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월요일에

2005. 6. 27. 18:53★ 부부이야기


    오늘은 출근을 했다가 거의 일을 하지 않은채 돌아왔다. 주방일과 운전을 하는 젊은 직원이 그만 둔다고 해서 그런 그 직원을 설득하는 사장님 덕분에 오전에만 일을 했다. 영세업이라서 그런지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일을 하는것은 좋을수 있지만 아마도, 그 젊은 직원 월급을 몇달째 주지 못한것 같다. 미안해 하는 사장내외가 나의 하루 알바비를 쳐주겟다면서 (되려 내가 미안해졌다) 사무실 문을 잠그고 퇴근을 하라고 전화로 지시했다. 난 지각하는일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편이라서 그런지 이 알바일에도 이른 출근을 해서 날마다 사무실 문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에 난 늘 남편 기다리던 기억을 떠올린다. 결혼전에 자취하던 시절엔 귀가시간 늦던 동생을 기다렸고 결혼을 해서는 술자리로 늦은 남편을 기다리는 생활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난 친구를 만나는날에도 기다리는 시간을 참 싫어하면서도 그 기다림의 시간에 길이 들여진듯 싶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사무실이 비워 있던 오늘, 나는 책이라는것을 한권 다 읽을수 있었다. 사이토 ? 라는 일본 사람이 쓴 책이었다. 사랑받는 사람들의 9가지 ? 라고 했던 제목으로 기억된다. 난 그책을 읽으면서 그 책 내용에 나오는 문제성이 짙은 사람의 특성은 전부 내가 갖고 있는것들뿐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랬다. 책! 참 내가 가까이 하던 물건이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전철안에서도, 친구를 기다리던 찻집에서도 나는 늘 책한권정도는 갖고 있었고 그 책 한단락을 끝나는 공간에 뭔가 긁적이던 그런 면도 있던 처자였다. 그런 난, 언제부터인가 그 책이라는것을 손에서 놓은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참, 습관이라는것은 무서운것 같다. 이젠 책을 맘 잡고 읽으려고 하면 골치가 아프거나 아님 서너페이지 넘기면 지루하게만 느껴지고 있으니........ 남편을 기다리지 않고 잠드는 습관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젠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도 서서히 들일 생각이다. 우리집에 있는 책들만이라도 다시 한번 읽어 보도록 해야겠다. 머리가 텅텅 빈, 멍청한 여자가 되는것은 나도 너무나 싫다. 가끔씩 내가 생활에 지쳐서 너무나 많이 멍청한 여자로 변해가는것 같아서 두렵기까지 하다. 김치찌게에 오뎅을 볶아 놓고 오이를 무치고 고등어를 조려 놓았다. 동네언니가 준 열무김치도 있고, 어제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묵은김치에, 검은콩자반에 멸치반찬까지 있다. 감자도 반박스나 있다. 생즙을 내서 남편을 먹였다. 그대로 두면 얼마 가지 않아 썪어서 버릴것 같아서 즙을 내서 준 내 속마음을 모르는 남편은,(나는 참 나쁘고 게으른 아내다) 허리에 좋다고 하면서 마시는 남편을 보면서, 습관적으로 생각한다. 나 같으면 몸에 좋은것 덜 먹고 술이랑 담배를 끊을텐데.... 담배는 꼭 끊겠노라고 호언장담한 남편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콧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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