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가 새로 시작한 학습이 있다.
한권의 책을 1주일동안 읽고 4명이 그룹이 되어서
그 책의 내용과 그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서로 토론하는식의 수업이다.
점점 책을 멀리하는듯하고, 자기 의사표현에 서투른 보미를 위해
큰마음 먹고 한달에 5만원 수업비를 내고
그 학습을 시작한지 이제 한달이 되어간다.
그로 인해 나는 이곳으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다른 엄마들과
교제가 이루어졌고, 보미의 정해진 친구도 3명이 생겼다.
물론 보미는 지독하리만큼 이 수업을 기다리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즐거워하고 있다.
1주일에 한번씩 이루어지는 이 토론식 학습은 1시간넘게 이루어진다.
보미와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모두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고, 보미가 다닐 이곳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들이다.
3명의 아이들의 엄마들 모두가 올해 처음으로 학부형이 되는 사람들이다.
나또한 그리 이른 나이가 아닌 지금 학부형이 되는것인데,
이번 보미와 함께 공부를 하는 아이들 엄마들 모두가 나보다 연장자들이다.
아이 유치원 한곳을 보내기 위해 이 지역 모든 유치원을 샅샅이
뒤지고 하나하나 다 따지고 결정한다는 아주 아이의 교육에 대단한
열성을 가진 간호사 출신의 종갓집 맏며느리라는
엄마는 올해 서른아홉이라고 했다.
다른 한명의 엄마는 올해 마흔둘이 되는데 아이에게 어떤식으로든
처벌을 하는 유치원엔 절대적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그리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견학의 수준과 급식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만원 더 주더라도 꼭 유치원을
고집하는 4형제중 막내며느리로 존재하는 엄마가 있다.
마지막의 한분, 별로 말이 없고 아들만 둘인 그 엄마,
아이들에게 그다지 커다란 기대도 그렇다고 너무 무심하지도 않는,
가장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아일 키우고 있어 보이는,
막내며느리임에도 시부모님을 10년동안 모시르랴
24살에 결혼을 했음에도 서른살에 첫아이를 낳았다는 엄마가 있다.
난 이 세명의 엄마를 1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아이들이 수업하는 1시간 넘는
시간동안 이런저런 애길 나누면서 많은것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어느정도 엄마인지도 인지하게 되었다.
난 앞의 두명의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지 않았다.
열성적이지도 않으며, 아이들의 학습에
그다지 커다란 비중을 두지도 않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에도 난 한달 교육비가 최우선인 엄마였다.
견학의 수준이나 인성교육이 우선이라는 유치원과
놀이방수준의 어린이집의 차이에도 커다란 비중도 두지 않았다.
작년보다 2만5천원이 오른 유치원비과 어린이집 교육비.
거기다가 이 근방 유치원들은 교육비와 아울러 달달이 급식비를
따로 3만원2천원씩을 내야해서
한달이면 유치원비로 20만원을 내야 한다.
보미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한달에 16만원이면 다 끝난다.
그리고도 점심을 제공하고 집에서도 가깝고,
내가 외출했다가 조금 늦는날엔
따로 돈을 받지 않고 1,2시간씩 아이를 봐주기도 했었다.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간에 처음 등록할때 내야 하는
입학비도 큰아이 보미가 다니던곳이라서 작은아이를 보낼 경우엔
작은아이 입학비는 받지 않겠다는 원장님의 애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작은아이도 올해에 보미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보낼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건으로 나는 요즘 아이 교육비 지원 서류들을 준비하러
작은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작년에도 보미는 만5세무상교육 지원대상 서류들을 좀 빨리
준비해서 제출한 관계로 그 혜택을 받을수 있었다.
작은아이는 아직 만5세 대상이 아니라 전액은 아니더라도,
30% 정도 지원받을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저런 서류들을
준비해서 제출해 볼 생각이다.
안되면 할수 없지만, 밑져야 본전이니까 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 엄마들을 접하면서 괜히 망설여진다.
보미를 지금 다니던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난 큰 불만도 없었고,
그다지 유치원과 다른 수준때문에 보미가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우려도 전혀 하지 않았다.
되려 집에서 너무 가깝고, 유치원보다 교육비도 몇만원 싸고,
엄마가 원할 경우엔 오후 3시까지 아이를 봐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유치원은 원비도 비싸고 집에 오는
시간도 2시가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보미가 하는 숙제에 세자리 숫자 다하기 빼기도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었고, 상가에 들릴때마다 마주치는
보미 어린이집 원장부부와도 어느정도 친숙해지기도 했었다.
근데 귀앏은 나는, 아이 교육에 열성적인 두 엄마를 보면서,
진짜 어린이집하고 유치원의 수준이 다른가?
가격이 싼만큼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은 그런 나의 고민에 쐐기를 박는다.
다 쓰잘데기 없는 엄마들 극성일뿐이라고, 보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
언니가 그동안 불만을 가진것도 아니고,
혜미가 언니가 다니던 어린이집
간다고 하니까 거기 보내라고...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동생 아들,
동생도 아이를 유치원을 보내었다. 좀 비싼 유치원도 보내봤고,
그냥 보통의 유치원도 보내봤었다.
지금은 5살이 되는 작은아이도 그렇게 놀이방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해도 다른것이 아닌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보내지 않고 있는 동생이다.
하지만 작은아이는 동생이 사는곳, 근방의 선교원을 알아볼까 생각중이란다.
왜냐하면 유치원보다 선교원이 싸다고..
동생도 나도 그런 스타일의 엄마인가보다.
여기 두 엄마들 처럼 아이 교육비가 최우선이 아니라,
조금은 더 비싸더라도, 유치원내에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철저하게 따지고, 견학내용이나 그리고 아이들이 먹는 급식반찬
수준까지 따지는 그런 엄마들이 아니다.
그리고 내돈주고 보내는 유치원에서 내 아이가 잘못했어도,
내아이 손바닥 한대 때리는것을 용납못하는 그런 엄만 되지 못한다.
그나마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두아들을 키운다는
새로 알게 된 마지막 한분의 엄마와는
친하게 지낼수 있을것 같다.
알고보니 나와 고향이 같고 여중까지 그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 이유만으로 난 특별히 그엄마에게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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