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바른 아침을 맞으면서

2004. 8. 27. 11:44★ 부부이야기

    “엄마 어디 가?”“아니 그냥 이뻐보이고 싶어서.. ..”“화장안해도 엄마, 이뻐!”립스틱을 바르는 나를 보고 작은아이가 어디 나가냐고 묻는 말이다.외출하지 않는이상 립스틱을 바르는 일따위는 거의 없는 일인지라붉은색 립스틱을 바르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는 작은아이 눈망울엔 호기심이 가득하다.그리고 자기도 한번 발라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날 올려다본다.그래서 엄마, 화장안해도 이쁘다는 아부성 말을 하는것이었다.예전부터 나란 사람은 메이컵이나 색조화장에는 관심이 많은세련된 사람이 아니었던탓에 외출할때에도 립스틱만 바르는게 대부분일때가 많아서 그렇게 어쩌다가 집에 있으면서 입술에 색칠을 하는 엄마를 5살짜리 작은아이가 이상하게 쳐다본다. 호기심 많은 작은아이는 자신도 립스틱을 발라보고 싶어한다.물론 그런 이유로 나의 화장품들중에서 아이새도우이나 립크로스하나정도되는 양의 화장품들로 방바닥과 벽에 그림을 그렸던경험도 가지고 있는 말썽쟁이 5살짜리 작은아이였다.집에서만 지내다보니 화장을 하고 나서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화장을 지우는 일이 왜 그다지도 귀찮게 느껴지는것인지,그런 화장지우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나는 언제부터인가외출할때에도 그냥 립스틱만 겨우 바르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그나마 그조차도 하기 귀찮을때도 있지만 늘 남편이 입술을 바르지 않으면 환자같아 보인다고,어디 아픈 사람처럼 너무 창백해보인다고 해서 잠깐씩가는 슈퍼나 병원갈때에도 입술만은 꼭 바르고 나가게 되었다.이뻐보이고 싶은 마음, 이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나도 있다.요몇개월동안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팩샘플들과 그밖의 맛사지종류의 화장품들로 피부엔 그나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피부가 반인물한다는 말처럼 아마도 지금의 내 인물에피부가 까맣고 뽀루지라도 나있다면 정말 보기 민망할 인물이됐을런지도 모를일이다.집에 있으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일은정말이지 쉽지 않는일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직장을 다니면 귀찮아도 최소한의 관심을 갖게 되는 외모에신경을 쓰지 않고 산지가 꽤나 오래된듯 싶다.그리 생활하다보니 내가 내 나이 보다 훨씬 늙어보인다는느낌을 받을때가 자주 있다.어제도 늦게 귀가한 남편덕에 새벽4시가 다되서 잠이 들어아침 8시반에 일어나서 늦잠을 자는 남편을 깨워 출근을 시키고세수를 할려고 욕실 거울을 보니 하루만에 서너살은 더 늙어보이는내 얼굴에 짜증이 날려고 했다.예전보다 많은 체념을 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날엔 마음속으로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그러다가 또 아침에 잠이 덜깬 남편 얼굴을 보면 안스러워진다.하지만 날이 갈수록 남편이 풍기는 술냄새는 더 싫어진다.내옆에 누워서 술냄새 풍기면서 치대는것이 이제는 미쳐버릴만큼싫으니 혼자 자라고 마루로 쫓아내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어진다.심해진것은 절대 아닌데 점점 그 역겨운 술냄새가, 너무 싫다.화를 내지 않으려고 마음을 조용히 다스리다가도 그 술냄새만 맡으면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이제는 술마신날에는그냥 얌전하게 혼자 마루가서 잠만 자줘도 더 이상 바랄게없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늘 카드대금 결제일이라서가계부 정리와 자금이체를 하면서 월말을 정리했다.머리 아픈 그 카드대금 정리하면서도 어제 날짜에 남편의귀가 시간 새벽 3시 30분이라는 메모와 함께 전이사와 차부장봉화산 다도해에서 한잔 이라는 기록도 해놓는다.그리고는 잠이 부족한 내 얼굴을 감추보려고 그냥 한번붉은색 립스틱을 발라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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