려오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온다, 병일지도 모른다. 정신병!
위내시경
지난주 내내 단하루도 쉬지 않고
나랑 사는 남자는 술을 마시고 귀가를 했다.
물론 남편 본인도 마시고 싶어하지 않는 술자리였다. .
판촉이라는 미명아래, 개업이나 업주 상담차 이사라는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신다는 피곤한 성격의 상사를 모시고
그들의 운전기사 역할과 아울러 토하도록
술을 마시는 날들을 보냈다.
첫날은 새벽4시, 둘째날은 1시반, 세째날은 12시
네째날은 3시반, 다섯째날인 토요일엔 1시반에 번호키를 누르고
남편에겐 하숙집이나 마찬가지인 나와 내 두딸이 살고 있는
우리집에 들어와줬다.
두번의 오바이트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나는 습관이 된 남편 기다리면서
밤까는 일을 하면서 잠을 설쳐야 했다.
한번의 다툼이 있었고 반복된,
하지만 문제의 실체는 생략된 화해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내 속은 다시금 울렁증과 구토와 통증을 유발시켜줬다.
1년에 한번씩 거르지 않고 하는 검사중의 하나인
나의 위내시경과 산부인과 암검사가 있다.
위내시경을 하는것은 산부인과 진찰대에 올라가서
모르는 외간남자 의사 앞에서 다리 벌리는 행위보다 이젠 더 두렵다.
수면 내시경은 할수가 없기에 구역질 나는 위내시경을 하는
10여분의 그 시간이 나에겐 심히 고통스러웠다.
47키로를 그나마 유지하던 내 체중은
그제께에 아이들의 보채는것에 져서 들린
찜질방 체중계에서 46키로를 밑도는 현상을 보여줬다.
이런 나를 신경과민으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화가 난다.
피도 뽑고 소변도 받아서
전반적인 건강검진을 4만 몇천원을 주고 실시했다.
그래도 위가 아플때 먹으면 호전되던
양약도 이번엔 전혀 듣지가 않았다.
통증까지 느껴진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쓰러질것만 같았다.
피검사와 소변검사로 갑산성과 간기능 검사와 방광염검사
간염 항체 검사까지 할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한다고 했다.
3일뒤쯤에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어제 아침에 한 위내시경으로 아침을 굶고 기운이 없어
쓰러질뻔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하다.
어쩌면 신경성 위염일수도있으니까.
약도 듣지 않는 그런 신경성 위염말이다.
보미의 매직파마
반곱슬머리라고 했었다.
보미 혜미 둘다 반곱슬이라고 했었다.
나와 남편 둘다 생머리인데
우리집 엄마와 동생들이 약간의 곱슬끼가 있다.
난 매직 파마가 어떤 파마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벌써 멋을 부리는것인지 자기가 입을 옷은
자기가 코디를 해서 입고 다니고 있는 우리집 두딸들덕에
나는 아이들의 옷입는것에 터치를 하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다.
그런데 보미가 매직파마를 해달라는 말을 수개월전부터 했어도
난 무시를 하거나 돈없어서 못해준다고 일축해버렸다.
보통의 파마값이 2,3만원은 하기 때문에,
특히나 나란 엄마는 아이들이 파마를 하거나 귀를 뚫고 귀걸이를
하는 모양새를 과히 좋게 보는 사람이 아닌지라,
파마나 염색 따위 말을 하는 보미 자체가 훗날 싸가지 없는,
외양에만 치중하는 그런 날라리 여학생이 될까봐
벌써 걱정을 하던 그런 엄마였다.
외모만 꾸미고, 얼굴만 이쁘고, 옷만 멋지게 입고 다닌다고
그사람이 멋진 사람이 되는게 아니라고 늘 세뇌와 설득을 하는
엄마였던지라...........
그런데 그런 엄마인 내가 보미의 매직파마를 해주었다.
잊고 지내던 바느질해서 번 거금 3만원으로 매직파마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버린 나로서는
어쩔수없는 선택으로,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보미에게 이 매직파마라는것을 해주었다.
찰랑거리는 생머리가 훨씬 이뻐 보였지만
난 지금도 보미가 훗날 외모가꾸기에만 치중을 하는
그런 여자아이로 클까봐 걱정을 해본다.
줄넘기와 달리기만은 자기반에서 1등이라고 가끔씩은
잘난척을 하는 보미는 여러면에서,
마른 체형을 빼곤 날 닮지 않는듯 싶다.
난 어려서부터 키는 반에서 젤 컸지만,
달리기도 꼴찌였고 운동신경이 엄청 둔했으며,
화장하고 꾸미는 일엔 거의 소질도 없었을뿐더러,
게을러서도 꾸미줄 아는 여자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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