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어도 나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어린이집 다닐적에도 보미 혼자서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는 일을 했기에
학교에 들어가서도 알림장이라는 노트에 적어온 준비물도 보미 스스로
챙기게 했고 선생님이 보내준 학부형 사인이 필요한 서류들만
보미 알림장 안쪽에 붙어 있는 봉투에 넣어서 보냈다.
등하교도 입학식후 두번의 등교에만 동행을 하고 그 이후엔 친구와
함께 하게 했고, 친구와 동행하지 못할적엔 혼자 가게 했었다.
내 나름대로는 보미가 자기일은 자기 스스로 할줄 아는 그런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요즘 아이들을 젊은 엄마들이 너무
감싸고 키워서 너무 약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그랬다.
며칠전 학부형 총회라는 모임에도 가지 않으려다가
옆동에 사는 보미와 함께 토론식수업을 하는 아이 엄마가
꼭 참석하라는 설득에 참석을 했다.
여러부분에서 나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가장 비슷한
고향선배언니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친해졌으며
그 언니에게 여러 가지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언니는 여러부분에서 나와 아이를 키우는 방식도 비슷하고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
조금은 엄하다 싶은 교육을 하는 언니라서 많이 친해질수 있었다.
아이에게 지나친 교육도 하지 않을뿐더러
예의바르고 정직한 아이로 성장하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엄마부류라서 이 언니와 정말
많이 친해졌다.
보미로 인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미 또래 엄마들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요즘 엄마들이 자기 자식들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과,
투자, 그리고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직접 듣고 보면서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엄마들에 비하면 나는 내 아이를 거져
키우려는 엄마가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할 지경이었다.
나는 내가 좀 무심하기는 하나
그래도 내 나름대로 내 아이를 키우리라
결심한 사람이었고, 그런 내가 잘키우는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한글을 모르고 입학한 애도 없으며,
덧셈 뺄셈도 아주 기초적인것은 다 떼고 입학하고 있다.
또 어떤 애들은 영어에 한자까지 웬만한 실력을 갖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는것을 듣고는 있었다.
난, 보미가 그저 동화책을 스스로 읽을수 있는 수준이 된것과,
기초적인 더하기 빼기 할줄 알게 하고 입학한것만 해도 기특하고,
그정도 한것도 잘하는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여러 엄마들의 아이 키우는 방식이나 교육방법
그리고 아이 공부에 투자하는
수준을 보고 들으면서 많이 놀라고 있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불안해 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만 너무 뒤떨어진것은 아닐까? 독립적이고 자립적이고,
반듯하고 남을 배려할줄 알고, 인사 잘하고 어른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말하는것들을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그런쪽에 더 비중을 두고 키우는 나의 아이에 대한
교육방법이 잘못된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제까지 나와 그리고 내가 좋아하게 된
이 고향선배언니 같은 엄마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던것 같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1% 대열에 나의 아이가 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 자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나,
내 아이에게 학습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와는 공부도 함께
시키지 않으려는 엄마도 있다.
맘에 안드는 아일해도 주어진 여건속에서
나름대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양보심도 배우면서 협동심도 배우기 바라는 나와는 달랐다.
공부로 인한 지식보다는 그 속에서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대한
양보심과 협동심을 더 중요시 하는 나같은 엄마가 있는가 하면,
지식획득이 최우선이라서 내 아이 공부에 지장을 주는
아이와의 공부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도 있었다.
자기 자식이라지만 어떡하면 자기 자식에게 그런
장대한 꿈을 가질수 있을까, 나로선 신기하기만 했다.
자기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똘똘하고 잘난줄 알고
사는 엄마들을 보면서 나는 소심해지기 시작한다.
나도 내 아이 보미에게 꼭 공부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공부는 못해도 되나 그대신에 공부 말고, 노래를 아주 잘하거나,
피아노를 아주 잘치거나, 노래나 춤을 잘추거나, 음식을 아주 잘하거나
책읽는것을 좋아해서 나중에 글짓기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그리면
된다면서 한가지라도 잘하는게 있으면 된다고
말하면서도 보미가 그 또래 아이에 비헤 읽기나 쓰기에
뒤떨어지는것 같으면 초조해지고 불안해하면서 남들이 시키니까
다 따라서 시키면서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과외를 시키는 엄마로
변하게 될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나도 경제적인 여건이 되었다면 내아이에게 남들이 시킨다는
모든 공부들을 시키는 그런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었을까?
초등학교 1학년이 7가지가 넘는 학원이나 공부를 하고 있단다.
영어, 공부방, 독서토론공부, 피아노, 한자, 수학, 주산, 컴퓨터..
듣는것만 해도 숨이 막혀온다. 8살짜리 아이가 영어를 3년 넘게
공부를 해서 기초를 다 떼고 어쩌고 하는 애기가 현실같지가 않다.
물론 그 아이가 그런것들을 힘들어하거나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서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것은 아니기에 다행일런지 모르겠지만,
아이 스스로 욕심도 많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것을 못참아하면서
친구라는 존재를 놀수 있는 동무로 인식하기보다는
라이벌이나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는 아이로 비쳐진다.
8살또래 남자아이들 조금은 산만하고 개구지고 시끄럽다.
여자아이들에 비해선 남자아이들의 산만함은 이해할수 있다.
물론 모든 남자아이들이 다 그런것은 아닐것이다.
나도 두아이의 엄마이기에,
내 자식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많다는것을
너무 잘알고 있기에 나도 남의 아이에 대해서 뭐라 흉불수 없다.
그래도 나는 요 며칠 남의 대한 배려가 없는 엄마들로 인해
아이들이 어리지만 친구의 입장같은것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어리기 때문에 모를수 있지만 그런 아이들을 산만하고 협조성이 없는
아이들이 나중에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클수 있다는
엄마들의 착각들로 다른 아이에 대한 배려 전혀 설명이나, 지도가 없는
엄마들의 모습, 자주 접하게 된다.
너무 바보같이 착하게만 살라고 교육받아서 늘 남에게 손해본듯하게
살아서 뒤에서 궁시렁 대면서 흉보는 나의 어리석음이 싫으면서도
너무나도 남의 대한 배려 없이 어떤 경우에도 내가 먼저라는
생각을 가진 그런 사람으로 내 아이가 크길 바라진 않는다.
내가 내 아이에게 너무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정직하고
착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엄마라서 문제가 있다면,
내 요즘 목격하고 겪는 자기 자식만이 최고라는,
그래서 그에 따른 남의 아이들은 무시해도 되고,
자기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너무 심하다 싶은
몇몇의 엄마들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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