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종종 늦은 귀가를 하기 시작하던 신혼시절에는
그저 일이 늦게 끝나고 직원들과 한잔 하고 오는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일이 늘 반복되어져도 그려려니 하면서 늦은 남편을 닥달하거나
바가지 같은것은 전혀 긁지 않았던 아내로 존재했었다.
결혼전 회식이라도 있는날에 집에 있는 아내가 얼른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는 남자 상사 직원들이 불상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런 전화를
하는 아내가 웬지 교양없고 집착강한 마누라라고만 생각했었으니까...
자주,그리고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모습이 서운하기도 하고 싫기도 했지만
나 혼자 삭히는 날이 많았고 그로 인해 부부싸움을 한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남편의 카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리고 여기저기 인터넷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들의 하소연의 글들을 접하고 나선
아, 난 참 바보같은 여자였고 내가 너무나 순진하게만 생각했구나,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잔 때론 여자 있는 술집에 가서 놀수도 있고
때론 딴짓을 하는수도 있구나를 생각하면서 남편의 대한 의심병을
키우기 시작했었고 그때부터 나는 남편을 닥달하고 추궁하고
술마시고 새벽에 늦게 들어오는날엔 싸움으로 이어가는 아내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술로 인한 나쁜 애기들은 귀로 쏙쏙 들어오고, 적당한 알콜섭취에
대한 긍정적인 애기에 콧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동생들과 노인문제 다루는 드라마를 보고 펑펑 울면서
시부모님 괄세하고 시부모님 모시는 일을 그저 귀찮게만 여기며
자기네끼리만 잘살려고 하는 젊은 며느리들처럼 되지 말자고 굳게 마음 먹었다.
그래서 결혼을 해서 장남임에도 시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너무나 나쁜 며느리이니까 더 잘해야지 생각했고, 우리 시부모님들은
너무너무 좋은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시댁의 돈궁할때마다 나에게 애기
하시는 시어머님을 단한번도 의심하거나 날 속이는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돈 멍청한 며느리로 살았다.
아픈 시아버님 병문안을 날마다 가는것이나, 입퇴원을 수시로 하시는
시아버님 병원비를 우리가 대는 일에도, 신혼여행 경비에서 50만원
뚝 떼서 드린것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난 큰며느리로서
할도리를 못하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남편의 결혼후 첫사고를 쳐서 크나큰 금전적인 손실을 겪은후에도
시댁에 해야 할 도리 한다고 시시때때로 시부모님 용돈 드리고
경조사 챙기는 일을 단한번도 거르지 않는 일도 당연하게 생각했으며
시아버님 장기 입원하실때에 건강하신 시어머님이 멀쩡하게 계셨음에도
결혼한지 1년도 안된 내가 숙식을 병원에서 하면서 시아버님 병수발을
하는 일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빚이 몇천만원이어도 시댁
병원비와 공사비를 빚내서 해드린일에도 억울하다는 생각은 단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며느리였다.
그런데 결혼 먼저 한 친구가 그랬고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날
한심하게 미쳤다고 우리 시댁을 시어머님을 흉볼때도 안그래 우리 어머님
얼마나 좋은분인데 라고 생각했고 며느리인데, 큰며느리인 내가 그런일
하는것은 당연한데 왜그러니 라고 고집스럽게 착한 며느리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
번번히 사고 치는 남편때문에 힘들어할때도 우리에게 돈애기를 누누히
늘어 놓으시는 시어머님의 애기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어려워도
어머님보다 하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늘 시어머님에게 생활비 넉넉하게 드리지
못한것에 죄송스럽게 생각하던 멍청한 며느리로 살았었다.
주위 사람들 애기와 이런저런 애기들을 들으면서 나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시어머님은 나쁜분이고 자기 밖에 모르시는 분이고,
우리 어려운것 안다고 말씀하신게 다 위선이었으며, 그저 자기 살길만
바쁜, 자식 키운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엄청난 분이란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나는 시어머님이 밉고 싫어지기
시작했었다.
사랑하는 남자 여자가 여행을 갔다가 한방에서 자게 되더라도
얼마든지 아무 일 없이 손만 잡고 잘수 있다는것을 난 철저하게 믿던
여자였는데, 아니 나랑 남편도 그러 했기 때문에 정말로 사랑하면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이상, 사랑하는 사이면 남자는 본능을 누르고
참을줄 아는 남자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는 그런 생각을 할수 없는 여자로 변해 있다.
사랑하니까 같이 잘수 있고 사랑하니까 더 안고 싶고
더 자고 싶어하는게 남자라는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남자가 말하는 사랑과 여자가 말하는 사랑의 형태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다는것을 이제서야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철이 늦게 든 아줌마가 되었다.
늘 어릴때부터 키가 큰 나였기에 엄마와 할머니는 내가 초경도 일찍
할거라고 짐작하셨음에도 나는 키성장이 좋은것에 비하면
초경이 고2에 했을정도로 느렸으며 가슴 근육도 미미해서
절벽가슴을 지니고 있으며, 이론에 남자 여자 상열지사에 박사수준에
머물렀던 나의 사춘기를 지나 남자와의 첫키스는 남편이전의 만났던
26이라는 나이에 키스가 아닌 뽀뽀를 처음 해봤으며 키스라는것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신혼첫날밤을 지나고 나서야 해볼수 있었다.
그리고 첫날밤이나 첫경험도 첫키스도 내가 알고, 상상했던 그 느낌과는
너무너무 달랐으며 난 그때서야 내가 얼마나 남자 여자 사이의
문제에 많은 환상들을 갖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신혼첫날밤에 이루어진 남편과의 첫 거사에
남자라면 충분히 오해 할수 있는 말 " 벌써 다 끝낫어요?"
라는 말을 해서 남편을 적찮게 당황하게 했으며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보여진 그 섹스의 장황한 느낌과 글들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던것이다.
나는 귀가 얇은 사람축에 든편인것 같다.
요즘 그런 생각을 부쩍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난 자기 주관 확실하고 어쩔땐 틀린 생각인데도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질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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