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가슴과 납작히프

2004. 11. 23. 14:32★ 나와 세상


    혹시라도 내가 키가 좀 커서 늘씬하고 쭉 뻗은 몸매를 상상할까봐, 난 연애때 남편에게 미리 공표를 했었다. 난 절벽가슴에 히프에 살도 전혀 없고, 보여지는것보다 더 볼품없는 몸매의 소유자이니, 혹시라도 내게 어떤 외모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으면 예저녁에 꿈깨라고..절벽가슴이니,납작한 히프에 대해서 친구들의 농담을 자주 들엇던 나였던지라, 연애때 남편이란 남정네는 조금은 여느 남자들보다 흑심이 없어 보이는 순박한과에 속하는 남자였지만 혹시라도 내가 보기엔 키가 크니 옷속에 감춰진 몸둥아리 속에늘씸함과 보여지는것보다는 글래머스러움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까봐서 나는 그렇게 미리 남편에게 경고를 했었다. 그 말을 내가 뱉었을때의 남편의 꿈뻑거리는 표정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얼떨떨한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나는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 혹시라도 상대방이 나의 실제모습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할까봐서 미리미리 그런정도이상의 기대의 싹을 싹뚝 잘라버리는 경향이 심한편이었다. 아내로서, 아이 엄마로서, 며느리로서도 너무 내게 많은 기대를하지 말라고도 미리 남편에게 경고를 했었다. 그런 경고를 하고 내가 좀 잘하면 좋은거고, 좀 부족하다 싶어도 미리 경고를 했으니까 라는 비겁함으로 버티고 싶어서이다. 가슴확대수술을 함께 하자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애기 듣고 난 막 크게 웃었다. 새삼스레 지금와서 절벽가슴 키워서 어디다 쓰게..?했더니 그냥 옷을 입어도 폼도 안나고, 자신감이 없대나.. 여고 졸업할때까지는 난 나의 절벽가슴이 넘 좋고 편했다. 체육시간 달리기 할때도 체육선생님눈에 흔들리는 가슴이 없는게 좋았고 거추장스러운 가슴이 작은게 넘 편하기만 했다. 결혼을 하고도 난 가슴 큰여자를 부러워 하거나 한적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누가 입다 준 옷가지들을 입으면서 절벽가슴인 내가 옷을 입으면 옷폼이 안난다고 느껴지면서,빵빵한 공기가 들어가 있는 브라를 하고도 작은가슴이커버가 안되서 보는 누구나가 살좀 쪄야겠다 라는 말을 하고, 함께 목욕탕을 간 친정엄마가 혀를 끌끌 차면서 애둘을 낳고도 가슴이 등짝에 붙엇다는 과격한 표현을 하면서 김서방놈도 불쌍타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 가슴 작은게 왜 울 신랑이 불쌍하다는거여.. 라는 심통이 나기도하면서, 성형수술은 남의 애기인줄만 알고 있던내가 고개를 돌려 그것 가슴확대수술하면 얼마 드나?라는 호기심을 처음으로 가져봤다. 남편에게 가슴 빵빵한 여자 좋아? 라고 물으면 남편은자긴 아니라고,, 가슴 큰 여자 띨해 보이고 천박해보인다는 거짓부렁으로 날 속이고 넘어갔지만, 웬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배고픈 내가 웬 가슴 타령? 하면서도 납작하고 쳐진 내 엉덩이도 다시 쳐다보기도 했던적이 있었다. 학부형이 되고나서부터 더 성형수술 애기를 자주 하는 친구를보고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의 그 농담같은 애기가 나도 언제부터인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자인가... 외출을 해도 웬만하면 밑화장은 안하고 입술만 바르고 나가는게 전부인 내겐, 외모가꾸는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여자들이 참으로 신기하게만 보였다. 7살된 큰아이가 언젠가 왜 엄마는 할머니보다 고모 이모보다찌찌가 작냐고, 왜 없냐고 물어볼때가 종종 있었다. 클클거리며 웃어넘겼지만,내 두딸들도 나처럼 절벽가슴이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문득 되기 시작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농담처럼 나의 큰아이가 나중에 키가 180정도커서 모델이나 했으면 좋겟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키만 크다고 모델 되나... 모델이 그리 쉬워보이냐고.. 난 그럴일은 없겟지만 보미가 그런쪽 일 하고 싶다고 하면 반대하고 싶다고 했다. 중3때 70명 학생중에 67번이엇던 나,68번이엇던 얼굴이쁘고 정말 몸매도 이쁜 친구가 잠깐개인샵에서 모델일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그런 개인샵 모델을 전전하다가 그냥 눌러 앉아서 밤업소에서 음악하는 남잘 만나 결혼을 해서 그다지 잘풀린 케이스가 아닌 모습으로 사는걸 봐서 그런지 어쩐지 난 모델 아무나 하는것도 아니고 그런 세계에 내 딸이 발을 디디는 자체가 너무 싫었다. 그 친구, 내가 보기엔 요즘 나오는 세련극치인 모델들에 비해 외모가 뒤떨어진것도 아니었고 키도 크고 날씬했다. 적어도 내눈에 그리 보였다. 지금 그 친구 근황을 아는 동창은 한명도 없다. 날 여러부분에서 닮아 있는 보미를 보면서 울 남편과 시어머니는 보미가 다른것은 몰라도 키는 무지하게 클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면서 반우스개소리로 울 남편은 이런 말도 한다. 보미가 키큰것만 나를 닮고 다른건 날 안닮았으면 좋겠다고.. 아마도 절벽가슴하고 납작한 엉덩이를 말하는것일것이다. 지금도 가끔 남편은 생각나면 보미에게 무릎을 굽혀서 펴기 연습을 드문드문 시키면서, 일자 다리, 더 반듯한 다리를만들어주라고 날 세뇌시킨다. 또래에 비해서 키가 작은, 작은아이에겐 전혀 키클거라는기대도, 하지 않으면서도 큰아이에겐 어째서 모델인지 뭔지그런쪽으로 말을 하는지 모르겟다. 정말이냐고 내가 진지하게 정말 자긴 울 보미가 나중에모델 같은일 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미쳤냐고 화를 내면서도 작은아이에 비해서 큰아이가 아주 늘씬하고 곧은 다리를 가진 모델같은 몸매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하는것 같다. 무심한 남편이었음에도 보미에게만은 신생아때부터 두다리를 쫙쫙 펴주는 쭉쭉이를 시키질 않나, 태어날때부터 키가 아주 클거라는 주위사람들말에 멀대를만들고 싶은건지 큰아이 키크는것에 대해서만은 지대한 관심을가지는것처럼 보여진다. 올7월달에 작은 책자에 실린 내 글도 그래서 나의 절벽가슴에 관한 내용을 실어서 남편에게 보여주기도 했었다. 부부가 살다보면 외모는 정말로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쩌다가 내뱉은 외모에 관한 평가때문에 보이지 않게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에 비하면 난, 좀 무신경한편이었는데 학부형이 된 친구가 학교모임을 다니고나서부터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것을 보곤 나도 저리 될까하는 팔자좋은 걱정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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