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엄마 되는것.

2005. 1. 21. 12:43★ 아이들 이야기

    매일밤 8시가 넘으면 큰아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몇시에나 집에 도착하냐고.. 큰아이의 오래된 습관이 되었다. 갈수록 남편에게 당부하는 말들이 달라지고 있다. 어젯밤엔 그런 말을 한다. "아빠.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 회사사장님이 오늘도 아빠보고 늦게 집에 가라고 하면, 우리딸이 무조건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하고 무조건 일찍 집에 들어와. 알았지? 아빠! 아빠 회사 사장님이 아빠한테 뭐라고 하면 내가 혼내줄께.." 내 보기엔 우리 큰아이는 표현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으며 어쩌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책도 안읽은 편이라 자기 의견을 말할때 언어구사력도 떨어진데다가, 윽박지르고 야단을 자주 치는 엄마눈치 살피르랴 똑똑하게 자기의 의견을 표현할줄을 모르는 편이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생각이나, 아빠에게 하는 말은 나도 놀랠때가 있을정도로 의외의 말들을 할때가 있다. 여러부분에서 큰아이는 날 닮아 있었다. 나는 그게 너무 싫고 마음이 아플때도 있다. 나 어린시절처럼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마른 체형을 타고 났다. 그나마 식성이 날 닮지 않아서 가끔씩 먹게되는 불고기를 잘먹어서 다행이다. 야채를 좋아하는거나, 소량의 식사를 하긴 하지만 자주 먹는 습관이 있어서 성장엔 커다란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햄버거에 썩은 고기, 오래된 나쁜고기를 넣은거니 좋아하면 안된다고, 작은아이에게 설명도 해줄줄 아는 그런 아이라서 식욕에 관한 걱정은 그다지 않고 있다. 걷는것에 짜증을 내거나 한적도 없고, 작은아이에 비해 뼈도 튼튼한것 같고 아프지도 않아서, 엄마로서, 모르기는 했지만 큰아이 건강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아이때 역시 이유식에 신경을 쓴 큰아이는, 작은아이에 비해 확실히 건강이 더 나은편이다. 남편의 과장된 말처럼 어쩌면 큰아이는 나보다 키가 더 커서 나중에 180이 넘을까 걱정을 해야 할런지도..넘 심한가.. 큰아이는 좋아하는 빵을 먹을때도 6개가 있으면 2개는 따로 남겨서 그릇에 담아둔다. 아빠 드리라고.. 자기 잘때 아빠 들어오면 자기가 아빠 줄라고 남겨놨다고 애기하고 꼭 아빠 먹으라고 한다. 엄마가 먹으면 안된다고... 과자한봉지 먹을때도 한주먹은 남겨둔다. 아빠 먹으라고.. 작은아이도 처음엔 아빠것을 남겨놓은법이 없었는데 그런 큰아이를 따라서 아빠것 남겨놔야지.. 라는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것 같다. 콩나물을 무치고 있을때도 내게 먼저 당부한다. 아빠 반찬 남겨놨냐고... 과자나 빵을 먹을때나 과일을 억을때도 꼭 쟁반에 받쳐서 먹는다. 이젠 습관이 된 아이들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두딸들에게 지금도 가끔 윽박을 지른다. 방정리정돈 하라고, .. 치우기 싫으면 장난감 가지고 놀지 말라고 하믄서. 그러면서 나는 집안일에 게으름을 피울때가 많이 있다. 밖에 나갔다 오면 외투를 꼭 옷걸이에 걸어 놓던 큰아이가, 다시금 방바닥에 휙 벗어놓고 하는것에 대단히 화를 낸다. 조용하게 타이를때도 있지만 소리 지를때가 더 많다. 그러면 우리 큰아이 그런다. 아빠도 회사갈때 맨날 옷, 휙 던져놓고 가잖아.. 슈퍼 다녀와서 큰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그 열쇠를 바닥에 놓는것도 나는 바로 야단을 친다. 항상 놔두던 서랍에 갖다 놓으라고.. 어쩔때는 내가 꼭 훈련병을 훈련시키는 교관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그런데 알고보면 내가 내 아이들보다 더 게으르고 엉망으로 생활한다. 일도 밀렸다고 할때도 있고 설거지도 가끔씩은 미뤘다가 할때도 많다. 큰아이에게 나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엄마, 야단을 자주 치는 엄마, 화를 자주 내고 아빠보다 덜 재미나게 놀아주는 엄마,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오는것을 너무 싫어하는 엄마, 세상에서 거짓말 하는것을 제일 나쁘게 생각하는 엄마, 공부든 뭐든 한가지는 꼭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 책 많이 읽으라고 강요하는 엄마, 가끔씩 맛난것 해주고 안아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화를 더 자주 내는 엄마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올3월이면 그런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아직 난 입학통지서를 받지 못해서 실감은 못하고 있지만, 아마도 초등학생이 되면 나도 우리 큰아이처럼 나도 학부형이 된다는 사실에 엄청 긴장할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다니던 어린이집 졸업사진이다 재롱잔치 연습이다 해서 바쁜 큰아이다. 엄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에 상응한 노력을 너무 게을리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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