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1년에 한두번이나 서너번쯤은 마시고 있을것이다.커피향은 너무 좋아하지만 커피를 마신뒤에 날 찾아오는속울렁거림과 메스꺼움이 너무 싫어서 나는 커피를마시지 않는것뿐이다.술은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도 말하고 있지만, 1년에 서너번은 한두모금은홀짝일때가 분명히 있을것이다.남편 말고는 다른 남잘 생각하고 연모한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1년에 서너번씩은 꿈속에서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를 만난다.왜 그리 독하지 못하고 사람을 쉽게 믿냐고, 왜 쓸데없는 돈을쓰냐고 남편을 닥달하면서,나도 1년에 서너번씩은 쓸데없는 소비를 하고 사람을 쉽게믿고 쉽게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새로운 사람과의사귀는 일 자체를 만들지 않고 있는 사람중의 한명이다.지나가는 여자가 똥배가 나왔는지, 배꼽티를 입고 있던지 말던지쳐다보지 않으면 될걸, 그런걸 언제 쳐다보고 그리 자세하게도관찰했냐고 남편을 향한 강짜를 부리는 마누라지만,나도 1년에 서너번씩은 무심결에 지나쳐가는 잘생기고 훨칠한남정네가 지나가면 눈길을 준적이 몇번은 있었다.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어떤 말도 하지 말자고결심을 하고도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있는 아내이다.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극성맞게 놀아도 차분하게타이르고 그럴때마다 더 한번씩 안아주는, 사랑이 많은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결심하고도 실천에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은 엄마이기도 하다.시어머니를 미워할 필요 없으니 더 이상은 시어머니를 향한미운 감정과 서운한 마음을 갖지 말자고 강한 결심과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숱하게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며느리였다.집에 있으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바쁘게 보내며 집안일도프로급 주부가 되자고 결심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그냥 그럭저럭, 대충대충 하고 지낼때가 훨씬 더 많은 주부였다.직장생활을 그냥 결심만 하지 말고 아무 일이나 일단 한번시작해보자고 그리도 숱하게 결심했으면서도 아직도전업주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언젠가 친정엄마가 게으른 내게 하신 말씀이 있다.나란 사람은 방바닥에 누워서 책읽는것 말고는 하고 싶어하는것이없는 사람이라고, 대체 우리 큰딸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고..글도 쓸라면 돈되는 일이나 하면 모를까,친구들이랑 수다나 떨거나, 방구석에서 책이랑 씨름 하는것말고는 좋아하는 일이 없다고 하셨다.책도 그냥 연애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 말고는 다른 책은읽지도, 가까이 하지도 않았으니까...내가 생각해도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잘모르겠다.스물살 시절에 잠깐 공부하던 일본어도 2년 남짓 댕기던첫직장에서 달달 외운 회사소개하는 일본어가 끝이었고,그 다음부터는 뭘 배워볼려고 노력한적도 없었고,뭐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부를 할려고 한적도 없었고뭘 공부한다는 자체만 생각해도 머리에서 쥐가 날것만 같았다.그런다고 전업주부로 7년을 넘게 있었으면서도 살림을 야무지게잘하는것도 아니고,아이들을 열성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엄마도아니고, 돈벌이를 할줄도 모르는 아내의 모습이 현재 진짜 나의참모습인것이다.자기자신을 너무 잘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좀더 나은내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나란 사람이다.이렇게 살다 죽을래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같다.그러면서도 내 옆지기가 그런 식으로 사는것 같은 모습을보이면 그걸 참지 못하고 분노를 하는것이다.결심과 다짐, 얼마나 내가 자주 하던 것들인지 모른다.어제도 시댁에서 1박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시어머니에 대한 미운 감정을 혼자 삮히르랴 가슴이 막혔다.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말이나 행동, 무심결에 할수도 있는그런것들인대도 왜 나는 그런 시어머님의 모습을 대할때마다억화심정만 더 나는지 나의 속좁음에 스스로 놀라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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