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재롱잔치

2005. 1. 31. 09:43★ 아이들 이야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보미의 취학통지서를 토요일날 받았다.
여느 부모들은 첫아이의 취학통지서를 받으면 아이와 함께
괜히 들뜨고 설레이고 한다는데 난,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
서른여섯에 학부형이 되는 나,
보미가 처음으로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등원하는날에도
난,감회가 새롭다거나, 기특하거나 하는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되려 남편이 생각지도 않게 보미의 어린이집 등원을 축하하기 위해
필통과 이쁜 가방을 사가지고 퇴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에게, 자식에게 집착하고 기대가 큰 부모들,
입으로는 늘 바르고 정직하고, 자식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부모들,
그들의 변화무쌍한 욕심과 기대들로, 힘들어하는 자식입장에서 있어선지,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최대한 자식에 대한 기대치와 보상심리를
제거 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커다란 기대와
집착을 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나란 사람의 성격상, 기대하고 집착하게 되면 어떤 엄마의
모습이 될런지 두렵기 때문이며,그 기대에 못미치거나 할때 그 좌절감으로 
나 혼자 또 꺽꺽 거릴까봐서이다.
나도 내 아이들 많이 사랑하고 이쁘다. 다른집 이쁘고 똑똑한 아이들하고 비교도
안되게 이쁘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만큼 이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내 자식 잘난것만 보고, 내 자식 귀한것만 알고 남의 자식을
경시하는 그런 부모가 되기 싫기 때문에,스스로 감정을 많이 억누르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내 눈에는 이쁜 자식이지만, 남의 눈에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이로만
보일거라는것을 알고 자식에 대한 자부심 조금은 버려야 할것 같은
젊은 부모들을 자주 보게 된다.
보미의 재롱잔치가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내 큰아이의 재롱잔치에서 나는 새삼 놀랜다.
늘 내겐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그 성격때문에 혹시라도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던 내 큰아이가,
재롱잔치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유독 무대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무슨 스타라도 되는양,
이곳저곳을 향해 눈짓과 손으로 흔들어 대는 모습에
저 애가 진짜 내딸인가 싶었다.
나의 어린시절과 너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던 큰아이였다.
소심하고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에 자기 의사표현도 무서운 엄마때문에
맘껏 하지 못하는 그런 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재롱잔치 무대위에서의 나의 큰딸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막내 동생이 와서 보미의 그런 모습들을 사진기에 많이 담았다.
정작 엄마인 나는 가지고 있던 디카로 의외의 나의 큰아이의 모습을
많이 찍어주지 못했다.
좁은 공간에서의 관람이라서 사람들을 헤치고 아이의 모습을 담기란
그리 쉽지 않는 작업이라서 나는 그렇게 어정쩡한 사진만 몇장 찍엇을뿐이다.
어린이집에서 동원한 사진사 아저씨도 보미의 피아노 독주하는 모습이나
그밖의 모든 모습들을 찍었을텐데 굳이 나서서 아이의 사진을 찍겟다고
설치는 엄마로 보여질까봐서....
그렇게 나는 남들눈에 절대로 극성스러운 엄마의 모습으로 비쳐지는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남의 이목을 중요시하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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