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간남자에 대한 짧은 상상과 시댁방문기

2005. 5. 30. 10:15★ 아이들 이야기

      버스를 타고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마을버스를 한번 더 타고 나서야 시댁에 도착을 했다. 보미가 쉬는 토요일이라서 시댁행을 감행해서 시댁식구들이 모여 저녁한끼를 먹는다는 핑계로 간만에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댁을 향했다. 시댁에 갈때마다 나는 옷차림같은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편의 차를 타고 가기 때문에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늘 나는 남편 차편으로 시댁을 갈때는 대충 입고 나섰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날엔 머리에 드라이기도 대고, 몸에 걸치는 옷에도 신경을 쓰고 치마 입으면서 스타킹도 신어야 한다. 아이들의 차림새도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인지 모른체 나는 언제부터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엔 나의 차림새에 신경을 더 쓰게 되었다. 연이어졌던 밤까는 부업과 바느질거리 몇개때문에 날밤을 새던터라 나는 밀린 잠을 좀 자르랴 금요일 저녁이 되서야 출발을 했었다. 내 두아이들, 그런 외출이 있는날마다 느끼는거지만 참 얌전하다. 나의 지독한 잔소리와 혹독한 훈련때문인지 모르겟지만, 내 두딸들은 버스안에서도 얌전하고 전철안에서도 자리가 없어 서서 가게되도 보채거나 사람을 귀찮게 하질 않는다. 다만 사람이 없는 텅빈 전철을 타는날엔 밖의 경치를 보기 위해 약간의 소란을 피우긴 하지만....... 난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으면서도 버스안에서나, 전철안에서 시끄럽게 굴거나, 보채는 아이들을 보면 짜증이 올라오는 아줌마이다. 물론 예전보다는 그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버스나 전철안에서 소란스러움이 지나치는 아이들 보면 왜 그리도 짜증이 나고, 그 아이의 부모에게 눈길이 가는지.... 나도 두아이의 부모이면서도 말이다. 내 아이들도 언젠가는 그리 떠들고 시끄럽게 굴었던적이 분명 있었을텐데 말이다. 늘 나는 남편 말고는 남자라고 생각되어지는 남자 구경을 하지 못하고 산다. 표현이 좀 우습기는 하나 진짜로 그러하다. 가까운 상점 주인이나 병원의사나 약사 남정네들을 볼때도 있지만 그들조차도 나에겐 이젠 남자가 아닌 동네사람일뿐, 남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전철을 타보니 잘생기고(겉모습) 멋져 보이는 아저씨들도 많고 젊은 총각들도 많았다. 그들은 남자들로 보였다. 두아이와 함께 서 있는 전철안에서 나는 혼자서 속으로 쓸데없는 생각들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나에게 남자로 보여지는 그 남정네들, 자기 가족들에겐 어떤 남편이고 어떤 아빠이고 어떤 심촌들일까? 세상에서 가족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할줄 아는 남자들은 얼마나 될까? 난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내눈에 가장 멋지고 괜찮아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잘생기고 돈잘버는 남자도 아니었고, 웃는 모습이 멋져 보이는 남자도 아니고, 자기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그런 가정적인 남자가 제일 멋져 보이고 이상적인 남자로 비쳐졌다. 아줌마가 되면 젊은 총각들을 보면 이뻐 보인다고들 하는데 서른중반에 들어선 나란 아줌마는 그런 총각들은 중고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일뿐,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남자, 그 남자가 가족들을 바라보는 눈에 애정이 가득해 보이는 그런 남자를 보면 나는 눈물이 날것 같은 저릿함과 설레임을 느낀다. 아마도 내가 바라는 남편의 모습이 그런 모습이라서 그럴것이다. 늦게 출발한 관계로 퇴근시간의 전철안은 혼잡했다. 그 혼잡함속에서도 두아이들은 보채지도 않았고 나처럼 서있는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아이들로 변해 있었다. 나는 결혼전부터 전철을 타면 자리에 앉아 있는것보다 서 있는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던 처자였다. 굳이 거절하는 우리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어떤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엉거주춤 자리에 앉으면서 나는 그 아저씨의 얼굴을 다시 한번 몰래 훔쳐봤다. 내 남편도 전철을 타고 다니면 저 아저씨처럼 아이와 함께 아줌마에게 자리를 양보해줄까? 하는 생각과 그리고 그 아저씨를 상대로 나는 그 아저씨의 가족들을 상상해본다. 이쁘고 단정한 아내와 그리고 씩씩한 아들과 너무나 이쁘고 애교 많은 딸이 있는 처음보는 그 아저씨의 가족을 내멋대로 그려본다. 그 아저씨 나이가 몇살쯤인지도 갸름해보면서, 그 아저씨 키가 몇정도 되어보이는지도, 저런 아저씨도 혹시 착한아내를 두고 바람을 필런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 내 멋대로의 한 외간남정네를 상대로 나만의 오만가지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전형적인 시어머니의 모습, 시간이 갈수록 더 낯설어지는 시댁, 별로 달라지지 않는 큰시누가족들의 모습에, 그리고 막내시누의 모습에도 나는 점점 더 거리감을 혼자서 느끼고 한시라도 빨리 집에 오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추스리면서 시댁에서 열심히 설거지하고 매끼 식사를 챙기는 일을 2박3일동안 마치고 어제 오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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