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00원짜리 작은아이 겨울 잠바를 사기 위해 점원에게 계산을 해달라고 했다.
나보다 서너살 정도 많아 보이는 직원이 내가 내민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난 싸인을 했다.
카드 명세표에 사인을 하면서 아주 꼼꼼하게 가격을 보는편이 아닌 나, 그대로 뒤돌아 서서 오다가
이상하게 눈길이 카드전표로 가서 자세히 보니, 10,000원으로 계산이 되어 있다.
아마도 그 직원분이 신입인지 아님 예전 나처럼 잠깐 실수로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내가 돌아간다면 그 직원은 나중에 재고 조사를 하면서 그 빈 금액을 자신의 돈으로
채울것이고 예전 나처럼 한달 급여에서 현취로 빠질것이다. 금액이 크니 3만원이나~
고객인 내 잘못이 아니니 그냥 이대로 가버린다면 난 3만원 싸게 겨울 잠바 하나를 구입하게 되지만
그 직원은 이 일로 인사점수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고, 종일 서서 근무해서 번 월급에서 하루의
잠깐 실수로 3만원이 급여에서 빠져 나가게 될 것이다.
예전 은행에서 몇번 그런식으로 여직원이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10여만원을 더 많이
인출해준것처럼 나의 양심을 실험하는 기회가 얼마전에 또 다시 찾아왔다.
작은아이 손을 잡고 돌아서서 그 매장으로 가서 전표 잘못 끊었다고 애길 하고 39,000원
전표를 한장 더 끊어달라고 했다.
본인의 실수를 그때까지도 감지 못하고 있던 직원, 너무 감사하다며 사은품인 양말을
한컬레 더 챙겨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한다.
예전 나도 그러 했던 기억이 난다. 수초간에 처리하는 톨게이트 근무중에서 잔돈 잘못
거슬러주는 경우가 가끔 있을때 잘못 거슬러 줬다고 돌려주는 정직하고 친절한 고객들
도 분명히 참으로 많았고 그 순간에 부끄러우면서도 그 고객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부스안에 남아 있는 (개통때 나눠주고 남아있던) 방향제라도 챙겨주고 싶어하던
그 마음이 생각나서 그 직원의 친절함이 담긴 양말을 고맙게 받아 들고 돌아왔다.
늦은밤에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버스정류장 바닥에 무수하게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들을 본다.
참 많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 눈도 있고 웬지 대놓고 그런 꽁초들을 손으로 집는 행동은
너무 틔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나는 신발 앞꿈치로 그 담배꽁초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하고 곁눈질을 하면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으면 휴지로 뭉터기로 그 꽁초들을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곤 그 꽁초들이 몇개나 되는지도 한번 세어보기도 한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들을 집어서 버리기 시작한것은 톨게이트를 다니고 나서부터
생긴건지도 모르겠다. 그전에도 그런 꽁초들을 보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담배를 피고
이렇게 길거리에다가 꽁초를 버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거세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면서 기여히 한곳으로라도 모아 놓아야지만 직성이 풀리기 시작한것은
톨게이트 근무중에 도로가와 부스 옆에 운전자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버린것들을 줍는게
습관이 된건지도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이 대놓고 그러면 옆사람들이 부담스러운 행동인데 내가 아직은 할머니 나이도
아닌데 그런 행동을 대놓고 하면 사람들이 쳐다볼것 같아서.. 소심한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
교복은 입은 남학생이 밤에 담배를 피면서 걸어간다. 그냥 모른척 하고 따라간다.
그 학생이 담배꽁초를 버린다. 확 오르지만 아무말 못한다. 그리고 비벼 끄고 꽁초를 줍는다.
담배연기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는 체질인 나는 그 연기를 거리를 걸으면서 피는 사람들도
경멸하는 사람이며 내 여름 원피스에 구멍을 낸 어떤 남정네를 겪고 나서는 그 분노심과
경멸감은 정도 이상이다. 그래도 아무 말 못하고 그냥 그 남학생이 버린 꽁초만 주어 버린다.
그게 나의 양심의 한계이다. 난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무섭다.
다른집에 가서 엘레베이터 안에 남학생 단둘이만 타게 되고 난 긴장하며 두려워한다.
아무리 불량해 보여도 남학생이나 여학생들에게 아무말 안하는 어른으로 존재한다.
12살 보미에게 한번인가 물어봤다.
"보미야, 혹시 공중 화장실에서 여학생이 담배 피는것 보고 엄마가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하면
그 여학생이 뭐라고 할가? 네 하면서 얌전하게 담뱃불 끌까?"
보미가 깜짝 놀란다. " 왜? 엄마가 그랬어? " "아니, 그런적은 없는데..... 그러면 어떨까해서.."
"엄마, 냅둬. 그런 언니들은 어른들이 그런말 한다고 해서 고쳐질 언니들도 아니고 그냥 재수
없다면서 대놓고 엄마보고 욕을 할수도 있는 언니들일거야. 그냥 그런것 봐도 냅둬 엄마.!"
그러면 안되는데 내 자식이 아니면 밖에서 마주치는 청소년들의 불량스러운 언행에
눈을 감고 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양심있는 어른으로 살고 있는듯 하지만 늘 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을 가진 나는 양심의
한계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