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주부의 반성

2004. 8. 4. 14:34★ 부부이야기

      우리집 부엌 천정이 장마철만 되면 물이 고여서 골치를 썪힌다.욕실 욕조는 너무 구식인데다가 좁은 공간 때문에 곰팡이도 잘 생긴다.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제대로 된 집은 거의 없다고 한다.지은지 15년정도 됐다고 해서 그런게 아니라처음부터 부실공사의 원조인것처럼 여러 문제들이 많은 아파트라고 한다.막내가 결혼하면서, 이곳의 전세값이 싸다는 이유로동생과 가까이 살고 처음으로 남편의 카드빚이 들통이 나서 그걸 어느정도탕감하자는 이유로 이곳으로 이사온지가 벌써 3년이 넘어 4년째 접어들고 있다.설거지를 하는 개수대도 하루에 한번씩 락스로 닦아내지 않으면물때가 유난히 잘도 끼어서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면금방 지저분한 개수대 모양을 하게 된다.나름대로 환기를 시킨다고 하지만 하루이틀이라도 게으름을 피면은이끼 같은 곰팡이가 생겨서 날 게으른 주부로 만들어 버린다.부엌 천정 한쪽은 곰팡이가 생기고 장마철에 고인 빗물로 보기 흉한꼴을 하고 있다.며칠전에 우리집에 묵은 둘째 동생이 깔금하던 언니가 살림에 왜이다지도 게으름을 피고 사는지 멀겄다고 한마디를 하고,개수대와 정수기 밥통까지 락스물로 깨끗이 닦아 놓고 갔다.날마다 청소도 하고, 날마다 손빨래도 한다.욕실도 최소한 3일에 한번씩은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며 청소를 한다.하루에 최소한 집안 걸레질도 하고 비오는 장마철엔 마른 걸레로바닥들을 닦아내며 나름대로 청소를 하고 지냈다.그런 우와중에도 머리 아프고 남편의 귀가 늦어지는일로 조금이라도맘이 심란한날에 하루 이틀 손을 놓거나 게으름을 피면집안의 구석구석이 보이지 않는 때가 끼게 되고 지저분해진다.맘같아서는 집도 새로 지은 깨끗한 30평대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세탁기, 냉장고 집안의 가전제품 일체와 장롱 가구들까지 전부 새로싹 갈아치우고 싶은맘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생긴다.현실적으로 이루어질수 없는 일임에도 그런꿈을 자주 꾼다.전업주부가 왜 이리 게으르냐는 말을 듣게 될까봐서더 전전긍긍하면서 쓸고 닦고 했지만 보여지는 부분만 청소하며 지냈나보다.지난주 수요일부터 어제 하루 빼고 술을 날마다 마시게 되는 남편을보면서 제어를 해야지. 한마디 해야지 하면서 이젠 입아프다는 생각이 든다.밖에서 마시지 않으면 집앞에서나 집에서라도 한잔 하는 남편 보면저게 바로 알콜중독이지 싶으면서도 이젠 냅두고 싶어진다.어젠 이불 홑창과 베갯닢을 벗겨서 박박 비벼서 빨아서 널었다.피죤물에 담가 향기도 나게 하고, 그래도 할일은 태산이다.냉장고 청소도 해야할때가 지났는데 아직 하지 않고 있다.냉동실 청소도 한번 해야 하고 싱크안 정리도 다시 한번 해야 한다.아이들 방도 책들과 애들 교재들을 정리도 해야 하는데대충대충 책장에 꽃아만 놨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상태다.장난감들도 종류별로 분류해서 정리하던것까지 요즘엔 쑤셔 넣어 놓기 바쁘다.선풍기도 뜯어서 청소도 해놔야 하는데...닫혀지지 않는 서랍장 한단도 뜯어서 못질을 해야하는데....싱크대 문짝 하나도 나사를 조여놔야 하고, 장식장 문짝 하나도..우리집 아이들은 남자애들도 아닌데 문짝을 잘도 부셔놓는다.전화기 한대도 작은아이가 해놓은 빨간색 싸인펜칠을 해놔서참으로 볼만하게 지저분하고 마루 벽은 아이들이 해놓은 낙서들로참으로 지저분한 집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반찬도 어젯밤엔 고구마대를 된장에 버부려놓은것 말고는 암것도 안했다.국이나 찌게도 만들지 않고 그냥 김치와 고구마순과 김에만 밥을 먹었다.지갑에 잇던 마지막 생활비 2만원으로 아이들과 팥빙수를 사먹고2천원어치 고구마대만 사서 반찬을 만들었던것이다.친정엄마가 오늘 보리쌀과 오이랑 고춧가루, 멸치를 보내신다고 전화를 하셨다.무우 한개에 3천원 하는 요즘에 뭘 해먹어야 하는지...그래도 냉동실에 쌓여 있는 조기를 오늘은 꺼내서 조림을 만들어야겠다.며칠전에 동생들과 먹고 남은 삼겹살에 멸치로 국물을 내서 김치찌게나 만들어야겠다.<소스들 하늘빛님이 보내신 메일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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