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2. 06:00ㆍ★ 나와 세상
꺾다리, 간짓대, 인간전봇대, 절벽가슴, 코스모스, 연구대상, 마른장작등이 이제까지
살면서 나와 인연을 맺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붙혀준 별명들의 종류이다.
대표적이고 가장 자주, 오랫동안 불리어진 별명은 친구들이 지금까지 부르는 인간전봇대이다.
어려서는 키가 커서 지어진 의도와는 다르게 성인이 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전봇대라는 별명으로
친구들에게 불리어졌으며, 나도 결혼전까지도 내 이름보다는 친구들이 "봇대야!' 하는 호칭에 더 익숙했다.
길가에나 논둑에 서 있던 멋대가리 없이 길쭉하게 서 있던 전봇대를 보면은 한번은 더 쳐다보게 되었다.
그래도 그 전봇대가 아직은 필요한 세상이지 않는가? 미관상으로는 별로 이쁘지도 않고 수많은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는 멋대가리 없는 모양새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우리 문명생활에 필요한것이다.
나도 내게 부여된 이 오래된 별명인 전봇대처럼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마른장작이라는 별명은 아주 오래된 또 다른 나를 지칭한 별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것이다.
동네 친한 언니 핸드폰에 내 번호가 현재는 이 마른장작으로 저장되어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 또한 뻣뻣하고 무뚝뚝할때의 내 모습은 여지 없이 그야말로 마른장작과 같다고 했었다.
마른 장작이 화력이 쎄다는 말도 있지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혀 하기로 했었다.
피부가 조금은 건성인것도 이 마른장작이라는 별명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옷을 입을때도 허수아비에게 옷을 입힌것 같을때가 많아서 그런다는 말도 들었던것 같다.
겉으로는 뻣뻣한 멋대가리 없어보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일단 불이 붙으면 화력이 강력할것이다.
연구대상 이라는 이 별명은 연구를 해봐야만 할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붙혀진 별명이다.
예전 직장 동료 언니들과 주변 친한 아줌마 두어명이 나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결혼1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남편만 해바라기 하고,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온다고 하면 가슴이 설렌다는
내 말에, 남편이 온다는 전화한통에 부리나케 새로 밥을 짓고 반찬을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에,
술마시는것에 아직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나를 보고,
무엇보다도 내 인생에 있어서 제1위가 아이들이, 자식이 아니라는 점도 연구대상이라고 했다.
자식보다 남편이 더 우선이라는 말에도, 술 담배는 물론이거니와 커피만 마셔도 속이 이글거리고
군거짓을 좋아하지 않는다는점, 술을 마시고도 술마신 사람처럼 함께 어울려서 수다 떨수 있는것,
14년차 주부이면서도 여직 홍어무침이나 열무김치나 총각김치는 한번도 단독으로 만들어본적은 없으면서
제사 음식들과 갈비 재우는것은 잘하는것도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고 했었다.
몸에 좋다는것는 비위 상해도 다먹고 식사량도 적지 않으면서 살이 안찌는 체질도 연구대상이고,
술마시고 헤롱대는 모습에 여전히 가차 없고 일생을 살면서 아직 남앞에서 (남편 빼고) 술취한 모습을
보여준적 없는것도 참으로 연구해볼만 연구대상이고 남편에게 별의별 말을 다 하고, 나의 단점이고
약점이 될수 있는 모든것들을 남편이 알려고도 안하는데 미리 다 이야기 해주는 나의 가벼운 언행에도
연구해볼만한 대상이라고 해서 이 "연구대상"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가끔은, 세가지의 내가 가진 별명을 생각해보면서 내게 있던 여러가지의 성격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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